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차 속에서 영주는 올케가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영주는 올케랑 같은 며느리 입장이 되어서 이야길 주고받았다.
'언니 난 우리 시어머니랑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거 같아'
'어떤 점이?'
'난 언니처럼 시어머니랑 비밀이야기도 하면서 그렇게 보내고 싶은데
우리 어머닌 그게 영 어색하신 가봐'
'그럴 수도 있지'
'언닌 그렇게 하잖아'
'생각해봐..왜그런지'
'아무리 생각해도 난 모르겠어'
'아가씨 말을 들어보면 아직까지 집안일 힘든건 다 그 어른이 하신다며?'
'그게 어때서?'
'정말 그게 어때서야?'
'뭐..사실 조금은 양심에 가책을 느껴'
'그 어른도 그럴걸..아가씨가 좀 더 노력해라'
'....그렇겠지'
'그러엄'
'.....'
영주는 집으로 가서 이제 집안일을 그전보다 확실히 챙겨야 겠다고 다짐했다.
영준 지금 다리에 깁스를 하고 학교에 출퇴근 중이다.
친정에 다녀온후 그 다음날 있는 고조부의 제삿날 감실청소를 한다며
시어머니에게 곰살맞게 굴다가 그만 그 높은 마루에서 사랑 마당으로
쿵하고 떨어졌었다.
'아이구 내 이때껏 여서 떨어지는 사람 한번도 못봤는데 니 괜찮나?'
'으윽....네'
'뭘 그리 급하게 다니샀노?'
'에...'
'일나봐라'
'에...아악'
발목이 접질러져 버렸다.
그일로 제사준비는 시어머니 혼자서 다하고 그녀는 멀뚱멀뚱 애매한 손톱만 깨물어야만 했었다.
'어? 다리 왜그래?'
퇴근해 들어오는 창준이 영주의 다리를 보고 뭔일인가 하고 물었다.
'으응...감실마루서 떨어졌어'
'감실마루서?'
'간만에 착한일 좀 하려다가 더 일만 그르쳤지 뭐'
'....픽'
'우습냐?'
'눈에 그려져서 그런다. 영주씬 데이트 할때도 많이 넘어지고 다녔잖아...내 어째 안 넘어진다 했다'
'그래..고살지내라'
'아 미안 그래서 이렇게 기가 죽은거야?'
'그 일로 어머니가 할머니한테 한소리 들었거든...'
'쯧쯧...울 엄마가 불쌍다'
'.....'
영주는 비록 얼마 있진 못하더래도 아이들과 신나게 공부하고 싶었었다.
책에서 읽은 평생 잊지 못하는 선생이 되고자 혼자 소설을 쓰고 있었건만 첫날부터 깁스를 하고 나가서 그녀의 소설은 첫장부터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가르친다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인줄 뼈저리게 느끼기 까지 했다.
'창준씨 나 머리카락 빠지는 것 좀봐'
'어유 그러셔..무슨 힘든 일을 하시나아'
'그러게..내 이럴줄 몰랐어'
'애들 가르치는 거 만만찮지?'
'그러게'
영주는 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주관했었었다.
그래서 솔직히 겁없이 시작했었다.
근데 애들 교과과정도 그 옛날처럼 그렇지도 않았었구 애들 또한 만만치 않았었다.
첫날 영주의 깁스를 쳐다보는 애들 눈빛은 한마디로 선생 맞아? 였다.
'들어서 알겠지만 내가 잠시 너희들을 가르칠거야'
'....?'
'뭐 궁금한거 없니?'
'....?'
(말좀 해라)'궁금 한거 없음 공부할까?'
'.....'
'그럼 시간표데로 가자'
애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영주도 첫날은 본성을 감추고 사근사근 그날을 보냈었다.
하지만 막상 나흘째가 되자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너희들 내가 잠깐만 가르친다고 만만하게 보는 모양인데..나 화나면 무섭다'
'.....'
'안되겠어..모두들 운동장 모여!'
영주의 말이 떨어지기가 바쁘게 애들은 무슨 신이라도 난 듯이 냅다 운동장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영주가 저벅저벅 엉거주춤 손바닥만한 운동장에 나와보니 고 몇 안되는 녀석들이 올망졸망 모여앉아 영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쟤들 왜 저러고 앉아있냐? 풋 귀여운 것들)
'내 오늘부터 너희들을 접수하겠다'
'....?'
'내가 너희들 대장이 되겠다구'
'선생님이 무슨 대장이 되예?'
아이구 이렇게 반가울 수가...동철이였다.
'왜 선생님이 대장 하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니?'
'대장은 동철인데예'
아이구 반가워라...영순이였다.
'그래? 김동철?'
그랬었구나. 킥킥 그래서 저렇게 눈에 힘이 들어갔구나.
좋았어 그럼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