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으로 들어와서도 어색한 침묵은 계속 되었다.
내게 아무런 말도 없이 우현인 입고 있던 남방과 바질 벗더니 욕실로 들어갔다.
오는 내내 에어컨 틀고 왔으면서.......
씻고 있는지 샤워기 물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전과는 좀 달라진 모습이였다.
도배를 새로 했는지 ......옅은 민트색 벽지에 잔잔한 물방울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쇼파가 가죽에서 페브릭으로 바뀌었고......식탁도 접이식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금 바뀌어져 있어서 인지......좀 낯설다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재명이가....함께가 아닐거라는 느낌.
둘이 사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벌써.....한 3년..?
아마 모두들 졸업을 했을거였다.
우현인 군댈 이제 막 제대했을거구.......재명이와 재형인 그럼 지금 군에 간걸까...?
여긴.....우현이 혼자 살고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짙은 갈색의 공부용 탁자와 책꼿이에 꼿혀 있는 책의 양이......그렇다고 말해 주는듯....한사람분의 책 뿐이 안꼿혀 있었다.
내가 여기저기 돌아보며 있는사이.....문소리도 나지 않았는데.....다 씻고 나온 우현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맨몸에 트렁크만 입은 체로.....
머릴 감았는지 물기가 서려 있었다.
날 지나쳐 냉장고로 가더니 캔 맥주를 꺼내들었다.
"씻지 그래.....?덥지 않아...?"
맥주를 한모금 마신 후 우현이 날 봤다.
갑자기.....씻기는 좀 그렇지 않나.....?
머쓱해 하며 시선 돌리는 내게 우현이 접이식 티 테이블을 펼쳐 맥주를 올려 놓고는 의자에 앉으며 날 올려다 봤다.
"씻고와.....비행기 안에서 부터......여기 오는 내내 몸을 찌뿌리고 왔잖아......개운하게 씻어...아님.....집에다 전화넣던가..."
".......다들 기다리실거야..."
"그러니까 전화 하라구.....오늘은 못들어간다구......"
갑자기 언성을 높이는 우현이였다.
움찔.......조마조마 하며 눈치만 보고 있던 내 가슴이 갑자기 마구 뛰기 시작했다.
마치 매 맞기를 기다리는 어린애 마냥......우현일 따라 오면서 내내 불안한 마음이였는데.....그게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갑자기 당하는 거라......내 안의 놀람은 컸다.
"전화부터 해....벌써 시간 많이 지났는데.....궁굼해들 하실거야..."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였다.
내게 전화기를 건네는 우현이에게 시선을 돌리며 난희에게 전활 넣었다.
아직 들어오지 않았는지 응답기가 나왔다.
간단하게 오늘은 못갈거 같다는 얘기와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는 말을 하고 전활 끊었다.
전활 끊는 날 물끄러미 보던 우현인 모를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누구....?집은 아닌것 같은데.....?"
다 마신 맥주을 탁자밑의 휴지통으로 넣으며 날 봤다.
왜 자꾸 공포분위길 조성하는 건지.....
이러다 심장쇼크사 일으키는건 아닐까 몰라....
그만큼 내 심장을 크게 올랐다 내렸다 하고 있었다.
화가 난 것이 확실한 우현이의 태도......어쩔바를 모르겠다.
"어디다 전화 한거야.....?집은 아니지.....?"대답없는 날 잠시 보더니 일어서서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너무 무섭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고문관도 아니면서.......
"쫌만 불리해지면 우는건 여전하군.......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눈물 보일만큼 내가 겁나면서.......어떻게 내게서 도망갈 생각을 한거야...?""...................."
".......뒷 감당은 생각지도 못했겠지....?너 그러고 가면 내가 그래 잘갔다......나 싫다고 떠나는데 내가 잡을줄 알았냐.....오냐 너 가서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 보자 .....내가 뭐 이럴줄 알았냐...?그동안 나 잊고 속편히 두팔 .두발 뻗고 잘 자고 잘 살았겠지.....?그랬지 서인희..?"
"아냐......내가 어떻게 .......""그럼.....왜 공항에서 날 보자 마자 저승사자라도 본 것처럼 얼굴색이 굳어.....내가 나왔을 거라구는 생각을 못했어도 그렇지.....그게 무슨 반응이야...!!!!"
"갑자기.......정말 생각지도 못했으니까......그러니까...그랬겠.....""난.....네가 날 보면 너무 반가와서 금방 와서 안길거라고 생각했어.....근데 넌 내민 내 손이 무안하리 만치 ......날 거부한거야..."
내말을 끊고 우현인 또다시 언성을 높혔다.
"어떻게 내가 널 보자 마자 달려가서 안길수가 있어...?내가 네게 어떻게 하고 떠났었는데....아무렇지도 않은듯이.....아무일도 없었다듯이 어떻게 .....그럴수가 있겠어...?"
"반갑지 않으니까......보고싶지 않았으니까.....그래서 그런 반응 한거야......."
마치 억지를 쓰는 어린애 마냥.....
내가 자길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고 화를 내는 우현이였다.
오는 내내 그럼 그것때문에 화가 났다는 건가...?
내가 자기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 갔던건 화가 안나고 단지.....반갑게 맞아주지 않아서...?이해가 안되었다.
어떻게.......
"이리와봐......"갑자기 날 끌고 침대로 향하는 우현이였다.
싫다는 몸짓으로 손을 빼는 내게 우현이 아까완 달리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 안아만 볼께......그냥 안기만 할께.....응..?"왜 갑자기 저런 약한 모습을 보이는건지......
내 허릴 안아서 얼굴을 묻는 우현이 였다.
뭐라 할까.....?
아무런 말도 할수 없는 그런 시간.......괜히 가슴만 먹먹해졌다.
"인희야......너 정말 인희 맞지........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제일 예뻐하는 서인희 맞지......내 가슴속에 각인되어져 있는.....그 인희 맞지........"
우는건가.......?
우현이 얼굴이 닿아있는 배 근처에 물기가 느껴졌다.
"화내서 미안하다.......그럴 생각은 없었는데......괜히 너 울리고.....맘에 없는 소릴 해서 화나게 하고......미안해 인희야......속 좁은 놈처럼 굴어서...."
"......너 왜이러는거야...... 나한테 화 많이 났잖아.......내가 아무말 없이 떠나..."
"....그 얘긴 하지마.......다 알고 있으니까.......널 떠나가게 할 만큼 상황판단이 안되었던 내 자신의 둔함......얘기하지 마.......널 지키지 못한 바보 같은 내가 생각나니까...."
"우현아......그렇게 말하지마.....그게 아니잖아....."
"그만하자.........진수형 통해 얘기 다들었어.......우리 못본지 이틀 빠진 천일이야.....그동안도 너무 견디기 힘들었잖아.....이젠.....우리 얘기만 하자....."
볼위에 그어진 눈물자국......
날 올려다 보는 우현이 얼굴은 .......많이 슬퍼보였다.
내 얼굴위에서 떨어지는 눈물 방울이 우현이 볼 위로 떨어졌다.
둘이 정말.......뭐하는 건지.....
갑자기 우현이 멋적은듯 씨익 웃었다.
일어서며 내 볼을 닦아주었다.
눈가도 꼼꼼히 엄지손가락으로 눌러가며......
그래도 자꾸 새어나오는 눈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