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명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대부분은 평범한 손님들이지만 거의 꼴통에 가까운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그야말로 막가파다.
목소리 크면 이긴다고 생각해서인지 일단 소리부터 질러대서 주변 시선을 모으고 심하면 데스크를 탕탕 내려 치거나 상품을 집어 던지고 폭언에 간혹 폭행까지 해서 되려 소기의 목적도 이루지 못한체 경찰들한테 끌려 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막가파 손님중엔 압도적으로 남자 손님들이 많은데 여자 손님들중에도 간혹 아줌마 부대의 힘을 빌어 친구란 친구 다 모아가지고 와서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그날도 아침부터 일진이 안좋다 했드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 매장 최고의 막가파 손님이 들이닥쳤다.
매장에 들이닥치다 마자 그사람은 장갑을 집어던지듯 데스크위에 던져 놓고는 자기가 온 목적을 말했다.
``이 장갑 바꿔주던가 도로 환불해줘``
손님의 말에 무엇이 문젠가 찬찬히 장갑을 살펴보던 난 너무나 황당했다. 아마도 장갑을 낀 상태에서 담배를 폈던 모양이다. 손가락에 부분이 담배불에 타서 원단이 오그라져 있었다.
이런 경우는 백팔백중 손님의 잘못이지만 또 이런 사람들 절대 잘못 인정 안한다.
``손님! 제가 장갑을 살펴보았는데 아마도 장갑을 낀 상태로 담배를 피셨나봐요?``
``그럼 장갑 끼고 담배피지 빼고 피나? 손시려 죽겠는데``
``그렇지만 손님 담배를 피시다가 담뱃불에 원단에 구멍이 난거는 저희 제품의 하자로 인한것이 아니기때문에 교환이 안됩니다.``
자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교환이 안된다는 내 말에 이 손님 뚜껑 열리기 시작했다. 일단 어깨 힘 팍 주고 한쪽 손 주머니에 찔러 넣고 한손으론 삿대질을 시작하며 입에선 침을 무진장 튀기기 시작한다.
``야! 너 말잘했다. 그래서 못 바꿔준다구?물건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고 못바꿔준다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통에 매장앞은 구경꾼들이 몰려들고 만일의 사태에 보안요원의 시선도 이쪽으로 향한다. 어느새 달려온 층 담당자가 와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일단 판매사원선에서 처리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경우 층 담당자가 나서게 된다.
한참을 매장을 발칵 뒤집어 놓을듯 교환 해달라고 소릴 질러대고 장갑을 내 면전에 집어던지는둥 온갖 소동을 벌렸지만 난 절대 교환해줄수 없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이런씩으로 우리
매장에서 구입해가고 교환이나 환불을 받은게 한두번이 아니였다.
그것도 꼭 입고 싶은만큼 입고는 가지고와서 말이다. 처음에야 지나치게 시끄러워지는걸 막기위해 서비스 차원에서 한두번 교환을 해드렸는데 그럴때마다 신상품으로 교환해가겠다고 또 난리를 친 손님이다. 이정도 되면 이손님의 행동은 범죄다. 하나를 구입한 가격으로 매번 다른 옷으로 바꿔가겠다는건데... 그것도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이다. 이쯤 되면 도둑놈 심뽀요 칼만 안들었지 강도나 마찬가지다.
결국 층 담당자까지 나섰지만 난 절대 교환해드릴 수 없다고 버텼다. 층 담당자는 어떤 손님인지 알지만 그래도 너무 소란을 피우니 그냥 교환해 드리는것이 어떠냐고 했지만 절대 안된다고 버텼다. 친절도 친절이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에 상습적으로 소란을 피우는 손님에겐 나중에 한대 얻어터지는 한이 있어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후환이 없다. 이런 손님은 솔직히 매장에 있어서 다시 오지 말아야할 손님이기때문이다.
결국 이번 전투에선 내가 이겼다. 아무리 막가파 손님이라도 더이상 소란을 피우고 기물을 파손하면 형사상으로 문제가 된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이걸 봐도 이 사람이 일부러 그랬다는게 밝혀진거다. 일단 소리지르고 소동을 일으켜서 백화점측을 난처하게 한다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그러나 본인이 불리해지자 결국 `나중에 조심해!`란 협박(?)과 함께 장갑을 갖고 사라졌다. 손님을 보내고 난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가는걸 느꼈다.
이래서 사람 상대하는게 힘들구나란 생각이 새삼 들었다. 여하튼 이제 저 손님은 다신 오지 않을것이다. 더이상 자기의 수법이 먹히지 않으리란걸 알았기때문이다. 대신에 또다른 백화점의 또다른 매장에 가서 저러겠지. 그래서일까? 이쪽 매장에서 사고치고 간 손님 애기를 다른 백화점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도 들을 수 있는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