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도착하면서 내가 제일먼저 한일은 그녀를 욕탕에서 정성스레 씻기고 - 온몸의 상처때문에 조심하느라 목욕을 다시키고나선 나는 맥이다 빠질 지경이었다.-옷을 갈아입히고 쌀과 야채와 고기를 사서 다져서 죽을 끓여 그녀를 먹이고 그리고 침대에 누워 푹 쉬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다음날까지 푹잤다.
나는 그녀옆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나역시 피곤한데도 도저히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그녀에 대한 안쓰러움과 내가 잠이들면 그녀가 사라질것 같은 기분과 부끄럽지만 그놈에 대한 불안함으로 잠을 청할수 없었다.
성욕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만 보면 뜨거워지는 내몸을 감당할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상처를 입고 아기처럼 쉬고 있는 그녀를 보고 욕정을 느낀다면 그건 사람이 아닐것이다.마치 갓낳은 나의 아기같은 그녀.. 사랑스러움과 애틋함으로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나는 밤을 지샜다.
그녀가 나를 깨운다.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밝게 여명이 오는것까지 느꼈는데 어느새 잠이 들다니.. 내가 피곤은 했었나보다.
해가 중천이라고 창밖을 가리키는 그녀.. 벌써 정오가 지났다.
그녀는 제법 오래전에 일어났다고 했다.
잠든 내가 힘들어보여서 그냥 뒀다고.. 걱정되서 한참을 지켜봤다고 한다.. 어디 아픈곳은 없는지 하고..
한심한 여자.. 자기몸이 그런주제에 내생각은..
눈물이 핑돈다.
그녀는 나를 위해 식사준비를 했다고 했다. 나는 화를 냈다.
힘든데 일을 하면 어떡하냐고.잠시 시무룩 해지는 그녀를 보고 나는 그녀를 안아주며 달랜다. 앞으론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냥 내옆에 있어주면 된다고 다짐을 받아본다.
멋진 식탁.
얼마안되는 재료로 마술을 부린것 같다.
양념이 제대로 없어서 그냥 기본으로 있는걸로만 했다고 쑥스러워하지만 그녀는 퍽 요리솜씨가 있어보인다. 아주 맛있다.
도대체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고 요리도 잘하고 착한 그녀를 그놈은 왜 학대를 했을까. 나쁜놈.
그녀의 몸이 많이 좋아보였다. 우리는 외출을 하기로 했다.
제일먼저 바다를 구경했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봄바다의 바닷바람이 차다. 그녀의 마른 어깨를 안아주고 그녀는 내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녀에게 앞으로 나의 계획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이제 더이상 그녀를 괴롭힐 사람은 없으리라는 것도.
그러나 여전히 그녀는 불안해 보인다.
나역시 내심으로 불안한데 그녀라고 다를수 없겠지..
그녀를 위로하며 우리는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고 맛있는것도 먹고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져서 저녁이 될무렵에는 둘다 많이 기분이 좋아진 상태였다.
아파트 근처에서 약간의 회와 술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급하게 옷을 벗고 서로를 탐했다.
행복하다.
우리는 그렇게 몇일을 최고의 행복을 느끼며 부부처럼 살았다.
내인생에 이렇게 행복한 날은 다시 없을거라 생각하며 즐기고 있던 어느날..
우리는 저녁식사로 짜장면을 시켜놓고 티비를 보며 과자를 먹으며 서로를 만지며 깔깔거리고 놀고 있었는데..
딩동.. 짜장면이 왔다.
냅다 그녀가 과자가루를 묻힌 얼굴로 달려간다. 귀엽다.
대뜸 문을 열어준 그녀.
그런데 앉아서 티비를 보던 내 몸이 차가워진다. 기분이 이상하다.
무언가 주변이 서늘해진 기분.. 이기분은 어디서 많이 느껴본 기분인데..
맞다.
바로 공원에서 그놈과 처음 마주쳤을때의 기분이다. 설마 어떻게 알고..
문쪽으로 가본다. 역시 그놈이다.
그녀는 내가 알수있을만큼 벌벌떨며 서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얼굴이다.
그놈은 나와 그녀를 번갈아 쳐다본다. 역시나 별다른 분노의 빛이 섞이지 않은 차가운눈빛.
더러운년..그놈이 그녀를 쳐다보며 내뱉는다.
그놈은 현관문을 닫는다.
쾅 하고 닫기는 현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