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은 내가 이상해졌다고 했다. 어딘가 자신없고 주눅들어 보인다고 했다. 나는 나의 변화쯤은 개의치 않았다. 내가 지금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것이 그렇게 한순간에 그에게 빠져버릴수 있었을까. 첫눈에 반해서 스토커가 되어버리는 사람의 마음을 알수 있을것 같았다.
그가 날 좋아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를향해 무섭게 집착하는 스토커가 되었을것이다.
그의 어딘가 거칠게 막다루는듯한 그의 행동.. 좋다가도 갑자기 이상해져버리는 그의 행동이 날 당황시키면서도 나는 그에게 중독당한 사람처럼 그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약간의 연애기간을 마치고 결혼에 골인했다.
작은 전셋집에서 시작해 그가 제법 크다는 로펌에 들어가고 우리의 살림살이도 그럭저럭 윤택해졌다. 딸을 낳았고 그아인 예뻤다.
남들은 나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나는 숨이 막혔다.
결혼을 하면서부터 그는 나를 더 옥죄기 시작했다.
신혼여행에선 나는 바깥구경을 못할정도로 그에게 '강간'을 당했다. 나를 사랑해서 그러는줄 알았다.그러나 섹스하면서 그는 늘 눈을 감았다.
연애시절엔 신경쓰이지 않았지만 몇일을 당하면서 그가 날 보는것을 못보았다. 그는 나를 보지 않으려는 사람 같았다. 스킨쉽도 없었고 그는 발정나면 그냥 달려드는 짐승처럼 나에게 덤비고 눈을 감았다.
나는 점점 메말랐고 더더욱 아팠다.
돌아오면서도 그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나의 심장은 그때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잘못?榮募?기분 이건아니다 라는 생각이었지만 난 그를 너무 사랑했고 이미 결혼은 해버렸다.
밖에서의 그는 너무나도 다정다감했다. 우리친정집에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식당종업원에게까지 그는 다정한 미소를 보이며 매너있게 행동했고 모두는 그를 좋아했다. 엄마와 아빠는 사위를 너무 사랑해서 늘 남에게 자랑하고 철철이 보약을 지어오며 나에게 복이 많음을 강조했다.난 아무에게도 내 남편의 얘기를 할수 없었다. 그랬다간 난 바보가 될것이다. 사람이 이상해지는건 순식간이니까.
그는 나에게 외출을 금지시켰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것도 물론이었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라치면 어찌알고 귀신같이 전화를 했다.
난 전화기에 벨소리가 들리면 떨어질것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전화를 받으러 달려갔다. 자주오지는 않지만 예정없는 전화를 받기위해 난 늘 대기를 하고 있었다.
유일한 나의 외출은 헬스클럽에 나가는 것이였다. 그는 자신을위해 나의 몸을 완벽하게 다듬을것을 요구했다. 강요로 나가는 헬스는 죽을맛이었다.
집은.. 완벽해야했다. 먼지가 있으면 안되고 냉장고도 가구도 거울도 번쩍거려야했다. 그의 맘에 안들면 어김없는 그의 눈빛이 나에게 날아들었다. 심장을 주먹으로 맞는것처럼 아팠다. 수시로 나에게 듣도보도못한 욕설을 퍼부었다. 폭력은 없었지만 그 어떤 폭력보다 난 그의 무관심과 매서운눈빛과 욕설에 지쳐가고 길들여졌다.
나는 그의 노예였고 한마리 집지키는 개였으며 매독이 옮을 염려없는 전속섹스파트너였고 남에게 마누라라고 보여지는 전시용 마네킹이였다.
그는 그렇게 가두고서도 늘 나를 의심했다. 그 흔한 컴퓨터도 집엔 없었다. 주부채팅에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무렵 그는 내앞에서 컴퓨터를 부수었다. 나는 내 머리가 망가지는것 같았다. 채팅같은거 해본적도 없는데 난 큰죄를 지은사람처럼 그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이혼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그는 대단한사람이다. 하다못해 친정도 그의 편으로 만들만큼 능수능란한 사람손아귀를 빠져나갈 자신은 없었다. 죽고싶었지만 무서웠다. 나는 그런 나의 무서움을 경멸했다. 난 너무 약했고 바보가 되어잇었다.
그에게 지쳐서 어떻게든 빠져나갈려고 발악을 할무렵 그만 나는 임신을 하고 말았다.
나에게도 모성애가 생긴다는것이 놀라웠다. 아이를 지키고 싶었고 사회적으로 번듯한 그 아이의 아빠가 탐이났다. 아이는 자랑스러울것이다. 그는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잘하니까 아이에게도 잘할것이다.
나는 십개월동안 아이때문에 행복했다. 그리고 자신의 태어나지도 않은아이에 대한 지독한 사랑때문에 더불어 나도 그에게 약간의 애정을 받았다. 아이덕분에 나는 매일같은 그끔찍한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바람쐬는것을 기회로 제법 외출도 했으며 그의 눈빛 욕설 그리고 지독한 청결주의 에서도 해방되었다. 사람들이는 것을 싫어하는 그가 일주일에 두번 도우미아줌마를 불러주었고 그가 배에 귀를 대고 입을 맞추면 나는 그와 결혼하고 처음 맛보는 이런 기분에 행복했다. 그는 변한것 같았다. 나는 아이를 낳으면 완전히 변할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 희망은 아이를 낳고 절망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