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은 속도를 내서 달렸다.
성훈과의 약속시간에 늦을 까봐 걱정을 하면서 라이브카페로 갔다.
다행히 성훈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종업원들이 경선을 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혼자오셨나요?"
"아뇨 좀있으면 올꺼예요."
"그럼 커피한잔 먼저 드릴까요? 리필도 충분히 드릴께요.ㅎㅎ"
"예..어떻게 제가 리필잘하신다는것도 기억하시네요.ㅎㅎ"
"그럼요.저희 집 커피를 좋아하시는 손님이신데..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예.."
경선은 이곳에서 커피를 무척 많이 마셨다.
분위기가 좋아서도 이유지만 여름날씨같지 않게 쌀쌀함에 커피라도 마셔야 할것같았다.
종업원이 커피를 갖다 놓고 갔다.
경선은 향짙은 커피를 마시면서 책장을 넘겼다.
항상 책을 들고 다니는 경선에게는 누군가 기다리는 시간도 즐겁다.
"오래 기다렸나요?"
성훈이 경선앞에 서있다.
책에 집중했기에 누군가 들어오는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아뇨..좀전에..."
"여전히 책에 빠지셨네.."
"ㅎㅎ........"
"여기 커피주세요."
성훈도 커피한잔을 시키고 멋적게 웃었다.
둘은 연인이 아니다.
하지만 둘은 너무나 오래전부터 사귀어온 사람처럼 다정하다.
"오늘은 다른곳에 가서 밥먹읍시다."
성훈은 이곳에서 먹는 밥이 맘에 않들었나보다.
"그럴까요?"
"드라이브도 하고...한차로 다닙시다.매일 따로 움직이니까 좀 그렇네요."
"그랬던가요? 그럼 커피마시고 일어날까요?"
"예..그럽시다."
경선은 성훈의 집근처에 차를 세우고 성훈의 옆좌석에 앉았다.
"성훈씨 옆에 타니까 좀 이상하네요."
"왜요? 또 키스할까봐요?"
".....하니요..그냥..."
짖궂은 성훈은 경선의약점을 알고있다.
그날밤 실수한 얘기만 나오면 경선은 멈짓놀라곤 한다.
서로에게 잊기 힘든 사건이었기에....
"저곳으로갈까요?"
성훈이 차를 세운곳은 민속 음식점이다.
역시 성훈은 40대 같다.
이제 서른이 넘은 경선은 인스턴트나 페스트푸드가 좋은데 40이 넘은 성훈은 역시....
"예..그러세요."
두사람은 온돌방같은 홀로 들어갔다.
수제비하고 칼국수를 시켜서 경선은 작은그릇에 조금씩 덜어내고 성훈을 다준다.
"경선씨는 매일 나만 다 먹으라고 주네요. 그렇다고 내가 음식남길줄 알았죠? 다 먹어도 울지 마세요."
"전 정말 저녁이 늦으면 소화가 되질않아요. 성훈씨가 다 드세요."
"난 다 잘먹으니까..."
"성훈씨 식성하나는 맘에 드네요."
두사람은 다정한 연인처럼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성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받아보세요."
"예..잠깐 실례...여보세요?....엉....엉.....지금 식사중이다....그래..엉....엉....."
성훈은 대답만하고는 끊어버렸다.
"누구예요? 애인?"
"결혼할 사람입니다."
"예?누가요?"
경선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누구하고 결혼을 할 사람이라구요?"
"저하고 결혼하기로 한 사람이라구요."
경선은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어찌 성훈이 경선에게 그렇게 얘기를 했을까?
"거짓말..."
"정말입니다."
"그런게 어디있어요. 한마디 말씀도 없다가 갑자기 결혼할 사이라구요?"
"경선씨 사실은 저도 그 여자분 잘몰라요. 집에 어머님이 선을 보라고 해서 두번 만난사이인데....
갑자기 집에서 결혼얘기를 하잔아요.
그래서 여자분한테 나와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물으니 결혼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결혼하기로 한겁니다.
그리고 자주 전화가 오네요."
