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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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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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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회]


BY 프리 2003-05-17

-39편


목련은 다음날, 어제 마신 술이 깨지 않아서 고생을 했다.

아욱 속이야. 머리야. 속이 쓰려오고 신물이 넘어올 지경이었다. 게다가 머리까지 아퍼오고...정말이지 사람들은 어째서 이런술을 좋아하는것일까. 어째서 마셔대는 것일까. 목련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목련씨. 자기...솔직하게 말해봐. 어제보니 팀장님 약혼녀랑 아는사이 같던데..내말이 맞지, 응? 어떤사이야. 어떻게 아는거냐고. 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는거 있지. 분명 팀장님은 목련씨 자길 모르는 얼굴이었는데 말야. 그런데 아는 사이라니..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난 도무지 영문을 알수가 없단말야."

경희의 호기심어린 표정을 보며 목련은 잠시 말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했다.

망설이다가 목련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모른다고 말한 대도 그녀는 금새 알아버리리라. 게다가 세상에 거짓말이 통할까.

어쩌면 그것은 금새 발각될지도 모르는데...그때 새삼 다시 변명을 한다는것도 우수운 것이리라. 안보고 살사람들도 아니고, 얘길하자 싶어졌다.

그리고 거짓말하는건 너무 불편해서 목련은 별로 거짓말을 하고싶지가 않아졌다.

"네. 맞아요. 보라와 전 아는사이에요 "

"호, 그래, 아는사이라 이거지. 그런데, 어떻게 아는사이야? 너무너무 궁금해서 말이야. 호호 내가 원래 궁금한건 잘 못참거든. 목련씨 말해줄래? 정말 궁금해. 알고싶어 왜, 말하기 곤란한것이야? 그렇군 사연이 있는것인가봐. 그럼 넘 힘들면 하지마. 그러지 않아도 괜챦으니까. 난 싫은사람 붙들고 협박하다시피까지하면서 듣고싶은 고약한 취미는 없거든"

경희의 말에 목련은 슬며시 웃음이 났다. 같은말을해도 그녀는 참 맛있게 한다. 목련은 이런 유머가 있고 위트가 있는 그녀의 모습이 내심 부러웠다. 어찌보면 자신의 성격은 조금은 내성적이랄수도 있을테니까.

"아뇨. 별거 없어요 그냥...서로 아는사이일뿐이에요. 보라와 제가 친구거든요"

"아, 그렇구나...보라씨가 목련씨 자기 친구구나. 그렇구나. 그래서... 그러면 팀장님이랑도 아는사이겠네 근데 이상하다 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인것처럼 행동했어? 아. 회사라서 그랬구나 그치...자기 불편할까봐...역시 팀장님이다. 그런 배려까지 하다니..."

목련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최근 상우의 모습을 보면 모르는 사람 같은데. 괜히 자신이 나서서 왈가왈부 할수도 없다. 이런상황에 정말이지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어서 목련은 난감해왔다. 그래서 대답대신에 목련은 경희의 화제를 돌려보기로 했다.

"경희씨. 세상에 이런...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점심시간이에요. 점심먹으러 안가요? 점심 먹을시간 다 되었는데요"

"뭐, 벌써? 엇.정말이네. 무슨소리.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굶으면 쓰나. 내 사전엔 다이어트란 없습니다요 정말 언제 이렇게 시간이 갔지? 정말 시간 끝내주게 잘간다니깐. 가야지. 자기도 같이가자. 혼자먹음 맛없쟎아 같이가서 함께먹자"

목련은 거절을 하려다가 그래도 밥을 조금이래도 먹는게 낫겠다싶어서 식당으로 내려갔다. 속이 메슥거리고 기분이 별로 안좋은건은 아마도 속이 비어서 그런걸테니까.
적어도 뭐라도 위장에 넣음 한결 나아지겠지.

벌써 일찍온 사람들이 자리를잡고 앉아서 부지런히 수저와 젓가락질을 해대고 있었다.

경희가 식판을 들고 앉을 자리를 찾기위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목련은 순간 현기증이 나서 어지럼을 느끼며 경희에게 맡겨두고 있던 참이었다. 오로지 그녀는 지금
쓰러지지 않기위해서 안감힘을 쓸 뿐이었다.

"하이고, 저 진상. 왜 안왔겠나 했지. 벌써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앉아서 밥먹는 꼴 좀 봐.싸가지 하곤..저러고도 월급받고 싶을까 원. 정말 못말린다니까. 나보고 미스테리라고 하지만 난 건우씨가 더 미스테리야. 저러고도 안짤리는게 정말 신통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목련은 경희의 시선이 가는 곳을 바라보았다. 건우씨가 앉아서 열심히 식판을 향해서 수저질을 해대고 있었다. 흘끗 건우를 보곤 앉아서 목련도 식사를 하기시작했다. 또다시 속이 울렁거려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함께온 사람을 두고 나몰라라 나갈수도 없는 일이었다. 목련은 젓가락으로 밥알을 하나씩 떼어내 삼키기 시작했다.

"자기 왜 안먹어. 맛있게 먹어야지. 울엄마가 그러시는데 밥을 맛있게 먹어야 복이 들어온댄다. 난있지 뭐든 잘 먹어서 보는사람들이 내가 맛없는 음식을 먹어두 나 먹는모습만 봐도 막 먹고싶어진대 호호호 우습지 않아?"

목련은 망설이다가 경희에게 말을 하기로했다. 이대로 계속있으면 속이 뒤집혀 버릴거같다

음식냄새도 고역이고 출렁대는 속도 문제였다. 자칫 토하기라도 한다면...그건 정말 끔찍했다. 그러기 전에 어서 이 자리를 나서야해. 목련은 그런생각에 용기를 내어 경희를 돌아봤다.

