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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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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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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BY 봄햇살 2003-05-22

<9>

영은 얼떨결에 처음으로 제대로해본 데이트라는것에 감동받았다.
늘 남자는 일단 그녀의 몸을 노리고 자기의 돈을 자랑한후
그녀를 가지려하는게 '정규코스'였다.
그러나 강형사라는 사람은 달랐다.
그는 영의 몸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것 같았다.
영을 안쓰러워했고 영에게 한숟가락이라도 뭐든 먹이려고 했으며
그녀가 빈혈이라는걸 안 후로 강형사는 술도 먹지 말자고 하고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워주고 빈혈약까지 사서 그녀에게 안겨준후
그녀의 집을 떠난것이다.
부모없이 자란 영에게 부모같은 이런 따뜻한 애정은 처음이라서
영은 강형사가 간 후로 그의 정을 느끼며 강형사가 사다준 빈혈약을 먹었다.
몸전체로 따뜻한 피가 흐르는 기분..
이런기분은 정말 기분이 좋은걸..
영은 그기분을 느끼며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행복했다.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고아원시절 가장 기다려졌던 소풍날..
소풍전날의 그 설레는기분.. 바로 그런것..
그녀는 그런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천정위로 강형사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유치해.. 이런감정..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도 피식하고 웃는것이었다.
문득 온몸이 경직되며 그녀가 지금껏 저지른 죄들이 생각났다.
벌떡일어나 옷장깊숙히 감추어둔 그녀의 '보물'을 꺼냈다.
까맣게 빛나는 흑진주같은 그녀의 보물..
그녀는 그것들을 부여잡고 온몸을 벌벌떨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강형사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담당형사다.
그녀가 범인이라는걸 안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강형사가 느낄 그 실망. 배신감. 공포.. 그런것들.
그런것들이 느껴져 영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런것들로 강형사를 잃고 싶진 않았다.
강형사가 보고싶었다.
강형사가 느끼게 해준 그런 따뜻한 마음을 또 느껴보고싶었다.
이런 기분 뭘까..
내가 혹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걸까?
그 날라리 형사를?,,,

<10>

영은 힘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발걸음이 천근같이 무거웠다.
어제 강형사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으로 밤을 지새고
식당에서 서빙을 하다가 몇번을 졸았는지 모른다.
혹시나 강형사가 와있나 기대는 했지만
강형사는 와있지 않았다. 실망이 컸다.
그녀는 쓰러지듯 잠들었다.
이불도 펼 힘이 없어서 그대로 누워잠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어렴풋이 눈을 뜨면서 무척 포근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불도 덮혀있었고 베개도 베고 있었다.
내가 이부자리를 폈었나... 영은 헷갈리며 눈을 떳는데.
맛있는 음식냄새가 났다.
꿈을 꾸는건가..
어느날 침침한 다락방에 찾아든 행운에 소공녀 세라가 어리둥절하듯
그녀도 꿈인지 생신지 구별이 안되었다.

-일어났어요?-

강형사다. 강형사가 와있었다.

-강형사님.. 강형사님이 어떻게..-
-영씨. 보기보다 칠칠맞은거 알죠? 세상에 문도 안잠그고 방바닥에
잠들어버리다니.. 그 예쁜얼굴로..
날잡아잡수 하는거 아니에요?
이래서 영씨를 내가 믿을수가 없다는 거에요..
내가 영씨 집 상주 집사로 취직하고 말지.. 이거야 원..-
-상주 집사요? 후후-

이조그만 옥탑방에 집사라.. 영은 상상만 해도 우스워서
깔깔 웃었다.

-어허. 어제보다 훨씬 기분이 업이시네.. 이아가씨.
내가 와서 기분좋은거죠?
아님 내가 사드린 약이 넘 약발이 좋았나?-
-강형사님. 착각이 지나치시네요.-
-하여간 게으름뱅이 아가씨. 이렇게 자다가 일어나서 그냥
뭐 먹지도 않고 또 잘려고 했죠?
내가 매일 와서 밥을 해놓던지 해야지.
미래의 마누라가 이렇게 몸관리를 해서야 나중에 쥬니어 강이
제대로 태어나겠어요? 영씨 같은 비실이 아들은 사양이에요?-
-참나.. 혼자서 맘대로 진도 나가시네요..-

영과 강형사는 둘이서 농담을 하며 낄낄거리며 밥을 먹었다.
강형사의 요리솜씨는 제법 좋았다.
누군가가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해준 따뜻한 밥..
영에게 있어 그것은 세상에서 제일 가는 성찬이었다.

-강형사님.. 고마워요.. 이런 맛있는 밥.. 첨 먹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