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모회]
x월 x일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너 시간있어?"
"왜 그러는데?"
친구왈
"옷좀사러 가게."
그애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버렸다.
옷을 사러가는데 뭘 놀래냐고 한다면
정말 뭘 모르시고 하는 말씀
이친구 정말 최진실도 알면 울고갈만큼
'왕왕왕왕왕 쨘순이'이기 때문이다
딸둘에 아들하나인 그녀.
외동딸이라 부모에게 유산도 물려받아
넉넉하건만 얼마나 짠순이인지 모른다
화장품 절대 안산다.
주위에서 얻거나 샘플만 사용한다.
애들옷 얻어서 입힌다.
절대로 안사준다.
겨울엔 그나마 자기옷 풀어서
다시 짜서 입힌다.
택시는 절대 안타고
그나마 왠만해선 시내조차 나가지 않는다.
그런와중에 부업거릴 열심히 찾는 그녀다
구슬꿰기 부품조립하기
암튼 안해본게 없다는 그녀.
그렇게 모은돈 한푼 안쓰고 모조리 인마이 통장이다.
늘 청바지 몇장에 티몇개로 그렇지만
깨끗하고 깔끔하게...란 슬로건을 내걸던 그녀가
어느날 다른사람도 아닌
자신의 옷을 산다는건 그만큼 큰 사건이었다.
"야..너 무슨일있어?"
그제서야 친구...솔직히 고백을 한다
그친구 사실은 첫애가 입학을 했다고한다
평소대로 갔던그녀
쭉쭉빵빵...미스인지 미시인지 헷갈리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해보이는 학부형이 이제 막된
엄마들 속에 그야말로
'움메 기죽어'하고 말아버렸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른체
어느날 날라온 '학부모 소집'
부랴부랴 학교에 갔던그녀
얼떨결에 임원이 되고 말았는데...
모두들 정장 혹은 가죽잠바...를 입고
쫙쫙 빼고 와서 그야말로 자신이 초라하고
참 한심해 보였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이제 겨우 옷하나 장만해 볼라고 한다고.
위로 올라갈수록 사실 엄마들이
겪어봐서 그러려니..하는데
이제 일학년인 아이들인 경우에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 없는법.
행여나 비교될세라...
안절부절 노심초사인 그녀는
드디어 중대한 결심을 하게되었다고
[아이를 위해서 내가 못할게 뭐냐]
그래서 아이를 위한 슈퍼엄마가 되보겠다는 그녀의 포부를 들으며
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전혀 안변할거 같던 그녀가 변하는걸 보면서
왠지 씁쓰름했다.
[바르게 착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라
니이쁨 니가 받는거여!]
라고 말해주시던 엄마가 문득 생각이 났다.
분명 우린 우리 어릴적보다 물질도 더 풍요롭고
좋은나라에서 살고있다.
하지만 나는 의심스럽다
과연 우린 그때 엄마들보다
자녀교육을 더 잘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