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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했다. 이 하늘 아래서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데 이 많은 사람중에서 어째서 보고싶은 사람. 꼭 만나야할 그사람의 얼굴은 없는것인가. 목련은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몇일째 그녀는 그를 찾아 헤메였다 그러나 그는 흔적도 없었다.
그녀는 망설이다가...그의 핸드폰으로 전활 넣었다 그러나 부재중 메시지만 울릴뿐 그는 받지 않았다 대체 어디서 뭘하는거야. 혹시 사고라도 난거 아닐까. 목련은 별별 생각이 다 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핸드폰 음성메세지에 목소릴 남기기로 했다.
"상..상우씨...아니, 상우야. 나 목련이야. 어딨는거니. 벌써 몇일째 널찾아 헤멨어. 이곳에만해도 정말 엄청난사람들이 사는데 왜 거기에 너란 사람만 없는거니. 내가 만날사람 그리고 꼭 만나야할 사람이 넌데..왜 너만 보이지 않는거니? 나...힘들어. 너무 지쳤어. 상우야 어딨는거니. 연락좀 해줘...있지..."
뚜뚜...
그녀의 목소리는 이어지지 못했다. 어느새 시간이 초과된것일까...메세지를 더 이상 남길수가 없었다. 제길..목련은 다시 전활 걸어서 두 번째 메시지를 남겼다
"미안...그동안 널 힘들게 한거. 널 모른척한거. 내가 나뻤어. 애써 내 감정을 숨기려한거. 용서해줘 상우야. 다시 만나면...널 다시 보게되면 이젠 그러지 않을게. 정말 잘할게. 상우야...돌아와. 난 니가 필요해. 상우야..."
전화기를 내려놓고서야 목련은 그제서야 보이는 느껴지는 진실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왜이렇게 멀리 돌아온것일까. 조금만 맘을 열었더라면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보았더라면 보이고 느껴졌을 진실들...그 진실들을 모른척하고 외면하고 애써 부정하고...그래서 이렇게 어렵사리 돌아오게 된 것이다. 못난 고집으로하여...
여러번 전화소리에 놀라고 발자욱소리에도 놀랐다 행여 그일까하여. 그러나 그로부턴 몇일이 다 되도록 연락조차 없었다. 시간이 지난다는 것이 이렇게 초조한 것이란걸 예전엔 정말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초침이 흐를수록 그래서 분바늘이 움직이고 시바늘이 움직여 시간이 갈수록 목련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이러다 정말 만나지 못하는건 아닐까. 영영 이별이 오는건 아닐까... 별별 생각들이 그녈 괴롭혔다. 어딨는지만 안다면 당장 달려나갈텐데 그래서 그를 찾을텐데... 점점 목련인 포기쪽으로 돌아서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마음이 없어진건가봐...
하루일과를 마치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다. 출입구앞에서 수위아저씨가 인사를 건네오셨다. 그렇지만 더 이상 말할 기력도 없어 목련은 그저 인사만 하곤 얼른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오늘따라 아저씨가 더 말을 걸고 싶으신가보다... 지금은 그저 쉬고 싶었다. 금방이라도 자리에 누우면 잠들어 버릴거 같다.
열쇠를 돌리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목련은 인기척에 놀라고 말았다. 누..누굴까..혹시 도둑이 든 것일까. 내심 두려움이 그녀를 엄습했다.
"누...누구세요?"
주방쪽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고 있었다. 목련은 조심스레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만일의 경우 위험하면 핸드백으로 내려치려고 도망쳐야지...그녀는 옆구리에 핸드백을 조심스럽게 끼고 접근해 갔다.
낯익은 뒷모습에 그녀는 설마하며..바라 보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일 리가 없는데...
환하게 웃으며 그가 돌아섰다. 마치 금방 만났다 다시 만난거처럼 그의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이제오는거니? 퇴근이 꽤 늦었구나."
"상...상우야...정..정말 너니..너 맞니?"
"뭐야.뭐. 죽었다 살아돌아온 사람을 보는거처럼...그런 표정을 짓다니..."
"정말이구나. 정말 맞구나! 정말 너..."
목련은 반가움에 에이프런을 두르고 요리책을 뒤져가며 열심히 뭔가 열중하던 상우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어딨던거야, 그렇게 연락 했는데...연락기다렸는데...연락도 안주고 무슨일 있는건 아닌지. 어디 아픈건 아닌지. 행여 사고라도 난건 아닌지...얼마나 전전긍긍했는데...그리고 혹시나 날 아예 잊어버린건 아닐까...얼마나 걱정했는데..."
