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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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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Y 봄햇살 2003-07-22

aglala님 방가방가!1

정말 오랜만이에요.

소설방이 개편되고.. 옛날 님들을 만나뵙기 참 힘들다 생각했걸랑요. 여전히 제글을 읽어주시누만유. 감사함다. 꾸우벅.

비가 많이 오네요.. 비올땐 무서운 얘기가 최고죠?

근디.. 무섭긴 무서분가?

하여간 잼나게 읽어주셥!! 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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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한반의 전멸..
개교이래.. 아니 살아가면서 이런 일이 있을까..
연신 뉴스에서 떠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릴 지경이니
막상 당사자인 학교는 오죽했을까..

반자체가 없어졌으니 살아남은 몇몇 아이들은 몇반으로 나뉘어졌다.
은주와 수연.. 그리고 연우는 한반이 되었다.
연우는 눈에 띄게 하루하루 파리해졌다.
밝고 명랑한 아이였으나 구석에 조용히 앉아서 마치 옛날의 희정이가 그랬듯 눈에띄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수연이야..
전교적으로 유명한 아이였으니 이반에서 적응하기는 그닥 어렵지 않았다.
수연은 연우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한때 자신과 가장 절친한 친구였는데..
티비에서 희정을 본 이후로는 야간 자율학습도 하지 않았고
밤에는 엄마아빠 사이에서 잠이 들었다.
은주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얼마나 두려운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때문에..
어쩌면 죽음의 나락에서 빠져나온 연우에게 더 아픔을 느끼는지도 몰랐다.

점심시간..
아이들은 왁자지껄 도시락을 꺼내 먹고있었다.
수연과 은주는 연우의 옆으로 갔다.
연우는 그들을 보고는 아예 등을 돌려버리며 밥을 입에 쳐넣다시피 하고있었다.
눈빛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연우에게도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티비에서 봤던 희정의 얘기를 해주어야 되는걸까..
수연은 잠시 망설였다.

터프한 은주가 연우의 등을 탁 쳤다.
"이기집애. 야 반찬 숨겨놓구 먹냐? 쫌 보자 뭐싸왔는지.."
"...."

수연이 달랬다.
"연우야.. 힘들었겠지.. 우리도 그래. 우리 이럴때일수록 같이 있어야지. 우리가 같이 있으면.. 괜찮을거야. 두려워하지마."
"그래!연우야. 이 은주님이 널 지켜줄께.. "
은주가 익살을 떨었다.

꺄아악!!!
연우가 마치 못참겠다는듯 단말마적인 비명을 질렀다.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미친년. 쟤 왜저러냐?"
누군가 한마디 했다.
워낙 강한 수연이 파워덕분에 연우는 구석에 음침하게 앉아있어도
감히 아무도 건들수는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미친것처럼 소리를 지르는 데서야..

수연이 소리나는 쪽을 노려보았다.
"어느년이야?"
마치 쥐죽은듯 교실은 조용했다.
"니들이 얘마음을 알아? 누구든지 연우 건드는 년 있으면 내가 죽인다. 알았어?"
아이들은 술렁거리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대꾸는 하지 않았다.

갑자기 연우가 벌떡 일어나서 뛰쳐나갔다.
무서운 속도였다.
수연과 은주도 같이 뛰어나갔다.
운동장 구석에서 마치 뭐에 홀린듯이 연우는 멍하니 한곳만 쳐다보며 울고있었다.

"연우야 괜찮아?"
"마음 강단지게 먹어. 여하튼 살았잖아. 혹시 이상한 상상하는거 아니겠지?"

연우가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나.. 나는.. 살려.. 준.. 다구... 했어..."
"무슨소리야 그게?"

"희정이는.. 항상 내옆에 있었어. 아까도 내 옆에 있었다고.
반찬이 맛있겠다고 했어.
그리고 니들을 비웃고 있었어. 그거 알아?"
"말해봐! 무슨소리야. 그게 도대체! 미친년! 너 미쳤니?"

"니들이.. 희정이 부른날 이후로.. 걘 나한테 자주 왔었어.
그렇게 무서운 모습이 아니였어..
평범한 얼굴이였어. 처음에 죽는줄 알았지만 하도 내옆에 있으니까..
그냥 참았어.
걔가 너희들과 같이 어울리지만 않으면 나를 살려준다고 했으니까..
수학여행때도.. 그 전날 잘려고 누웠는데 내 옆에 나타나서는
재밌는 일이 있을거라고 했어.
근데.. 근데.. 이렇게 다 죽여버릴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울음을 터뜨리며 연우는 고개를 무릎에 묻었다.
수연은 무서움을 달래며 연우의 등을 도닥여주고 있었다.
갑자기 연우의 고개가 뒤로 확 제껴졌다.
강한 힘이었다.
연우의 입에서 게거품이 흘렀다.

"희.. 희정아.. 아냐.. 얘네랑 어울린게 아니라구..
사.. 살려줘.. 으악!"

마치 온몸에 그림이 그려지듯 멍이 들고 피가 튀고 있었다.
수연의 얼굴에도 피가 튀었다.
은주는 정신을 잃었다.
수연은 강하게 마음먹었다.
"희정아! 제발! 그만해. 우리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이정도면 된거잖아!"

갑자기 연우가 강한눈빛으로 수연을 노려보았다.
연우가 피식 웃었다. 소름끼치는 웃음이었다.
"미친년! 미안해? 미안해? 지랄하고 있네. 이정도면 됬다구?
웃기지마. 핵심은 너희들이야. 내가 니년들을 가만 놔둘것 같애?
기억해둬. 은주한테 조심하라고 해. 다음은 은주일거야!"

연우가 마치 누군가에게 머리를 잡히듯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교문쪽으로 미친듯이 뛰어갔다. (아니 끌려갔다고 해야 맞을것이다.)
수연은 울면서 연우를 쫓아갔다.

교문밖에는 커다란 덤프트럭이 돌진하고 있었다.
연우는 강한힘으로 밀쳐졌다.
온몸에 멍이들고 피가흐르는 연우는 그대로 덤프트럭앞으로 내던져졌고.



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수연은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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