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의 부인은 달랐다.
남편이 진정한 교육자같아서 참 보기좋았던 신혼과는 달리 도시에서의 남편은 그렇게 무능해 보일 수가 없었다.
다른 선생들처럼 무슨 때다하면 은근히 그녀도 기대를 했건만 남편은 그런 사람들을 무슨 몰상식한 사람취급하며 오히려 손에 뭐라도 들고오는 학부모들을 크게 호통까지 쳐서 내?았었다.
처음엔 그런 모습이 학부모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차츰 차츰 그런 김선생이 함부로 할 수 없는 귀찮은 존재로 여겨졌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다른 선생들의 부인들로부터 다 전해들을 수가 있었다.
거기에다가 남편은 승진에는 전혀 무관심했었다.
그런 것 까진 어쩔 수 없이 참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계속해서 지방으로만 떠돌때 그녀는 모든 걸 포기했다.
나중에는 아이들 교육 핑계를 대며 그녀는 서울에서 머물렀고 김선생은 혼자서 학교 관사에서 생활을 하게 ?榮?
그게 벌써 몇년이 지난지도 모르겠다.
한달에 한번씩 서울에 와서 하루를 보내고 가는 김선생은 그날도 다름없이 집에 왔다.
하지만 집사람은 집에 있지도 않았고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밤이 늦어서도 아무도 집에 돌아오지 않자 김선생도 안절부절해졌다.
아니 화가 났다.
(남편이 집에 오는 걸 뻔히 알면서 집을 비워?)
그때였다.
전화벨이 조용한 집안에 울려 퍼졌다.
'여보세요'
'당신이에요?'
'아니 지금이 몇신데 안들어오는 거야? 애들도 하나같이 없고'
'저히 오늘 못가요'
'뭐?'
'여기 미국이에요'
'그게 무슨소리야?(갑자기 힘이 빠졌다)'
'당신이 뭐 우리들 신경이나 언제 썼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니까?'
'여기서 애들 교육 마저하고 눌러앉을까해요'
'어떻게 그런 일을 나하고 상의도 없이..'
집사람은 거기에 대해서 이렇다 할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김선생과 달리 집사람은 덤덤한 말투였다.
'그렇게 아세요'
'그걸 말이라고 해?'
'끊을께요'
매정하게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리자 김선생은 지금 이 일이 자신의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어 온몸의 맥이 탁하고 끊어지는 듯했다.
그렇게 서울을 다년온후 예전과 같이 수업을 했지만 그게 그렇질 못했다.
김선생은 상철 받았다.
집사람이 자기를 자랑스러워 하진 않는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는 해 줄줄 알았다.
그런 그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애들을 다 데리고 친정이 있는 미국에휑하니 갔다는 사실은 그를 일어설 힘조차 없게 만들어버렸다.
(우선은 미국에 가봐야되!)
(하지만 이 애들은 어떡하구?)
분교가 속해있는 학교에다가 한달간의 휴가 얘기를 어렵게 꺼내봤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냉담한 반응뿐 이었다.
'한달 휴가요?'
'예..집안에 일이 있어서..'
'글쎄요..한달간 그곳에 가 있을 교사가 어디 있습니까?'
'예 잘 압니다. 어떡해 좀..'
'안됩니다. 아무리 임시교사라도 그곳에 가긴 어렵겠네요'
'그럼 전 어떡합니까?'
'없었던 일로 하세요!'
'.....'
'김선생이 알아서 하세요.저흰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그게 큰 배려인양 말했었다.
김선생 본인도 이러는 자신이 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싶
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자신은 가정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아닌가..
어찌되었건 다시 제자리로 돌린 후 시작해야 했다.
생각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젯밤에도 마을 어른들이 몇분 찾아와 김선생을 염려하다 갔었다.
그런 것들 조차도 전부다 미안했다.
김선생은 이곳을 지켜야 했다.
그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