"미안...그렇게 기다릴줄 알았다면 좀더 빨리 돌아오는건데...미안해."
"아니, 됐어! 됐어 상우야. 고마워. 돌아와줘서...너무..고마워. 그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감사하니까..."
"목련아!"
상우가 손에 들고있던 책자를 집어던지고 대신에 목련일 숨이 막혀올 만큼 꽉 안아주었다.
"보고 싶었어 너무나...그렇게 보고싶었어!"
"나두. 나두 그랬어. 여행을 다녔더랬어. 그냥 여기저기...울나라도 좁은거같은데 얼마 안되는거 같은데 돌아다녀보니 무척 넓더라. 안가본곳도 많고 볼곳도 많고...니 연락을 받은곳은 섬이었어. 핸드폰도 잘 안터지는 곳이었지. 그리고 충전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을 뿐이야."
그랬구나! 그랬던거구나. 다행이야. 그래도 날 잊은건 아니었으니...돌아올 마음이 없던건 아니었으니...목련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니 전활 받고 그야말로 심장이 멎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 내가 환청을 들은건 아닐까 싶어서 오는게 많이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돌아오기가 조금 겁나고 두렵긴 했어. 그나저나 괜챦겠어?"
"뭐..뭐가?"
"난 인제 실업자야. 아니 실직자지. 난 인제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걸. 그저 평범한 보통 사람일 뿐이야. 이런 남편을 맞아두...아무 불만이 없겠는지..."
"남..남편?"
목련은 비로소 상우가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것이란것을 알았다. 자신이 꿈꾸오던 멋진 말도 그리고 근사한 장면도 아니었지만 상우의 솔직하고 진지한 표정을 보며 목련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물론이야."
"사랑해 목련아. 나를 받아들여줘서 너무 고마워...나 노력할게.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남편, 아빠가 되도록..."
"상우야..."
목련은 목이 메여왔다. 이이상 무슨말이 더 필요할까. 이이상 그 어떤말이 더 멋질수 있을까. 그 어떤 장황한 말보다 훨씬더 솔직담백하고 진지한 말이...마음을 더 끌어당기고 있었다.
"우리 열심히 살자. 힘들어두...사랑하면서 우리 부모님들이 그랬듯 그리고 너네 부모님들이 그러셨듯...그렇게 사랑하며..."
목련은 고갤 끄덕였다.
"근데...사랑이 뭔지 알아? 상우가 생각하는 사랑은 뭔데?"
"사랑? 사랑이 뭔데?"
"사랑은 온화한거래. 오래참고. 온유하고...성내지 아니하며, 교만도 자랑도 아니하고..."
"어...그거 혹시 노래에 있는거 아냐? 뭐가 그렇게 기냐. 넘 복잡하고 머리아프다. 난 딱 세글자로 표현해 낼수있는데...."
"에개. 겨우 세글자로? 그게 뭔데?"
"바로...너!"
"!!"
상우의 말에 목련은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바로너라니..그럼 바로 나란 말인가...
"목련아 있지...내겐 니가 그렇다. 처음 니가 우리 옆집으로 이사오던 날부터 지금까지...쭈욱 내겐 니가 그랬어. 아픈 손가락처럼...늘 걸리고 걱정되고 생각나고...난 그런게 사랑이라 생각해. 하지만 이젠...아픈손가락은 되지마...그런거 이젠 정말 다신 하고 싶지 않거든..너무 힘들고 아프니까......대신에 이젠...나역시도 널...기쁘고 즐거운 모습으로 간직할게. 하나뿐인 내 아름다운 사람으로......결혼식은 빨리 올리자. 이이상 더 기다릴 인내심이 인제 없어졌거든...하루빨리 너랑 가정을 이루고 싶어..."
-에필로그-
상우와 목련의 결혼식날은 하늘도 축복하는 것처럼 날씨도 너무 화창하니 맑고 쾌청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결혼식을 축복하러 와주었다. 그들은 수없이 많은 인사와 축하메세지를 받으며 행복에 잠겼다.
결혼식이 끝나고 오신분들을 향해 상우와 목련은 일일이 돌며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상우야- 목련아-"
두사람은 자신들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할아버지가 자신들의 모습을 흐뭇한 듯 바라보고 계셨다.
"할아버지."
"잘 어울리는 한쌍이구나. 나이가 들면 죽어야한다는말이 이래서 나오는가보구나. 이 늙은이가 욕심으로 어두워서 하마터면 두사람을 갈라놓을 뻔하다니...혜안이 점점 어두워지는 모양이다."
