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해서 풋사랑이라 했던가...
현빈이와 좋은 친구관계를 가지면서 초애는 자신안에 갖힌
마음의 울타리에 조금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우리 초애 맘 상하는 일 없게 해라. 내가 중매한 만큼
무슨일 생기면 김현빈 너, 가만 안둔다.
혹여, 너그들이 잘돼서 장래 결혼행진곡을 울리게 되면,
내가 옷한벌 얻어 입을것 아니겄냐, 안 그러냐? 초애야-"
"얘는 별소릴 다해-"
약방의 감초처럼, 눈치는 해외에 원정을 보냈는지 은수는
초애와 현빈이 같이하는 자리는 꼭 끼어 앉았다.
그렇다고 초애나 현빈이도 그자리가 어색하거나 거북하지
않았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성격이 남자아이처럼 괄괄한 반면, 내면에는 초애도 잘 알지
못하는 여자아이로서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간접적으로
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세사람은 이성을 초월해 서로를 아껴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무난히 넘기고 우정을 쌓아갔다.
초애와 은수의 성적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어서 당연한 일인
것처럼 지방대학에 입학원서를 내고 합격하자, 현빈은 한동안
고민이 일었다.
항시 버릇처럼 붙어다니던 세사람이 떨어져 지낸다는 것,
즉 초애와 헤어져 있는다는게 솔직히 싫었다.
초애 역시 자신이 좀더 공부를 잘했더라면, 아니 현빈이 좀
공부를 조금만 했더라면 싶은 엉뚱한 생각을 했다.
시골에서 그래도 공부깨나 한다는 말을 듣던 현빈으로서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자신이 원하던 S대에 진학을
하게 되고 S시에 자취방을 정했다.
부모님은 자신들이 좀 힘들어도 어떻하든, 자식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공부하게 하려고 했지만 현빈은 뻔한 시골살림에 더이상
부모님을 고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하고 기차에 오르는 현빈을 배웅
하면서 초애는 아쉬운 눈물을 흘렸다.
"니들 영화 찍냐? 아주 포옹도 하고, 손수건도 흔들지 그랬니.
별나지도 못하면서 별난척을 해요. 그만 징징 짜고 가자.
내가 맛있는 것 하나 쏠께."
"네가 맛있어 봐야 떡볶이에 김밥이상 쏘는 걸 못봤다. 뭐---"
"야봐라, 음료수는 왜 빼냐? 그래도 나만 하니까, 니들 눈치밥
먹어가며 간식까지 댔다는 것 아니냐."
"그-으-래, 니가 눈치가 있긴 있었구나-. 난, 니 눈치는 해외로
원정가서 안 돌아온줄 알았는데, 후후후"
"너 그거 아니?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는 거.
어디 얼만큼 자랐나 내가 봐줄께"
치마속을 들추는 시늉을 하자 초애는 기겁을 하며 달아났다.
드는 사람 자리는 몰라도, 난 사람 자리는 표가 나더라고
세사람이 있던 자리에 두사람이 남자 초애와 은수는 현빈의
빈자리가 허전했다.
전화세 많이 든다고 잔소리를 늘어 놓으면서도 초애는 그시간이
기다려졌다.
은수는 대도시에 가더니 짜식이 맘 변했다며 투덜대는 시늉을
하며, 자신에게는 전화도 잘 하지 않는 현빈이 서운했다.
주말이면 왕래하는 교통비도 만만치 않아, 현빈은 마음이 있어도
자주 내려올 수가 없었다.
빠듯한 용돈에 부모님의 힘을 좀 덜어보겠다고 아르바이트도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돈을 번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