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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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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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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에 줄긋기 시작!


BY 영원 2003-08-31

 

"합격이다. 그것두 내가 바라던 국립 대에!"

 

"장하다. 수고했다"

"언니 축하해요!  정말 대단해요"

 

저녁먹고 기숙사에 돌아온 나는 대학합격 축하를 받으며  벌렁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하고. 그렇다 실업고등학교에 다니던 내가 단번에 국립대학교에 합격한 것이었다. 단번에.

"큭큭큭 낄낄" 나도 모르게 참으려는 웃음이 자꾸만 새어나왔다. 합격의 기쁨보다 더욱 더 행복한 상상을 하며 혼자 배시시 웃기도 하였다. 바로 설레는 대학생활....대학 캠퍼스...남학생이 가득한 학과에서 인기 차지하기...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속은 울렁거리고 현기증이 순간순간 일어났다. 침대에 누워 1시간 동안이나 뒤척거려도 잠이 오질 않는다. 앞으로 펼쳐질 캠퍼스생활에 대한 행복한 상상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와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드디어 예비소집일.

정보대학교 공과대 캠퍼스 운동장은 신입생들로 꽉 차있었다. 아니 덩치 큰 남학생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공과대여서인지 대부분 남학생이었다. 아우~ 어디선가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운동장을 마구 흔드는 것 같은 착각이...왠지 스타가 되는 듯한 이 기분은 무엇일까? 나의 행복한 상상이 재연되어서인지 괜스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왁자지껄한 부산사투리로 여기저기서 와글와글 떠드는데도 무척이나 정겹게 느껴졌다.

전자공학과를 찾아 헤매는 동안 난 본능적으로 지나치는 여학생들을 조심스레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우미 모두 예쁘게 화장도 하고 어딜 봐도 갓 졸업한 고등학생 같질 않네' 자꾸만 작아지는 듯한 이 기분....혼자만 촌에서 갓 상경한 듯한 이 소외감은 나도 여자임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우글거리는 늑대들을 헤치고 찾은 전자공학과 푯말. 그리고 신입생 명단.

"윽! 내가...내가..."

장학생 명단에 김예진. 내 이름 석자가 떡하니 적혀있는 게 아닌가. 순간 행복한 대학 생활의 상상은 사라지고 저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 뭉클 올라왔다. 내가 해냈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이렇게 대견스러울 수가... 이 사실을 부모님께 어떻게 알려야 감격하실까? 이제껏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난 길을 걷던 내가 부모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다니 심장이 또 다시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자랑스러우실까... 주경야독하여 단번에 국립 대에 입학했으니...그것도 경쟁률 센 학과에 장학생으로...시골 같았음 벌써 잔칫상이 거하게 차려졌을 일이다.

'풍악을 울려라!' 내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다. 아주 큰 상을....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의 꿈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