경선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성훈이 자기를 속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훈의 말을 그대로 믿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경선은 너무 깊은 늪에 빠져버렸다.
"경선씨를 속이고 싶지 않았어요.그래서 오늘 얘기를 하려고 만나자고 한겁니다."
"................"
경선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무어라고 말을 했다가는 너무 비참해 질것만 같았다.
"경선씨 난 이결혼을 해야하는지 자신이 없어요.
그 여자는 서른여섯살인데 나하고 성격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고 환경도 너무나 틀린여자예요.
그런 여자와내가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니.....
어차피 할 결혼이라면 나를 책임져 줄 수 있는 여자였슴했어요.
근데 그 여자분이 나를 책임진다고 결혼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금 많이 힘드네요.
다른 사람들의 오해도 많이 받았고 경선씨를 괴롭히는것 같아서 ...."
성훈의 말에 경선은 할말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지 멋진 친구가 될수 있겠는가???
"축하해요.성훈씨 더디어 결혼을 하신다구요? 진심인것 같네요.
부디 결혼할 여자분 많이 사랑해주세요."
"사랑요?..전 그런것 모릅니다.
이 나이 먹도록 혼자 살다가 누구를 사랑해서 결혼한다는것은 거짓말아닙니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하고 하는 결혼이어야죠."
"그냥 결혼해서 살다보면 사랑이 생기겠죠. 사랑이 별다른가요?"
"성훈씨는 정말 결혼에 대해 심각한 분은 못되네요."
"그런 경선씨는 어떻게 결혼을 하셨는데요?
사랑하셔서 결혼했나요?"
"....그건....아니고....그냥..."
"그냥...뭐요? 경선씨가 얘기 하지 않아도 지금의 경선씨 가정...제가 짐작할 수있어요."
"그런 소리 하지마세요.전 지금 행복해요. 전 무슨일이 있어도 가정을 지킬꺼구요."
"...........그런가요?............가정을 지킨다?"
"그럼 제가 불행해 지기를 바랬나요? 이혼하고 남편과 아이들을 버리고 혼자 잘 살 그런 여자로 보였나보네요."
" 아닙니다. 그냥 경선씨는 남편분과너무 않어울린다고 생각이 들어서..."
경선과 성훈은 약간의 감정이 섞였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인지 아님 다른 무언가가 있어서인지 ....
"성훈씨 결혼할 여자분... 성훈씨 만나려고 지금껏 기다린 인연이예요.
부디 행복한 가정꾸미세요.
저같은 유부녀 마음 흔들지 마시고요."
"경선씨 이 결혼 정말 할 수 있을지 자신없어요.
혼자살면 편한걸...골프가 취미인 여자하고 무슨 얘기가 통하겠냐고요.."
경선은 성훈이 정말 걱정된다.
누구를 위해 결혼을 억지로 하는 사람같았다.
결혼은 본인들의사랑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성훈씨 우리 그만 만납시다.
결혼할 애인이 나와의 관계를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실래요?
더이상 만나는건 나에게도 성훈씨에게도 좋은일은 않되지 싶네요."
성훈은 경선을 눈을 들여다보았다.
경선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경선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모습을 감추었다.
"그만 갑시다. 제가 좀 피곤하네요."
경선은 도처히 성훈과같이 있을 힘이 나지 않았다.
온몸에 힘이 빠져 버렸다.
성훈의 차를 타고 경선의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갔다.
"커피 한잔 않할래요?"
성훈이 경선에게 미련이 남았는지...차를 돌려 나가는 경선에게 말했다.
"아뇨, 않마셔도 됩니다. 그냥 집에가서 쉬고 싶네요."
"그럼 다음에 술한잔 합시다."
"또 봐요..그 술때문에 우리 사이가 여기까지 왔는데...그만..애인에게 충실하세요."
"경선씨..."
"안녕히 계세요."
차를 돌려 성훈이 서있는 그곳을 빠져 나왔다.
운전을 하면서 경선은 백미러를 통해 멀끔히 서있는 성훈을 보았다.
드라마속에 한 장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