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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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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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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회]


BY 프리 2003-05-17

-40편

"보라야 어쩐일이니?"

아무도 없는 텅빈 사무실 안에서 보라가 깜짝 놀라서 일어서며, 목련을 보고있었다.

이제막 사무실로 들어와서 퇴근할려던 목련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했다. 혹시, 상우를 기다리기 위해서 온것일까. 아마 그런것인지도 모르리라. 끝나면 데이트하기위해 그런것인지도. 작은 아픔이 그녀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 목련이네. 안녕. 잘지냈니?"

"음. 너는?"

"나야 뭐 잘지내지. 상우씨도 넘 잘해주고...요즘같으면 정말 살맛이 난다. 기집애 너두...용하씨랑 잘됐음 정말 좋을텐데. 왜 그랬니, 왜 헤어졌어?"

보라의 말에 비로소 잊고있었던 이름이 그녀의 가슴안에 살아났다.

한때 그녀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고 설레게 하던 이름...박.용.하. 한동안 그런데 그이름을 잊고 살았다니...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놀라워졌다.

"용하선배님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어 희선선배라고 왜..너도 잘 알지? 그 선배랑 다시 만났어. 그리고 알다시피 잘됐구...어자피 잘된거쟎아? 서로 더 사랑하는 사람끼리 맺어져야지."

"바보. 안봐도 비디오다. 니가 어땠을지...넌 넘 착해서 탈이야. 그렇게 착하기만 해선 세상을 살기 어려운데......봐, 착해서 얻은게 뭐니. 결국 넌...그 용하선배를 보냈쟎아. 그리고 결국 솔로로 남았구..."

"후훗 그런가. 착하면 손해본다는말이...어쩌면 정말 맞을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그땐 그사람이 가슴에 있어서 그사람만 보이고 ,들리고 그랬는데...어느틈엔가 사라지고 말았어. 지금은 그냥 덤덤해. 그리고 둘이 앞으로도 쭈욱 잘되었으면 좋겠어. 잘살아야지"

목련은 두사람을 떠올렸다. 지금쯤 두사람 뭐하고 있을까. 학교를 나온후엔 소식도 끊기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두사람의 최근 소식들이 궁금하긴하다. 아마 잘 살고있겠지. 이하늘 아래 어디선가...

"허이구 인물났다. 천사가 이곳에서 살고있었나보구나?"

보라의 말을 목련은 그냥 웃으며 넘겼다. 그녀가 뜻하는말이 무엇인지 잘 안다.

그치만 그녀는 그래도 이편이 좋았다. 어거지로 맺어져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사느니, 그래도 다소 맘아펐지만 그사람이 잘돼서 행복한 모습을 보는거 역시 나쁘건 아니지 않을까.

"상우씨 기다리는거니?"

"음.그래...오늘 우리 데이트 하기로 한날이거든. 근데 넌 이시간에 여긴 왠일이야. 지금 점심 시간 아니니?"

"어..어? 맞아 점심시간. 몸이 좋지 않아서 조퇴할려구..."

"아프니? 어디가...얼마나 아픈데?"

"어제 무릴 했나봐. 나 술 잘못하는거 너도 잘 알지? 근데 좀 마셨더니, 속이 좀 좋지가 않아서 조퇴할려구."

"그래, 그럼 얼른가서 쉬어. 약은먹은거니?"

"어. 먹..먹었어."

얼떨결에 말을 더듬었다. 상우가 사다준 것을 알면 보라가 어떤 얼굴을 할까.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차마 그말은 하지 못했다. 그것이 내심...목련의 마음한켠에서 보라에 대한 미안함으로 남겨지고 있었다.

"보라야. 데이트 잼있게하고...나, 그럼 먼저 갈게! 혼자있게해서 미안하다."

"어..어 그래 잘들어가. 괜챦으니까 신경쓰지말구..."

"음. 안녕"

목련은 보라가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을 보며, 사무실 문을 닫고 조용히 나왔다.

상우가 해준 배려덕으로 오늘은 더 이상 근무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목련은 오늘은 좀 무릴해서 택시를 타기로했다. 평소엔 무조건 버스를 이용하지만 오늘은 왠지 빨리가서 편안히 침대에 눕고 싶어졌다.

벌써부터 몸이 알기라도 하는 듯 축 늘어지고 있었다. 목련은 재빨리 빈택시를 보고 손을 들었다. 택시역시 쏜살같이 목련의 곁으로 달려오더니 그녀가 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튼날 아침, 목련은 어제 푹 쉰 덕으로 몸이 제법 가뿐해졌다. 최고의 컨디션을 느끼며 그녀는 이제 막 회사로 들어서고 있었다. 자못 심각해보이는 상우의 얼굴을 보며, 목련은 무슨일일까 궁금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쫓아가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볼수도 없었다.

궁금하지만 목련은 조용히 지켜보기로했다. 늦은 시간도 아니었건만 자신보다 더 빨리 출근한 사람들이 많았다. 목련은 경희를 향해서 컴을 켜고 쪽지를 날려보기로했다.

-하이, 경희씨. 좋은아침~~~!! 무슨일 있어요? 아침부터 분위기가 어째 좀 그래서...걱정이 되어서 말이에요

-하이, 목련씨. 좀 괜챦아요? 어제 아퍼서 조퇴한 거 들었어요.

-네, 덕분에 약먹고 푹 쉬었더니 좋아졌어요. 근데 왜그러는지 혹시 아세요?

- 아.니. 사실은 나도 잘 몰라. 아침부터 팀장님이 좀 이상해보이긴하지만... 무슨일인진 나도 잘 모르겠어. 감이 잘 안오는거있지. 암튼 이런날은 조심하는게 좋아. 괜히 잘못하면 바가지 뒤집어 쓰고 깨지는 수가 있으니까. 그리고 넘 궁금해하지 말아여. 조금있으면 다 알게되겠지.

