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전체적으로 우울에 젖어있었다.
한반 전체의 참변..
연이은 연우의 이름모를 죽음.
그리고 은주가 정신이상을 일으켜서 정신병원에 입원한일..
쑥덕이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확대되어 있었고
비록 연우의 죽음이 목격자가 많았으므로 수연을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일에 모두 수연이 관련되어 있다는것이
아이들로 하여금 수연을 경계하도록 했다.
아무리 수연이 강단있고 리더십있는 강한아이라고 하여도
지금 이상황을 버텨내기는 어려웠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모두 수연을 피했고
모여서 수연쪽을 쳐다보면서 쑥덕였다.
수연은 점점 잦아들어갔다.
'이런기분이였니. 희정아.. 내가 너를 이렇게 괴롭혔구나."
수연은 진심으로 희정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젠 늦은것..
외로웠다.
그리고 두려웠다.
다음은 은주차례라고 했다.
은주다음은?
은주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아닌가..
수연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힘을내자. 내가 누구야.. 내가 누군데...
일요일..
수연은 도시락을 쌌다.
은주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어찌보면 지금남은 유일한 친구인거다.
저멀리 은주가 입원한 병동이 보였다.
창살이 붙어있는 창으로 사람들이 다닥다닥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저사람들 사이에.. 은주가 있구나"
수연은 마음이 아팠다.
어찌보면 자신들의 죄값이지만.. 이미 너무많은 희생을 치뤘다.
면회실에서 은주를 기다렸다.
파리해진 은주가 나온다. 놀랄만큼 말라있고 예쁜얼굴은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삭아있었다.
마치.. 나이든 할머니같은.. 모습과.. 표정..
은주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아무표정없이 수연을 바라보던 은주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은주야. 은주야. 정신차려. 바보같이 이게뭐야?"
"...."
"밥먹자. 병원밥 맛없지?"
"...."
"어서 먹어.."
입에넣어준 김밥을 은주가 뱉어냈다.
"수연아.."
"응. 은주야 말해"
"나 미치지 않았어.. 정말이야.."
"알고있어. 바보야. 니가 왜 미쳐. 그냥 좀 충격받아서 쉬고있는중이야."
"밥을 먹으면 안돼.."
"뭐?"
"밥을 먹으면.. 안됀다구.."
"무슨소리야. 밥을 먹어야 힘을 내지."
"밥을 먹으면... 희정이한테.. 혼나..
사실.. 병원밥도 아주 맛있거든.. 희정이가.. 입속으로 손가락을 넣어서.. 다 토하게 했어.."
"은주야! 제발"
"가끔은 아주 재밌는 얼굴로.. 흙도 뿌리곤.. 해..
우리땜에.. 자긴 밥을 먹을수가.. 없었대.
밤에두.. 잠을 잘수가 없어.. 우리땜에 잠을 잘수가 없었대..
나두 자면 안됀대..
차라리... 날 죽여줬으면.. 좋겠다구.. 그랬더니..
너도 알아서 뛰어내리라고 얘기했어.."
은주는 촛점없는 눈빛으로 얘기하고는..
조용히 일어나 병동으로 향했다.
양팔에 간호사들을 의지한채로 힘없이 걸어가는 은주를 보면서
수연은 눈물을 흘렸다.
"거식증과 불면증이야.."
의사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번에 친구가 그렇게 죽는걸 보고나서 충격이 컸던 모양이야.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않아.. 저러다가 큰일날까봐 걱정이야..
링게르바늘은 꼭 뽑는바람에..
우리도 참 힘들군.."
링게르 바늘을 뽑는다..
아마 희정이 짓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