"저. 경희씨 미안해요. 도저히 못먹겠어요. 솔직히 지금 별로 속이 좋지가 않아요. 아까부터 그랬는데 지나면 좀 괜챦을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도저히 안되겠어요. 아무래도 어젯밤에 술을 넘 무리했는가봐요. 먼저 일어서는 것이 예의가 아닌줄은 알지만...죄송해요 먼저 일어날께요"

"그..그래. 근데 정말 괜챦겠어? 진작에 말을 하지. 자기 얼굴이 무지 안좋아 보인다. 약이라도 먹어야하지 않을까? 아니아니 조금 누워있는게 좋을텐데..."

너무 미안해하는 경희의 얼굴을 바라보며, 목련은 얼른 일어섰다. 괜히 쫓아와서 그녀만 곤란하게 한건 아닌지 몰라. 그런 생각이 나자 슬슬 그녀에게 왠지 더 미안해져 오고 있었다.

"괜챦을거에요 정아프면 약국갔다 올께요 고마워요."

"미안, 목련씨...내가 미리 알아서 챙겼어야했는데...미안하다"

"아,아뇨 경희씨. 괜챦아요. 그러니까 그런소리 말아요 경희씨가 뭘어쨌게요. 잘못한거 하나 없어요 그러니 안심해요. 잠시 시원한 바람이라도 쐬면 나을거에요. 그럼 먼저 실례할께요"

목련은 재빨리 일어서서 식판을 가져다 두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거같은 느낌이들자, 후다닥 뛰다시피 화장실앞으로 급하게 걸어갔다. 누군가 툭하고 부딪혔지만 지금은 그것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죄..죄송합니다. 제가 좀 급해서..."

목련은 재빨리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건넸다.

"욱."

그녀는 잽싸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변기를 붙잡고 먹은 음식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몸안에 있던 것들이 시원스레 목을 통해서 넘어오고 있었다.
몇 번의 토질 끝에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들겨 보았다. 한결 나았다.
모두 쏟아서인지. 속이 조금 괜챦아지고 있었다.

목련은 물을 내리고 밖으로 나와 차가운 물에 얼굴을 씻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안도 헹구어냈다.

"괜...괜챦은거요? 내가 뭐 도울 것은 없는겁니까?"

생각지 못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목련은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상우가 걱정스런 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상우가 여기에 온 것일까,언제부터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인지. 혹시 아까부딪혔던 사람이 상우였던 것일까.

"앗...네...네...괜챦습니다."

"아까 얼굴이 넘 창백해서 걱정했었는데...괜챦다니 다행이네요. 혹시 그래도 모르니까 이거 먹어요. 약국에서 물어보고 사왔는데 효과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약사말로는 잘 들을거라 하긴했는데... 안그래도 어제 좀 무리를 하는거 같더라니..."

목련은 아무말없이 상우가 건네주는 약봉지를 향해 손을 내밀어 약을 받아들었다.

어느틈에 그는 약국으로 달려가 이 약들을 사온것일까. 그 생각을 하니 왠지 그가 주는 따뜻함에 목이 메어오기 시작했다. 나에겐 이제 무관심한줄 알았는데...

"고..고마워요"

"아프지말아요. 아픈거만큼 힘든것도 없으니까. 그리고, 그 약먹고 빨리 힘내요!"

"네. 그럴께요 팀장님."

"그리고 오늘은 그만가서 쉬세요. 아플땐 충분히 쉬어야하는거 알죠? 대신에 내일 건강하게 출근하는 겁니다."

"그..그러지 않아도 되는데요"

"그렇게 하도록해요. 이건 명령이니까요 설마 상사의 명령에 불복종하겠다는 것은 아니죠?"

목련은 그런 그의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목련이 말없이 웃다가 네라고 말하자, 상우는 휙 돌아서 총총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의 말에 왠지 바보처럼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의 이런 자상함이. 배려가. 그녀를 울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잘해주는거야. 이제 그에게 마음을 주면 안되는데...왜...왜.......!

이미 그는 남의 사람이고, 그리고 이제 잊어야할...그런 사람인데. 이런 따스함이 배려가 그에게 이끌리게 하고있었다. 지금의 그에게선 왠지 예전의 상우의 모습이 보이고, 느껴졌다. 내가 알고 익숙한 그 모습이...

정신차려, 목련! 안돼. 안된다고....게다가 이제 그는 친구의 연인일 뿐이야.

그래...잊을뻔했다...그는 이제 보라의 연인이며, 약혼자일 뿐이다.

그 사실에 목련은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툭 떨어지고있는 눈물을 훔쳤다. 비로소...목련은 자신이 잃어버린게 무엇인지를 알았다. 너무나가까이 있어서 손을 뻗으면 언제라도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곳에 있어서 알지 못했던 것을...

그것은 사랑... 너무나 갖고싶지만 이젠 갖을수도 갖어서도 안되는...그런 것

이제 그사랑은 나를 보고 등을 돌린채 멀어져간다. 그리고 다신 아마 돌아보지도 돌아오지도 않겠지.

왠지 한없는 쓸쓸함이목련의 가슴을 치고갔다.

이제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해가야한다. 그것이 그녀의 현주소이며, 현실이니까.
목련은 맘을 다스리려 애써 노력하며, 봉지안에 들어있는 약을 향해 손을 뻗어 약봉지를 뜯은다음 물약과 함께 알약을 삼키기 시작했다.

삼키면 흡수되어 사라지는 이 알약처럼 비로소 느껴지는 그녀의 이 고통도 그대로 흡수되어 사그라 들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