-아.네. 조심^^ 경희씨도 조심하세요.

-땡큐.

아무렇지 않은 듯 경희가 목련을 보더니 윙크를 날리고 있었다. 목련은 그런 경희를 보면서 슬며시 올라오는 웃음을 감추기 위해서 고개를 숙였다.

상우가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목련은 슬며시 일어나 밖으로 쫓아나갔다. 대체 무슨일이람...왠지 목련은 상우얼굴에 드리운 그 그늘이 무엇인지 알고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슨일 있어요? 안색이 안좋아보여요."

"아니...아무일도 없어, 별거 아니니, 신경쓸거 없어요."

"......."

딱잘라서 말하는 상우의 말에 더 이상 물어봤자 소용없을거 같아서 목련은 사무실로 돌아가기 위해서 몸을 돌리려했다. 그때 그녀의 머리통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혹시..혹시 말이오..."

"네? 혹시 뭐요."

상우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대체 무슨 질문을 하는것이기에 그가 저렇게 망설인단 말인가. 목련은 너무나 궁금해서 상우를 다그쳤다.

"어저께 사무실에...들어왔을 때 혼자였소? 일테면 다른직원이라도 있었느냔 말이오"

"아,아뇨 직원은 저 혼자였는데요 근데 그건 왜 물으시는거죠?"

"아,그렇군. 알았소! 됐어요 이제 들어가봐요 그냥 궁금했을 뿐이오"

대체 왜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이지. 목련은 알수가 없었다. 어제 사무실에서? 사무실에서 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것이지? 그녀가 들어왔을 때, 직원은 분명 아무도 없었다 더군다나 다들 점심먹으러 갔구 그녀혼자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그 이유는 오전내내 궁금했지만 곧 바쁜 업무로인해서 머릿속에서 지워져갔다.






상우는 할아버지의 호출에 할아버지방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방문을 열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처럼 큰 의자에서 생각에 잠긴 듯이 앉아서 조용히 계셨다.
상우가 들어서자 그는 고개를 들었고, 상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상우는 건너편 의자에 앉아서 할아버지를 마주보았다.

"그래, 알아는 본거냐?"

"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정신이 없어서...아무래도 제가 차에 뒀다가 분실한거 같습니다 찾는대로 채워두겠습니다."

"저런..왜 그런 실수를 한게냐. 쯧쯧. 젊은애가 정신이 그렇게 없어서야...알았다. 하지만 앞으론 이런 실수를 절대 해선 곤란해. 알겠지?"

"네..고맙습니다."

"나가보아라."

상우는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방문을 나섰다. 비서의 호기심어린 표정을 뒤로한채 상우는 할어바지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왠지 마음한켠이 답답해져서 상우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제 사무실엔 그의 회사와 계약을 하기위해서 왔던 바이어가 두고 간 현금가방이 있었다. 그것도 거액이 든 현금가방이.

사실 그것을 받아들고 다른부서에 넘기러 가려는데 화장실로 급하게 목련이가 뛰어들어가는게 보였다. 무의식중에 따라갔는데 그녀가 속이 안좋은지 너무 고통스러워하는통에 아무생각없이 사무실로 돌아와 가방을 두곤 약국을 향해 달려갔었다.

그가 돌아왔을 때, 그 가방은 없어지고 난 후였다.

제길 어디로 갔을까. 행방이 묘연해진 가방을 찾아야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무턱대고 증거도 없이 사무실 직원들을 의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시각 사무실에는 목련이 혼자만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리라. 하지만 혹시또...하는 마음이 가슴한켠 지나간다. 사람이 돈을 보면 마음이 바뀐다고 하지 않던가. 한두푼도 아니고 거액이다보니 그녀의 마음이 잠시 흔들렸을수도 있다.

하지만 아닐거야...그녀가 그럴리가...갈팡질팡하다가 상우는 아까 아무것도 모르는 목련의 순진해보이는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럼 그 가방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하늘로 솟았을리도 없는데 땅으로 꺼졌을리도 없는데.

그부분에서 꽉 막혀버리고 말았다. 상우는 갑자기 다시 가슴이 답답해져와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냈다.

불을 당겨 빨자 그제서야 가슴속 한켠이 시원해지듯...안정이 오기 시작했다. 최근 보라아빠와 어울리면서 상우도 담배를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끊기는 정말이지 힘들었다.
갈수록 금연구역은 늘어가는데, 그래도 마약처럼 담배는 쉽게 줄지 않았다.

상우는 핸드폰을 꺼내서 보라아빠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지나자 화통한 보라아빠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아버님 저 상웁니다."

-오, 자네가 왠일인가! 이사람. 너무 반갑네 그래 무슨일인가.

"아버님 저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사실은..."

상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을 하곤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상우가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말을 마치자, 수화기 저편에서 화통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하, 이사람. 무슨사고친 모양이군! 알았어. 사내녀석이 그럴수도 있지 뭐. 난 다 이해하네. 걱정하지 말게. 내 해주도록 할테니. 자네 계좌로 붙이면 될까?

"고..고맙습니다. 은혜는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꼭 갚겠습니다."

-하하,개념치 말게. 자네와 나사이에...

상우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행여나 사실이 들어날 경우, 자칫 그돈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선 목련이가 범인으로 몰릴수도 있었다. 그것은 곧 쫓겨남을 의미하며 심할 경우 법적인 행정조치마저 받을 우려가 있었다.

그생각을 하자 상우는 어떻게든 이것을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모든일은 조용히 수습이 되었고, 마무리 될 수가 있을거 같다. 상우는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사무실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