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가 지나고, 다시 가을이 왔다.
그 시골 밤송이가 굴러 다니고, 대추와 감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오색빛의 조화속에 논 어느쪽에서 영은은 혼자 벼를 베고 있었다.
힘겨워 보였지만, 땀을 닦는 그녀의 미소는 밝았다
-엄마아!.........엄마아!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다섯살 남짓한 딸이 뜀박질을 하며 뛰어 오고 있었다
그뒤로 남편인 혁필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한손엔, 낫이 들여져 있었고
다른 한손에 붉으스름한 뭔가가를 가득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어휴, 여자애 옷꼴이 이게 뭐야?
영은 곁으로 뛰어온 딸의 분홍빛 원피스 앞자락에 여기저기포도빛이 물들어 있었다
-엄마, 난 새끼 포도 먹었다
-새끼 포도?
딸의 그말에 무슨 말인지 몰라 의아해 하고 있는 영은에게로
혁필이 건넨 손
그 손위에 나무이파리를 받친 그위로 불그스럼한 산머루 여러송이가 고이 담겨 있었다.
-이거 먹어. 저 논둑에 갔다가, 있길래 따 왔어
혁필의 걷은 팔과 손에 긁힌 작은 상처들을 영은은 보았다
자신을 위해 산머루를 딴다고 긁긴 상처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올것만 같았다
사랑은 이토록 희생하는 걸까?
내가 딸을 위해 희생하고, 또 그가 가족을 위해 산머루를 따며 상처를 내며 희생하는 것
-팔 떨어 지겠네. 안 먹을 테애. 기껏 생각해서 따 왔는데.........
순간, 그 상처를 뚫어지게 바라 보던 영은은 남편의 그말에 꼼짝도 못한채 놀라고 있었다
세월의 저편에서 누군가가 처음 옷을 건네주며 하던 말이 생각난 것 왜일까?
언젠가 분홍빛 원피스를 버릴려다가, 딸에게 맞게 고쳐 만들어 지금은 딸이 입고 입는 그 원피스.
아마도 딸이 입은 분홍빛 원피스가 보여서 일까?
-아뇨. 먹을꺼에요. 산머루가 얼마나 맛있는데.......와 맛있네
영은은 산머루를 집어 들어 입안에 넣었다. 달콤했다.
머루를 먹던 영은은 잠시 아버지를 생각했다
영은이 먹은 것은 비록 산에 흔한 머루였지만,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행복을 맛본 것이다. 일상의 행복을.........
이 머루를 어떻게 잊으랴
-아버지 저 잘 살께요
영은은 살며시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 어느켠에 아버지의 웃는 미소가 살며시 비추듯 가을 햇살이 그들을 내리 쬐고 있었다.
여름내 햇볕속에 있는 산 머루도 그 어려움을 견녀내고 붉음을 간직했듯
그래서 한가정에 달콤함을 선사하듯
자신의 지나온 세월이 한낮의 여름일지 모른다고............
영은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고 있었다.
점점 멀어져 가는 들길 너머로 세식구의 다정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끝
글을 쓰는 동안 누가 하라는 것도 아니었지만, 내 자신 스스로 숙제를 맡기듯 내게도 할일이 있어서 그 시간만큼은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비록 부족한 글이었지만요.
막상 다 쓰고 나니 섭섭하네요.
어쨌든 지금까지 부족한 저의 글을 읽으 주신분들께 감사하며, ^^
아줌마닷컴 작가님들 모두 건필하시고,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