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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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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BY 봄햇살 2003-07-14

조용한 풍경소리가 들리는 아늑한 산사..
두소녀가 와서 기도를 하고있었다.
수연과 은주.. 였다.

열심히 땀이 흐를정도로 절을 하고 희정에게 참회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얼마전 수업시간사건후 은주는 눈에 띄게 비쩍 말라있었다.
수연역시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빠질 지경이었다.

이렇게 하기로 한건 수연이였다.
진심으로 사과하면 희정이 자신들을 받아줄거라는 생각..

마치 물에빠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들은 이렇게 온것이였다.
그리고 열심히 기도하고 두소녀는 서로 아무말 없이 집으로 향했다.
언제 어디서든 희정이가 달려들것같은 불안한 마음으로 두소녀의 눈빛은 늘 공포에 질려 번들거렸다.

그리고 그날 밤 수연은 꿈을 꾸었다.
희정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수연에게 손을 흔들며 등을보이고 어디론가 가는꿈.
수연은 화들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다.

"날.. 용서해.. 준거니?... 희정아....고마워..."

수연은 눈물을 흘렸다.
진심으로 희정에게 감사했다.
이제 그 지겨운 악몽같은 순간에서 벗어난 것이다.

다음날..
수연은 은주가 오자마자 어젯밤 꿈얘기를 했다.
놀랍게도 은주는 같은 꿈을 꾸었다고 했다.

"은주야. 이제 희정이가 우릴 용서해 준거야. 앞으로 끔찍한 일들..
안일어날거라구."
"그래.. 그렇지만.."
"왜그래.. 안기뻐?"
"희정이가 웃으면서 손흔드는 모습이.."
"...?..."

"그때 그모습이였어"
"그때 그모습이라니?"
"저번 수업시간에 날 괴롭히고 나가면서 문앞에 잠시 멈춰서서 환하게 웃으면서 손흔들었다고 했잖아?"
"근데.."
"그모습이였어. 바로 그모습이였어. 난 솔직히 꿈속에서도
그때일 생각나서 소름이 돋았다구"

"바보. 야 웃는모습이 다 거기서 거기지. 그때 상황이랑 지금이랑 같냐구.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지한테 잘못했다고 빌었는데.
너 너무 저번에 질려서 그래.
바보야 맘편하게 먹어. 이제 밥도 먹고."
"그럴까? 그냥 내 기분탓이겠지?"
"그럼!"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연과 은주는 마음을 놓았고.. 다시 즐거운 학창생활로 돌아갔다.
아이들도 점차 마음을 놓았고 교실은 원래처럼 활기찼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가을이 되었다.
아이들이 기다리던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 돌아왔고
재잘거리며 한명씩 버스에 올랐다.
수연과 은주와.. 그 일당들도 역시나 즐거운 마음으로 버스에 오르는데.

"아.. 아.. 배아파.."

갑자기 수연이 주저앉았다.
격심한 통증이었다.
갑자기 이런통증이 오다니..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왜 왜그래?"
"몰라 배가 너무아파.. 죽을것같애.."

주저앉는 수연을 은주가 부축했다.

"수연아. 안되겠어. 수학여행 포기하자."
"은주야.. 나 괜찮아. 너라두 가."
"아냐. 바부. 내가 옆에 있을께. 일단 양호실로 가자.
이래가지고 무슨 수학여행이냐."

걱정하시는 담임선생님과 아이들을 뒤로하고 수연은 양호실로갔다.
통증은 극심해서 앰뷸란스를 타고 두 소녀는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위경련. 수연의 병명이었다.
수연은 주사를 맞고 누워있었고 은주는 수연의 옆에 앉아있었다.

"엄마.. 아빠는?"
"놀라시더라. 두분다 그냥 계시라고 했어.
잘 말씀드렸으니까 걱정하지마. 저녁때 오실거야.
일하시는 분들인데.. 내가 옆에있으면 되지?"
"고맙다."
"니 입에서 고맙다는 말도 나오냐. 하여간 심심한데 티비나 볼까."

무심코 켠 티비에서 무참히 일그러진 버스가 나왔다.
뉴스속보였다.
자막에 -수학여행버스 참변-이라고 나와있었다.

"아이고 끔찍하다. 어느학교냐?"
"그러게. 자..잠깐.. 쟤.. 울반애아냐?"
"뭐?"

피를흘리며 쓰러진 아이가 얼핏 화면에 나왔다.

"이런.. 제길 무슨일이야?"

뉴스앵커는 참담하게 속보를 말하고 있었다.
수학여행버스가 원인모를 브레이크 사고로 낭떠러지로 떨어졌고
인솔교사와 운전기사및 몇학생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했다는 속보였다.
아이들의 희생이 커서 모든 방송에서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를 띄우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거야.. 수연아.. 저게 말이돼?"

은주는 울먹이고 있었다.

"젠장.. 젠장.. 또 희정이 그년아냐?"
"은주야 정신차려. 걔가 갑자기 왜나와. 걔일이라면 우리가 왜 빠졌게.
그냥 사고라고.. 사고.."

바로 얼마전까지 수다를 떨던 아이들이 끔찍한 참변을 당했다는 사실에
은주와 수연은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을 하고 말았다.

사고라고..
그냥 사고..
사고일뿐이야..

수연과 은주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온몸으로 느껴지는 어떤 두렵고도 불길한 예감에..
그저 두렵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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