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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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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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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빨간머리앤 2003-04-17

사실 창준은 그동안 밀린 방학숙제를 다 해치운 것 같이 속이 후련하다 못해 상쾌하기 까지 했다.
영주는 본사에서 성격 좋지요.일처리 우수하죠.거기에다 외모까지 빠지지 않는 편이라 창준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자신의 조건이 결혼에서는 최하위인 것을 아는지라 영주에게 말도 못 꺼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둘이 우연?게 같은 교육차수로 교육을 받다가 거기에서 모락모락 정을 피우게 된게 정말 하늘의 도움이 없고선 이렇게 영주와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는 없었을거라며 다시한번 창준은 입술에 꽉 힘을주며 상기했다.
다만 영주는 너무나 자유분방하다 못해 철없는 철부지 같은 구석이 넘치는지라 그런 영주를 형식과 권위로 똘똘 뭉친 부모님들께 정식으로 인사드리기가 여간 곤욕이 아니었었다.
하지만 창준의 생각처럼 그렇게 어려운 것만도 아니었다는 생각에 정말이지 창준은 앞에 뽀로퉁 만화책을 보는 듯 마는 듯하며 앉아있는 영주를 힘껏 끌어안아 주고 싶을 정도였다.
'왜 말도 안했어?'(영주는 창준에게 어리광 부리듯 말을 놓았었고 창준은 늘 말을 올렸었다)
'훗..영주씨 저번에도 한번 아버지 인사시킬려니깐 싫다고 걱정하는 것 같아서 그냥 자연스럽게 맘 편하게 보자해서요'
그런 창준을 영주는 밉지 않은 듯 앙증맞게 째려보곤 물었다.
'아버진 뭐라시는데..?'
'응..그냥 별 다른 말씀 없고 나중에 엄마하고 장모님하고 한번 보는게 좋겠다네요'(장모님!이란 소릴 하고서도 그도 무안한지 씩하고 한번 쪼갠다)
그순간 친구들이 하던 말들이 떠올랐다.
[얘, 영주야 어른들 한번 인사하면 일사천리로 결혼식 진행된다.너]
[뭐 그럴려구...]
[영주 너가 결혼에 환장한 애처럼 구니깐 내가 그 방법을 말해주는 거 아니니]
사실 그랬다.
영주는 창준을 만나기 전까진 나름대로 이리재보고 저리재보고 하면서 몇몇 남자들과 만남을 가져봤었지만 별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창준은 몇번인가 안면이 있어서인지 같이 교육을 받으면서 나름데로 잘났다고 믿었던 영주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면서 꼭 든든한 오빠처럼 그녀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녀의 오빠보다 오히려 그녀를 챙겨주는 창준에게서 영주또한 마음을 허락하고 그와 데이틀 즐겼지만...항상 일주일에 보는 얼굴인지라
헤어지면 또 보고싶은 맘에 후딱 결혼이나 했으면 했었다.
영주의 집에서도 창준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창준은 다정한 성격으로 어른들에게 공손할 줄 알아서 몇번인가 영주의 엄마랑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창준의 결혼 조건은 그녀의 집에선 전혀 문제도 안되었다.
그녀의 엄만 그녀보다 더 철부지 기질이 있어서인지 종가집이 어떻니저떻니 하는 얘기들을 다 호호 웃으면서 [어머! 우리 조카도 맏이한테 시집갔는데 잘만 살더라. 걔도 영주처럼 뭐 할줄 아는게 있니]그랬으며 그녀의 아버지 또한 창준의 성실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기에
친구들 말데로 일사천리로 진행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한달도 안되서 바로 결혼날자를 잡아온 영주엄마로 인해 영주와 창준은 부랴부랴 주변정리(?)를 해야했다.
그동안 깜쪽같이 숨겨온 비밀 데이틀 공개해야 했으며 또 영주는 창준의 권유로 회사까지 그만두기로 했기에 모든게 뒤죽박죽인체 결혼식을 맞았다.

결혼식 당일날 안동까지 가야했다.종가댁의 종손이 결혼하는 지라 그 지역 유지(?)들을 전부다 서울로 올수 없다는 시아버지의 강력한 주장으로 결혼식은 안동에서 치르게 되었다.
영주는 신부화장하러 가기로 한 그날 늦잠을 잤다.
새벽 5시30분까지 신부화장을 하러 가기로 해 놓고선 정신없이 자다가
전화를 받고 예복만 챙겨들고 집을 뛰쳐나가야 했었다.
(우씨..이게 다 엄마때문이야)하며 영주는 달리는 택시안에서 마르지도 않은 머릴 만지며 어젯밤을 생각했다.
전날 외가쪽 식구들이 그녀의 집에 전부다 모였었고 서로들 반가운 마음에 밤이 새는줄 모르고 웃고 얘기하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그 와중에 영주 엄마는 영주에게 계속 당부했다.
'일찍 자! 그래야 내일 화장도 잘 받지'
나도 일찍 자고 싶었다.그런데 잠은 왜 그리 안오는지....
막상 결혼을 하루 앞두고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느라 잠을 설치기 일수였고 어쩌다 잠이 들려고 하면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에 깨야 했으며
그러다가 겨우겨우 잠이 들려고 하면 이번에는 영주엄마가 뒤늦게 뭐가 없어졌다며 자는 영주한테 물어보고 하는지라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새벽에 전화가 와서(그것도 영주가 받았다.모두들 정신없이 자느라 아무도 전화온줄 모르고 있다) 비몽사몽 받았더니..
'거기, 최영주씨 댁 맞죠?'
'에..맞는데요'
'저 최영주씬가요?'
'에..에..전데요'
'5시반까지 신부웨딩으로 오기로 했잖아요?(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팍 찬물을 뒤집어 쓴 것 마냥 정신이 들면서 허겁지겁 영주가 대답하고 전화길 내려놓자마자 머리는 물만 축이고 달려나온 것이다.

그렇게 결혼식 당일은 시작되었고 그녀는 결혼을 했다.

즐거운 신혼여행도 후딱 지나갔으며 영주와 창준은 남부럽지 않은 애정을 과시하며 안동 본가에서 새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신혼여행후 첫날...
그녀의 시할머니께선 연신 벌어지는 입을 다물줄 모르시며 좋아했다.
곱게 차려입은 한복을 입고서 절을 하는 종부를 바라보시는 시할머니의 눈빛은 자애 그 자체였다.
'오야.오야. 애 만이 묵었재'
'아뇨..괜찮아요'
'아이다.아이다. 가서 쉬라.창준에미야 야들 방 다 치워놨재'
나이 환갑을 바라보고 있는 시어머니는 또 그녀의 시어머니의 부름에 따라 창준과 영주를 작은방에 보내고 저녁준비를 했다.

'와아..자기 집 진짜 넓다(시어른들의 큰일 치르기 전엔 동네에서 말나면 안된다고 창준의 집근처에만 와본 영주로선 그 넓은 고가옥이 신기하기만 했다)'
'영주씨. 여기와봐요'하며 영주를 끌어당겨 안은 창준은 새삼 영주가 고마웠다.
창준은 항상 생각하길 영주 쟤가 조금만 세상물정에 빠삭해도 나한테 시집은 안왔다싶어서 인지 영주의 철없음이 이처럼 고마울 때도 없단
생각에 저절로 입이 벌어지고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영주와의 결혼이 정말 꿈만 같아서 창준은 신혼여행 내내 그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