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의 모 한식당에서 영주는 미래 시아버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영주는 미래의 시아버지를 만난다는 생각은 전혀 않고 룰루랄라하며 차를 끌고 서울에서 이 촌구석인 안동까지 달려왔었다.
그런데 창준은 불쑥 그녀 앞에 나타나서는...
'우리 아버지'
창준은 분명 영주한테 한소리 듣겠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워낙 돌출행동을 하는 애인지라 어떻게 부모님한테 인사드려야 하나 나름데로 골똘히 생각해 낸 자리가 예고 없는 만남이었다.
'응? 아! 안녕하세요?!'
'어디 밥이라도 묵으믄서 보자'
'그럼, 제가 아는 한식당이 있는데 거기 가죠?'하며 창준이 말을 거든다.
갑자기 머리속이 멍한게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영주는 분명 창준에게 어른들 인사는 나중에 하자며 계속 미루어 오고 있었는데....우씨! 입이 저절로 실룩실룩 거렸다. 물론 그런 모습을 창준은 모르는 척 하며 살짝 지켜보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인지 식당은 조용했다.
식당 별채에 자릴 하고 앉자마자 종업원이 다가온다.
'여기 정식으로 하지예. 아버지'
'그래'
'영주씨도 정식?'
'아뇨!(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난 불고기 백반요(사실 이 예고없는 만남에 영준 좀 화가 나있었다)'
'저...불고기 백반은 1인분이 안되는데예'
'네? 그럼 2인분 주세요'(모기만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순간 창준과 그의 아버지가 그녀의 주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니 그 다 묵을수 있나? 음식 아깝게 남기믄 안되니깐 잘 생각하고 주문해라'
안절부절하는 창준과 달리 그의 아버진 그런 영주를 호기있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저도 정식으로 주세요'
종업원이 자릴 뜨자 잠시 어색한 침묵이 오갔다.
'흠! 흠! 그래 부모님들은 다 계시고?'
'네(잉! 이런게 싫었는데 아! 눈딱 감고 견뎌보자)하며 그녀는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그래..본은 어딘가?'
'예에...전준데요'
'그래..야가 맏이고 종손인건 알재!'
'예에...(힐끗 창준을 쳐다본 후)나중에 말해줘서 아는데요'
나중이라니? 하는 표정으로 창준의 아버진 창준을 뚫어져라 바라봤고 창준은 귓볼까지 벌개져서 아버지의 시선을 피하느라 고갤 제대로 들고 있지도 못했다.
더이상 물어볼 엄두를 못내는 건지 아님 정말 물어볼 게 없는 것인지 그의 아버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곧이어 종업원들이 음식을 차리고 나가자 마자..
'좀 약해보이네'
창준의 아버진 영주의 성격을 대강 파악하셨다고 판단해서인지 그녀의 기를 꺽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넌즈시 운을 띄웠다.
영주는 그냥 식사를 한다.들은건지 못들은건지...
창준의 아버지가 다시 헛기침을 하시며..
'흠! 흠! 좀 약해보이네!'
이때 창준이 모처럼만에 입을 연다.
'아버지! 얘가 얼마나 잘먹고 하는데요. 전혀 약한거하곤 거리가 멀어예. 한번도 아파서 낑낑 대는걸 못 봤는데요'
그런 창준일 그의 아버지가 콧잔등을 찔끔거리며 제지를 했고 그제서야 영주는 그런 창준에게 웃음을 보여줬다.
달그락! 달그락!
음식 먹는 일외는 전혀 아무 말이 오가지 않았다.
식사를 다한후 창준의 아버진 집에 들어가야 한다며 급히 서두르고 있었다.
영주가 한마디 했다.
'제 차로 모셔다 드릴께요'
'아 아이다(동네 사람들 보믄 우얄라고 큰일나재.아직 큰일도 안치뤘는데..)'하며 시급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버지 모셔다 드리고 올테니깐 그곳에 있어요.영주씨'하며 창준은 그의 아버지와 부웅하고 떠났다.
괜히 힘히 빠지고 기분까지 이상한게 꼭 신발에 X가 묻어 있는 것같이 영주는 툴툴거리며 걸었다.
안동은 창준과 데이틀 하면서 몇번와서인지 어느정도 거리가 눈에 익었다.
그녀와 창준은 사내커플이다.
그녀는 본사에 있으며 창준은 지방에서 근무하는 관계로 주말부부처럼 일주일에 한두번 보는게 고작이어서 영주와 창준은 항상 두번은 창준이 서울로 한번정도 영주가 안동에 오는정도로 해서 데이트를 하곤했다.
마침 이날은 영주가 안동에 오는 날이었고 그녀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씽하고 달려왔는데 난데없이 그의 아버지를 보게 되서 한마디로 면접시험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당한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의 아버진 날 떨떠름하게 보신게 분명한데....에이 좀더 잘해볼걸하고 뒤늦게 영주는 식당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주먹으로 그녀의 머릴 쿡쿡 쥐어박고 있었다.
한참을 그랬을까..
'많이 기다렸죠.영주씨'
만화방에 들어서며 그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