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 이별을 통보 받은 날서부터 나는 정확히 15일동안 식음을 전폐했다.
그렇다고 그 후로는 조금씩 음식을 넘길 수 있었던 건 아니었고,다니던 회사도, 살던 집도 모두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속이 쓰릴 만큼 배가 고팠지만 막상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도저히 목으로 음식이 삼켜지지 않는 경험은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믿겨지지 않는 경험이 되었다.
부모를 땅에 묻고 오는 장례식 날도 음식은 넘어가더라며 사람 산다는 게 어쩔 땐 징그럽더라..던 가까운 지인의 말도 그때엔 통하지 않았다.
정확히 4킬로그램이 빠지고 내 생활도 엉망이 되어 갈 즈음 도저히 이렇게 지내서는 안되겠다는 자각이 고개를 들고 나는 그 사람의 도움을 받기로 다소 엉뚱한 결론을 내기에 이르렀다.
어차피 일방적으로 통고를 받은 거라면 나도 정리할 시간을 가질 권리는 있을거라는데 생각이 미쳤고 그 사람에게 어려운 전화를 걸어 내가 정리할 동안만이라도 시간을 벌어 달라고 했다.
단, 붙잡지는 않겠노라고....
어떤 말보다도 어떤 약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하는 건 실연을 경험해 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나 자신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할 수 없었고 철저하게 보호해야 할 방법을 어떻게 해서든 다급하게 생각해내야 했던 것이다.
피할 도리가 없으면 정면돌파를 하자.
내가 그 사람에게 통고한 내 정면돌파수는 -15일동안만 내가 전화하더라도 피하지 말고 간혹 만나면 내 얘기를 들어줄 것, 단 그 후엔 일체 더이상의 만남도 전화도 없을 것임- 이었다.
다행히 그 수는 먹혀 들었다.
난 최대한 15일동안 내 마음을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그 사람과 처음 만남서부터 이별을 통고받을 때까지 내 태도가 너무 담담하고 냉정하게 비쳤기 때문인지 그렇게 흔들리는 내 모습에 적잖히 당황해 하고 있었다.
'난 너가 이렇게 약한 앤지 몰랐어...맨날 나보다 더 씩씩하더니...'
- 피할 수 없으면 정면돌파 하자 - 사랑법칙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