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성훈과의 만남은 친구처럼 넘 자연스러웠다.
경선은 한결 마음이 편하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경선은 오전근무를 마치고 별다른 계획이 없다.
어제 성훈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경선씨는 내일....몇시에 퇴근해요?"
"1시에 퇴근해요.왜요?"
"그냥요. 저도 내일은 일찍퇴근하고 거제도에 볼일이 있어 갔다와야 합니다."
"그러세요?..."
경선은 오늘 성훈이 거제도에 간다고 했던 말이 신경쓰였다.
일때문에 간다고는 하지만 너무 먼거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서너시간 운전을 해야하는 성훈이 걱정이 되었다.
토요일인데 경선은 혼자서 빈 사무실을 지킨다.
오늘도 경선이 문을 잠그고 퇴근을 해야 한다.
앉아서 책을 읽던 경선이 걸어다니면서 책을 보고있다.
경선은 책보는 자세중 왔다 갔다하며 보는것을 좋아한다.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하니...책읽는 시간만큼은 서서보고싶어서이다.
그때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책을 읽으며 입구쪽으로 향한 경선앞에 성훈이 환한 미소로 서있었다.
"경선씨...안녕하세요?"
놀란 경선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성훈만 바라보았다.
"왜요? 놀랬어요? 지나가다가 거제도 가기 전에 경선씨 얼굴한번 보고 가려구요."
"..........아..........그러세요."
"시원한 물좀 주세요. 운동을 하고 와서...갈증이 나네요."
"예...알겠어요."
경선은 냉장고로 가서 경선이 먹는 물통을 통째로 주었다.
"제 물통이거든요...드세요...입대고 마셔도 괜찮아요..ㅎㅎ"
"예...고마워요...꿀꺽...꿀꺽....캬~~~~~~~~~~~~물맛 좋다..."
물을 마시는 모습에 경선은 흐믓한 표정을 짓는다.
"근데 경선씨는 책을 많이 읽는것 같네요. 서서읽으면 운동도 되고 좋겠네요."
"예...하루종일 앉아있으니까 엉덩이가 아파서요...ㅎㅎ"
"아하..그렇군요.먼길 갈려고 하니 서글프네요. "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리고 다녀오고 전화좀 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경선씨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예.."
성훈은 경선에게 눈웃음으로 대신하고 사무실을 내려갔다.
경선은 멍하니 성훈이 가는모습만 바라보았다.
갑자기 온 성훈때문에 경선은 놀랐다.
''어제만났는데 오늘 또 보니 참 이상하네..''
경선은 혼란스러웠다.
경선은 아직 성훈에 대해 아는것이 별로 없다.
회원가입 프로필에 적인 주민등록번호와 키, 몸무게, 전화번호가 전부이다.
그런 성훈의 태도가 경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경선도 사무실 문을 잠그고 퇴근을 한다.
먼저 도서관에 들려 책을 반납하고 다시 다른책을 빌렸다.
할인매장에 들러 주말동안 먹을 간식거리와 반찬을 조금사서 집으로 갔다.
경선을 기다리는 두아들과 시부모님 그리고 농사짓는 남편까지 즐거운 주말을 보내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해서 먹고, 온가족이 TV도 보면서 모처럼만에 웃음을 찿았다.
하지만 경선의 마음은 거제도를 가고 있을 성훈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일요일 저녁이 늦었는데도 성훈이 전화가 없다.
경선은 다시 문자를 보냈다.
<집에 도착하면 문자좀 보내주세요.걱정되네요.안전운전하세요.>
하지만 경선의 핸드폰에는 문자가 들어오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한 경선은 제일먼저 문자를 보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걱정됩니다.>
하지만 성훈이 아무소식이 없었다.
경선역시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마치 연락을 기다리는 연인이 된것처럼...
그런 자신의 모습에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러지? 그사람을 너무 귀찬게 한는건 아닐까?''
경선은 자신이 성훈을 귀찬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하지만 성훈은 다음날도 소식이 없었다.
그다음날도 연락이 없자 경선은 힘이 빠져버렸다.
퇴근준비를 하는 경선은 마음이 무거웠다.
"따르릉..."
"감사합니다.0000입니다."
"바쁩니까? "
"아닙니다.지금은 덜 바쁩니다.근데....누구....?"
"치...애인이 많아서 내목소리도 모르나요?"
''예?..........아~~ ...성훈씨?"
"예..섭섭합니다.제목소리도 모르고"
"핸드폰하시지 왜 사무실로 전화를 하세요?"
"지나가다가 들리려고 왔는데 사무실에 손님들이 많은것 같아서요."
"예, 지금 소장님하고 손님분하고 얘기중이십니다."
"그럼 전 그냥 갈께요."
"왜요? 그냥 가시면 섭섭하잔아요."
"퇴근하려면 몇분남았나요?"
"30분요..."
"그럼 전 집에가서 좀 씻고 나올께요. 그때 거기서 봅시다."
"그럴까요?"
"예, 퇴근후 봅시다."
"예"
경선은 전화를 끊고 마음이 급했다.
갑작스런 성훈의 태도에 놀랐다.
왜 예고도 없이 자꾸 경선을 놀래게 하는지 그런 성훈을 이해 할수는 없지만 ....지금 경선은 아주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