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16

[제5회]


BY 빨간머리앤 2003-04-23

점심식사를 시작하기 전 시아버지께서 들어오셨다.
식사를 다 한후 설겆이를 하는 그녀의 뒤에서 시아버지의 말이 들렸다.
'보래.새사람!'
'에,,예'하며 잠시 고갤 돌려 시아버질 바라본 후 다시 그릇들을 달그락거리며 영주는 미끈거리는 그릇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시집와서 모든게 낮설겠지만 그래두 배워야 한데이'
'에..예'
달그락 달그락 미끄덩 미끄덩...
'여기는 니 살던 도시랑 많이 다르다.그러니깐 함부로 말해서도 안되고...흠! 흠!'
'.....'
'그리고 맏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거냐 하믄은...'
그 순간 챙강하고 그릇이 고무장갑을 뿌리치고 안방에 설치해둔 씽크대 모서릴 세게 치더니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어?...(이런...이럴때 TV에서 한소릴 했었지..)'
'호호호..잘 안하던 거 하이 힘들재'
그때 시할머니가 영주의 하는 짓이 무슨 일을 해도 귀엽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으며 말을 했다.
'어머니..어떡해요.깨트려서..'
'?榮?조심해라'
다시 설겆이를 하기 시작하자 중간에 말이 끊긴 시아버지가 계속 말을 이었다.
'니가 맏이로 들어왔으니깐 우짜든지 형제간의 우애있게 지내고 어른들 공경하고 알겠나?'
'에! 그럼요'
방을 나가다 생각이 난 듯 한마디 더 던지고 나가는 시아버지 말에
영주는 어리벙벙 해졌다.
'참! 앞으로 밖에 자꾸 나가지 마래이!'
시할머니와 조용히 둘만 남았을때 시할머니는 영주 손을 꼭 잡고 이런저런 잡다한 말씀들을 많이 들려주고 하면서 영주와 다정하게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저 할머니..아까 아버님이 저더러 밖에 나가지 말란 말씀이 뭐에요?'
'호호호 새사람 얼굴을 많이 내놓고 다니믄 쓰나. 그냥 집에 조용히 있으라고 하는기다.'
'네에..하지만 어머닌 밭에 나가시잖아요?'
'그거야 밭일을 해야하니깐 그렇지만 닌 아이다.호호호'
집에 편안히 있게 할려고 한단 시할머니의 말을 들어도 썩 기분이 내키지도 않았다.
그저 남들 이목때문에 끙끙하는 모습들을 보는 것 같아서 영주의 청개구리 근성이 슬슬 도질려고 하고 있었다.
제방으로 건너온 영주는 노트를 펼치고 도표를 그리기 시작했다.
시할머니.시아버지.시어머니....
(이제부터 하나하나 파악된 성격들을 적어놓는거야)
시할머니...소녀취향적이시며 날 무지 애껴줌.
어머니에겐 아직도 잔소리를 하고 있음.
시어머니...그 옛날 그 사고로 나 죽었소 하며 시키면 시키는 데로
어른들한테 전혀 반항(?)하지 않고 몸을 혹사시킴.
시아버지...양반입네 하며 전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시고 유유자
적 편한함만 몸에 베여있음.
이때 박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저..아지매 있는교?'
방을나와서 보니 동네 아주머니 한분이 손에 나물을 한소쿠리 들고 안뜰마당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저 어머닌 안 계신데요'
'아유 새사람인갑네예..아유 인물도 좋네'
그때 안방문이 열리며 시할머니께서 나오셨다.
'응 부뜰네 왔네..들어온나. 들어왔다 가래이.'
'예..그라믄 들어갔다 갈까예'
하며 부뜰네로 불리는 아주머니는 성큼성큼 방안으로 들어왔다.
영주도 얼른 안방에 뒤따라 들어가 주전자에 물을 올리며 차준비를 했다.
'나물이 싱싱해서 좀 가져왔어예'
'아 뭘라고 가져오노..여그도 많은데..'
실상 부뜰네는 나물핑계대고 새로 시집온 새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달려왔단 걸 시할머니가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새사람! 뭐좀 내온나'
'네..할머니'
잠시후 영주는 녹차 두잔과 영주방에 있는 비스켓을 예쁘게 차려내 놓았다.
'아유 이제 형님도 편하겠네예. 형님은 밭에 나갔는가베..'
'예..'
'그래..새사람은 시골에 와 보이 어떤지 모르겠네'
'에..좋은데요'
'아이구 말은 그래도 많이 어설프지 뭐...그게..'
'부뜰네 안 바쁘나? 내는 좀 피곤한데...'
중간에 부뜰네의 말을 톡 끊으신 시할머니는 부뜰네의 호들갑스러움이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듯 방에 들어오랄 때와 비슷하게 부뜰네를 밖으로 내몰고 있었다.
'아예..이제 일나야지예'
'아니 더 놀다가세요'
이렇게 말하는 영주에게 부뜰네 몰래 시할머니가 제지를 하고 그제서야 영주는 시할머니의 뜻을 파악하고 그럼 안녕히 가십사 하고 인사를 했다.
'아이구 부산스럽기도...'
'......'
'쓰잘데 없이 와서 헛소리만 하고 가네..쯧쯧'

영주는 너무 무료했다.
바깥도 나가면 안된다지 그렇다고 맘편하게 다리 뻗고 있자니 그것도
신경쓰이지...
그래 장보러 나가자!
영주는 씽크대 안을 휘 둘러보고 장볼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커피,쥬스,햄,과도,커피잔등 필요한 것들이 한두개가 아니란 사실에
조금 망설이다가 몇가지만 간추려 사기로 했다.
내일 나가야 겠다.

저녁이 되어서도 창준은 돌아오지 않았다.
무료하고 서먹함을 달래기 위해 영주는 대문밖을 어슬렁 어슬렁 거렸ㄱ 그런 영주를 시아버지는 사랑채에서 보시고 대뜸 대문쪽으로 나오셨다.
'와..창준이 기다리나?'
'네에..'
'들어가 있그라'
'아뇨..그냥 기다릴래요'
'들어가 있그라'
(신랑도 내 마음데로 못 기다리는거야?)하며 낮선환경이 주는 서러움을 느끼고 하는 수 없이 방에 들어왔지만 내내 속이 언잖았다.
(어떻게 이리 늦을 수 있어..내가 뻔히 자기만 기다리고 있는 걸 아며서..)이런저런 생각들로 창준에게 그 원망들이 다 가고 있을때였다.
'왜 이리 늦게 오노?'
'아예..회식이 있어서..'
'그래도 적당히 있다 나와야지'
시아버지의 언성높은 목소리가 집안을 울리고 있었다.
시아버지가 영주대신 창준을 기다리고 있었단 걸 그제서야 알게 된
영주는 또 다른 시아버지의 모습에 잠시 따뜻한 사랑을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