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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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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핑키~ 2003-03-30


태환이를 만난 이후로 내가 좋아하는 요일은 수요일이 되고말았다.
길을 가다 작은 귀걸이를 사더라도 자꾸만 그애가 생각났다.

참 이상했다.
둘이서 오래 사귄것도 아니요,
데이트를 많이 한것도 아니건만,왠지 나랑 잘 맞을것 같은 예감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거우 수업시간에나 마추쳤을 뿐인데..

드디어 법학과 시간,
저기서 나를 알아보고 성큼성큼 걸어오는건 태환이였다.
가슴이 다시 방망이질을 해댔다.

"지은아! 안녕? 잘 지냈니?"
"어..응..너는?"
"나도...뭐 음료수 하나 뽑아줄까?"

옆에서 은정이는 뭐가 그리 웃긴지 자꾸만 웃어댔다.
그날, 처음으로 우리집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날 저녁부터 전화기 옆에서 보초를 섰던건 두말할것도 없었다.

전화가 오지 않으면, 내일은 오겠지..매일 그랬다.

어쩌다가 학교 광장에서 태환이를 마주칠때면, 그 휜칠한 모습..
환한 웃음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태환이는 적극적으로 대쉬를 안하는 것이였다.
어쩌다가 밖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은정이랑 다른 남자친구를
데리고 나와 꼭 같이 만났다.
그런게 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흔하지 않은 순수함 이랄까..
그런것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몇개월 후, 우린 여전히 학교에서만 마주치며 지냈는데,
어느날, 은정이가 벤치에 앉아 말했다.

"태환이랑 잘되가니?"
"글쎄... 뭐 학교에서 만나는것 뿐이지.."
"태환이도 너한테 마음은 있는것 같은데..실은 그애 예전부터
알고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뭐라고?"

"태환이는 끝냈는데, 여자애가 계속 물고 늘어지는것 같더라."
"그래서? "

"어제도 도서관 태환이 자리에 그 여자애가 와서 앉아있더래..
본 애가 한둘이 아니라더라.."
"그..그랬구나.."

여자친구가 있었을거란 예상을 왜 못했을까...
바보..
그렇게 훤칠하고 성격좋은 남자가 애인 하나 없다는게 말이
안되는거지..

서운한 마음이였다.
진작 말이라도 왜 안했을까..
태환이에게도 서운했지만, 그 여자애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싶었다.
'나보다 더 예쁠까?'


태환이가 내게서 서서히 멀어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만의 생각이였을까..
어느덧 우린 만나는 횟수도 더 줄어들었고,
태환이는 수업시간에 안보일때도 종종 있었다.


언제인가, 태환이가 우리집에 전화를 한번 했었다.
처음으로..그런데 내가 집에 없어 통화를 하지못했다.
집에 돌아와서 얘길 듣고 어쩜 나만의 짝사랑 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했다.

우린 인연이 닿지 않는다고..

여름방학을 앞두고 법학과목이 종강을 했다.
'이젠 더 이상 만날수 없는거겠지..'

은정이와 헤어져 교문쪽으로 내려오는데, 전혀 예상못했는데,
광장에서 친구와 있던 태환이를 보았다.

'나를 보았을까? 그냥 모른척 할까?'
모른척 가던 나의 발걸음을 태환이의 목소리가 붙잡았다.

"지은아! 지은아!"
"어? 안녕"

"오랫만이네.. 너 많이 예뻐졌다."
"어? 그러니..? 후훗.."

왜 연락이 없었느냐고, 왜 적극적으로 오지 않는거냐고
따져묻지도 못했다. 이 쑥맥은..

썰렁한 안부인사만 건네고 뒤돌아서 내려오는데,
한줄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이 바보야...내가 그동안 얼마나 너를 생각했었는데..
내가 너한테 얼마나 예쁘게 보이고 싶어했는데..
그거 아니..'

그 애를 생각하며 발랐던 분홍 립스틱..
처음 입어보았던 스커트..
예쁜 귀걸이가 나의 흐느낌에 달랑거렸다.

처음으로 만났던 남자친구..태환이..
이젠 그를 놓아주어야 할것 같다.

내 첫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