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소리야. 영은이가 맞았다니요. 자세히 얘기해 봐요.
영은모는 놀라서 걸레질을 멈추며, 상구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글쎄! 어제 읍내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영은이 얼굴이라도 볼려구 대문앞에 갔다가 그말 듣고 그냥 왔지. 자세한건 나도 몰러.
-누구한테서 들었단 말이에요
-그집딸이 그러더.........
화가난 영은모는 상구댁의 말을 가로 막으며 화를 참지 못했다.
-이게 다 아주머니때문이에요.
-왜 나때문이란거여. 내가 가기 싫은 걸 억지로 등 떠밀어서 보냈어. 영은이 자기가 간다고 나 찾아 와서 보낸거지.
-아주머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학교 보내주니, 돈 많이 번다니 .....허풍 부리니까, 귀 얇은 영은이 그소리에 간거지유.
-아니 이제와서 날 원망하는거여. 학교 지금은 안 보내지만........아마 보내 줄꺼여. 좀 기다리면........
-언제요. 언제 보내 준대요. 그집 알고보니 소문도 안 좋더구만요. 여자 혼자 아이둘 키우면서 매일 밖으로 이 남자 저남자 만나며 외출만 하고........
성격도 별나다 그러던구만유. 아마 몰라도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꺼에유. 아무리 그래도 그 어린것 한테 어떻게 매질을 하냐구요.
-그래도 훔치지 않을걸 보고 훔쳤다고 덮어씌웠겠어.
-아줌니는 대체, 누구 편이에요. 친척이라고 그집 편이군요. 그럼 영은이가 정말 그 반지를 훔쳤다는 거에유.
그때였다.
방문을 확 열리고, 그앞에 잔뜩 화난 얼굴로 영은부가 서 있었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반지를 훔쳤다는 그게 무슨 말이야.
-어, 당신.........왔어요
영은모는 순간의 상황에 당황했다.
-당장 말해. 무슨 소리냐구.
-저 그게.......영은이가 그집에서 반지를 훔쳐서 많이 맞았다는 구만요.
상구댁은 영은부의 눈치를 보더니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어휴 이 입이 문제여. 왜 입방아를 놀려 가지고선........아니지. 딴일도 아니고 매 맞았다는데......에이 나두 모르겄다.
-그럴 리가 없을꺼여 우리 영은이가 어떤 아이인데........그것보다 데려와야 되는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내일 가 봐야 겠어요.
-가지마. 내가 가서 당장 데리고 올테니까....... 애처부터 날 속이고 딸년 그집으로 보내더니 잘 하는 짓이여........
이미 밤 깊은밤
영은모는 착찹한 마음에 마루에 걸터 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하다. 내딸아! 영은아!
부모 잘못 만나 고생만 하더니.........돈 좀 벌겠다고 나가더니..........애초에 보내지 말아야 했는데.........내가 잘못했어. 내가 죄인이여............
푸념하는 영은모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