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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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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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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핑키~ 2003-04-17



나는 그를 선배라고 불렀다.
오빠라는 호칭은 왠지 낯간지러웠고, 그냥 선배..그게 편했다.

그를 만난 이후로 내 삶은 변하기 시작했다.
뭔가 생기발랄 하다고나 할까..?
축 쳐지고 초라한 싱글의 모습은 이제 더이상 나의 것이 아니였다.
나도 어느새 애인 있는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은근히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했다.

그것도 보통 애인이랴...
킹카라고 소문난 사람을..후훗...
정말 구름위에 탄듯 하루하루가 내겐 행복이자 기쁨이였다.

하루에 두번씩 전화통화를 했고, 삐삐를 쳐댔다.
메세지를 확인하는 즐거움..
데이트라고 있을때면, 난 거울에 구멍이 날듯 쳐다보곤 했다.


그는 반듯했다.
키는 훤칠하지 않았지만, 그것 빼고는 군인으로서
매너도 좋았고, 어느것 하나 빠지는게 없었다.
더군다나 나를 좋아해 준다는것...고마웠다.
이 천연기념물을..후후..

어느덧 우리과엔 내가 열애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뭐에 홀린듯 열중했다.


가을축제 기간중에 ROTC 행사가 있었다.
3~4학년 선배들이 애인과 동행해서 참석하는 행사였다.
마침 토요일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날인데,
그가 하도 졸라대는 통에 지는척 하고 넘어가버렸다.

"꼭 오는거지? 기다릴께..."
"알았어요..."

헤어진후에 난 바로 옷을 사러 갔다.
예쁜 보세집에 들러서 처음으로 치마를 샀다.
아니, 치마는 예전에도 사봤지만, 그게 언제더라...
암튼, 대학새절 내내 치마라고는 안입던 나였는데...
내가 생각해도 참 많이 변했다.
콩깍지가 씌인건지..원..

드디어 토요일..
자꾸만 올라가는 치마를 붙잡으며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약속장소로 갔다.

잘 신지않던 구두는 자꾸만 벗겨질듯 불편했다.
저쪽에서 그가 나를 알아보고 달려온다.

"와....예쁘네..."
"정말? 고마워요.."

군인들의 행사는 처음이였는데, 참 멋있었다.
각자 애인들과 입장하는데, 후배들은 칼을 높이 들어
터널같이 길을 만들어 주었다.

결혼식에서나 볼수 있었던 모습..

팔짱을 끼고 그 길을 걸어 들어가는데,마치 결혼이라도 하는것 같았다.
뿌듯한 마음이 자꾸만 들었다.

' 이 사람이 내 사랑일까...

내 짝일까...?'


다과를 들면서 군인들이 준비한 무예며 태권도..
그런것들을 감상했다.

그는 시간내내 나를 다뜻하게 배려해 주었다.
집으로 바래다 주면서 참 고마워했다.


그를 만난지 6개월정도가 흐르고 있었다.

그 일이 있기전까지..

나는 그이와 내가 계속 잘될줄 알았다.
어쩜 결혼까지도 할수 있을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