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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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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신사임당 2003-04-30

푸른하늘이 너무 맑고 푸르러서 눈물이 나왔다.
교실밖 운동장에선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가 우렁차고 힘차다.
웬지 모를 서글픔이 몰려왔다.
갑자기 집에 있는 식구들이 보고싶다.
이제 2교시 밖에 안되었는데, 끝날려면 아직 시간이 멀기만 한데...
이유도 없는 설움에 울음소리를 삼키려다 켁켁 대는걸 옆짝꿍은
묻기라도 하듯 바라보고 있다.
친구의 멍한 얼굴을 보자 결국엔 참았던 울음이 터지고 만다.
"엉-어-엉"
느닷없는 울음소리에 칠판에 글을 쓰던 선생님이 달려오고
아이들은 큰일이라도 난줄 알고 모두 쳐다본다.
선생님이 무슨일이냐며 따뜻이 안아주자 떨어지기가 싫다.
아이들의 시선이 창피해서 고개 들기도 쑥쓰러운데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따뜻하고 좋다.
"무슨일이니, 초애야? 어디 아퍼, 얼마나 아픈데..."
무슨말인가 해야 되는데 떠오르질 않는다.
"배아파요, 집에 가고 싶어요"
제일 만만한 배탈을 호소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어리광을
피웠다.
"얼마나 아픈데? 많이 아프면 양호실에 가서 약먹고 가야지"
"그냥 집에 가면 약 많으니까 가서 먹을래요"
어느덧 선생님도 꾀병을 눈치 채셨는지, 모른척 하시며 많이
안 아프면 잠깐 참아보고, 안되면 양호실부터 가자 하신다.
3교시를 보내고, 언제 그랬냐는듯 서글픔이 저멀리 떠나가자,
집에 갈 생각에 4교시가 빨리 끝났음 싶다.
다음날, 방과후 집안으로 들어서던 초애는 엄마의 시선이
평소 같지 않음을 알았다.
초애를 걱정하던 선생님이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아무 일도 없음을 확인후, 동생들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뺏긴 초애가 관심을 끌고 싶어 거짓말을
한 것 같다고, 앞으로 부모님께서 관심을 조금 더 가져주십시오
하신 것이다.
그렇잖아도 손발이 모자라 피곤에 지쳤는데 선생님의 전화를
받은 엄마는, 쌓였던 피곤에 철없는 딸이 더 없이 미웠다.
그래서 그동안 떨어져 살았다고 좀 철없는 짓을 해도 그냥
넘어가며 한번도 들지 않았던 매를 들고야 말았다.
"동생들은 어리니까 그렇지만, 넌 다 커가지고 왜 이리 속을
썩이니, 응 응! 또, 그럴래? 안 그럴래?"
처음으로 엄마에게 매를 맞은 초애는 그 충격에 엄마가 너무도
무서워 두손을 싹싹 비비며, 빌고 또 빌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을 마주한 초애는 선생님에게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좋아했는데 엄마에게 뭐라 했기에 엄마가 그리도 화를
내셨을까 싶고, 어제 매 맞은 곳이 화끈거렸다.
거기다 그만 어려서도 안하던 실수까지 하고 말았다.
짝꿍은 교실바닥에 물로 인해 양말이 젖자 기겁을 했다.
또한번 교실은 난리가 났다.
선생님은 수업을 뒤로 하고, 주번에게 바닥을 치우라 한뒤
책가방을 싸게 하여, 조용히 초애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창피하여 학교에 못나올 초애를 생각하여 아이들에게
다짐을 두었다.
"너희들도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 있단다. 너희들은 초애
친구들이지! 친구는 기쁠때도 같이 하면 좋지만 어려울 때
일수록 감싸주어야 한단다. 혹, 내일 초애가 학교 나오면
모두들 오늘 일은 없었던 것처럼, 모두들 평상시 처럼
친구를 따뜻하게 감싸주길 바란다. 선생님은 너희들을 믿는다."
초롱초롱한 눈빛들이 그러마고 대답한다.
집으로 돌아온 초애는 다시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다.
또다시 엄마에게 매를 맞을 망정, 친구들의 놀리는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듯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엄마는, 늦게서야 방안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딸을 발견하고, 안쓰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몰려들었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라 자신을
위로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모른척 했다.
이불속에서 잠이든 초애는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가끔씩 보는 아빠의 엄한 눈빛이 생각났다.
하지만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아 멍하니 앉아 있는 초애에게
엄마는 빨리 안가냐며 난리다.
가볍기만 하던 가방이 오늘따라 천근 만근이다.
마지못해 교실문을 들어서자, 잠시 아이들의 시선이 모아졌지만
모두들 언제 그랬냐는듯 하던 일을 계속했다.
마치 어제 일이 꿈속에서나 있었던 일처럼...
짝꿍도 웬지 평상시 보다 더 친근감을 나타내며 말을 걸었다.
"너 밥 안 먹었음, 이거 먹어"
따끈따끈한 주먹만한 고구마 2개를 내민다.
눈물이 난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나에게 어제는 아무일도 없었던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