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에게서 느끼던 차가운 냉기.. 오늘은 더욱 강하게 느낀다.
나를 스쳐지나가는 그..
어머니..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그녀..
어머니는 어쨋든 아버지한테 사랑은 못받으셔도 그럭저럭 사실수 있지만 그녀는 제가 오늘 이일을 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고 살아도 죽는거나 마찬가지에요.. 그녀를 도와야 해요..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의 등을 향해 칼끝을 꽂는다.
그의 피부를 지나 뼈를 스쳐 내장으로 파고드는 칼을 느낀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이기분.. 튀는 피..
정말 질 좋은 칼이다.
연쇄살인범은 그 살인의 맛에 빠져서 저지르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어본적 있다. 살인의 맛.. 그리 나쁘지 않다.
연달아 날리는 칼..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그러 든다.
피는 빗물에 섞여 주변으로 흐르고 나는 주저앉는다.
나는 사람을 죽였고.. 그는 죽었다..
피가 흐르는것을 아까워하지 말아라. 네놈의 부인은 평생 너만큼의 아니 너보다 더한 피를 몸으로 마음으로 쏟으며 살았을거다.
저기서 인기척이 들린다. 누가 오나보다.
그사람의 비명. 경비동으로 달려간다.
나대신 나를 신고해 주어라. 나는 이미 씻을수 없는 죄를 짓고 있다.
그녀가 보고싶다. 어머니가 보고싶다.
그둘을 앞으로도 볼수 있을까... 사랑해요 당신.. 사랑해요 어머니..
저멀리 삐보삐보 경찰차 소리가 들린다.
나를 잡아가려는 그사람들...
이상황에 그녀가 걱정된다. 아직도 침대에 묶여있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 더하게 감금되어 있을텐데.. 그녀를 풀어주고 일을 처리할걸 그랬다. 그녀는 누가 풀어줄 것인가..
조사를 받고 재판을 받고 모든일이 일사천리로 진행 ?榮?
사람들은 그녀가 당한 학대에는 관심없고 불륜에 빠져 감히 변호사님을 죽인 사악한 놈으로 나를 취급한다.
법을 하는 놈들은 다 비슷한 패거리라서 마치 동료가 당한일을 자기가 당한일처럼 몸서리치며 나를 대한다.
돈많은 나의 아버지가 열심히 나를 살리려고 했지만..
나는 범죄가 잔인하고..괘씸죄까지 합쳐져서.. 살기가 어렵게 ?榮?
나의 사형선고가 있던날. 촌스러운 나의 어머니는 신성한 법정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판사에게 달려들어 법정에서 쫓겨났다.
가엾은 나의 어머니.. 처음으로 후회의 감정이 밀려든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여러번의 재판과 구금이 있었지만 그녀는 한번도 내게 오지 않았다. 그녀가 걱정된다. 그녀가 이럴리가 없는데..
그녀에게 일이 생긴 것일까.. 그녀가 보고싶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왔다. 건강한 모습으로..
집행이 있기 전전날 그녀는 내게 왔다.
그때와는 다른 활기가 보인다. 역시 그를 죽이길 잘했다.
하지만 조금 질투는 난다. 난 곧 죽을것인데 말이다.
그녀는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린다.나에게 왜그랬냐며 눈물을 흘린다.
플라스틱 창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서로를 만진다.
한번만 그녀를 만져본다면 더이상 바랄게 없을것 같다.
그녀에게 아직껏 한번도 오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고싶지만 관두기로 했다. 그녀도 나름대로 복잡했겠지.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행복한 이야기를 해준다.
나의 아이를 임신했단다.
하늘로 날아갈것 같은 기분.. 그녀에게 고맙다.
그녀는 나의 아이를 잘 키워줄것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나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내가 가장사랑하는 여인에게 나의 씨를 남겨주고 간다.
이젠 죽어도 덜 억울할 것이다.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그리고 두밤이 흘러 나의 집행일..
밤새 한잠을 못자고 떨었다. 온몸을 떠느라 몸전체가 쥐가 날 지경이었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났다. 그녀는 ?喚?울고있다.
그렇게 울면 힘들어요.. 울지말아요.. 난 괜찮아요..
내 아이를 꼭 낳아서 사랑으로 키워줘요..
그녀에게 마지막 유언을 하고 나는 집행장으로 향한다.
내얼굴에 봉지가 씌워지고.. 내목에 밧줄이 걸리고..
내가 앉은 의자가 치워진다.
주마등이란 말을 실감한다. 목이조여오며 내가 태어나자마자 울부짖던 생각.. 아장아장 걷고.. 힘들게 일을하고.. 그리고 부자가 되고 ..내인생 최고의 행복이자 불행인 그녀를 만나고.. 그리고 그놈을 만나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의식이 점점 희미해 진다.
사랑해요.. 당신.. 제발 행복하고.. 더이상 남자는 만나지 말아요..
이젠 멋지게 사는거에요..
사랑해요.. 보고싶어요..
안녕.. 안녕.. 내인생의 전부였던 그녀..
안녕.. 내 어머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