"할아버지 그런말씀을...그렇게 생각지 마세요. 저흰 하나도 원망하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나...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잊지 않을께요. 이렇게 와주시고...축하해주신거."
"당..당연히 와봐야지. 내 손주와 손주며느리의 결혼식이 아니더냐..."
노인의 목소리는 감격에 잠겨있었다. 두사람은 누구랄 것도 없이 할아버지의 뺨에 그리고 이마에 키스를 했다.
"널보며 알았다. 상우야. 첨엔 너도 니아빠처럼 날 버리고 가는구나 싶어 몹시 서운하고 미워했지만...세상엔 돈보다 명예보다...더 값진 것이 있더구나. 난 이제껏 돈이 제일이고 전부이고...오로지 그것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남은게 없어...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사랑이야. 나같이 죽음을 면전에 둔 사람은...좀더 일찍 그것을 깨달아야하는데...내가 부끄럽구나. 돈도 명예도 재물도..결코 하나도 가져갈 수 없지. 그저 수의한벌과 내가 누울땅이 전부랄까...그리고 이름하나 덜렁 비석에 새겨지겠지. 너희아빠나 너나...그것을 알고있었지. 그러기에 그 부질없는 욕심을 아무렇지 않은 듯 던져 버릴줄도 알았던거야. 그런 아들과 손자를 두어서 난 정말 뿌듯하구나."
"할..할아버지..."
"잘살거라. 부디...오래오래 해로하고..부디 이 할애비같은 인생은 살지 말고 말이야...."
"....네..."
"더도말고 덜도말고...딱 손주가 생기는것만 보고갔음 좋겠는데 말이야...그것은 욕심이 될려나..."
하늘을 바라보며 웃음짓는 할아버지 뒤로 어느틈에 왔는지 상우의 부모님이 서 계셨다.
"아...아버님."
"아버지!"
할아버지가 서서히 그둘을 향해서 돌아섰다.
"미안하다...아가. 그리고 아들아! 나때문에...너희들이 그동안 힘들었겠구나...용서하거라."
아가라는 말이...아물래도 엄마의 눈물샘을 자극한 듯 싶었다. 눈물을 쏟는 엄마를 흘끗보며 상우는 목련의 손을 잡고 슬며시 빠져나왔다. 왠지 나머진 세사람에게 맡겨두는게 좋을거같단 생각이 들었다.
"여보게...사위!"
"네...어머님."
"우리딸 잘 부탁하네. 아직 하나도 할줄 모를거야. 다소 그렇더라도 자네가 잘 다독이고...함께 잘 살게...부탁함세."
"이렇게 잘 키워주시고...감사드립니다. 장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쁘게 잘 살겠습니다."
"고맙네..."
목련의 엄마가 상우의 손을 잡고 두드려주기 시작했다. 상우는 장모님을 꼬옥 안아드렸다. 상우가 목련엄마의 귀에대고 뭐라고 이야길하자 엄마가 유쾌하게 웃고 계셨다. 목련은 그말이 무엇일까 너무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신혼여행길에 오르며, 두사람은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목련은 차에 오르기전에 은근슬쩍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 뭐라고 했어요? 혹시 나 흉본거 아니죠?"
"글쎄다. 잘 기억이 안나는걸"
"엄마!"
"호호...알았다 알았어 내 이야기해주마. 이렇게 말하더라...장모님. 저 사위소리 싫습니다. 전 장모님 하나뿐인 아들 될건데요...라고. 아마 니신랑이...너뿐인 우리 맘을 헤아려준 듯 싶구나...마음씀씀이도 깊지..."
목련은 순간 가슴이 뭉클해져옴을 느꼈다. 자신도 생각지 못한것을...그가 먼저 헤아려주다니...내 기쁨에 넘쳐...하나뿐인 딸을 보내야하는 부모님의 웃음뒤로 아픈 그눈물을 헤아리지 못했다니...그 미안함이 목련의 마음을 아프게했다. 그런데...상우가 그것을 헤아려 준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 뭐혀..얼른 얼른 타고...떠나야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목련은 상우랑함께 차에 타서 손을 흔들었다. 갖은 풍선과 그리고 깡통들이 차가 움직일때마다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하는거다...한걸음 한걸음..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 아기들의 첫걸음처럼...부부로서. 그리고 인생의 반려자로서...그들의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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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나누어서 올릴걸
한꺼번에 올리고나니...죄송스럽습니다.
그동안...제글을 읽어주신분
용기주신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