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남편은 나의 첫번째 사랑이었다.
후후 우습지 억울하다 억울해..
남편이 지랄같을때 여자들은 첫사랑을 기억하며 그 추억으로 산다던데 비극적이게도 나에게 첫사랑은 내 남편이었다.
감정이 메말랐던가 하다못해 어린시절 학교 선생님 조차도 사랑해본적 없었다.
젊은시절 -내가 언제 젊었었던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나는 그냥 그런대학에서 그럭저럭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인기는.. 많았다. 남자는 늘 끊이지 않고 있었다.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난 남자를 다룰줄 알았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영향으로 절대로 '몸함부로 굴리는짓'은 하지 않았다. 내몸에 낙인이 찍히지 않을정도로 난 그들을 다루고 그들을 즐겼다. 남자들 다루는 법은 간단하다. 나는 그들로 부터 여왕처럼 떠받들림당하고 스케쥴관리를 하며 남자를 다루었다. 나는 돈한푼 들지 않고 대학사년동안 맛있는것 먹고 예쁜옷도 사고 좋은 구경도하며 '재미나게' 보냈다.하지만 늘 지루했다. 사랑을 해보고 싶었지만 사랑만은 할수 없었다. 그대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나는 그냥 그런 대학을 졸업하고 그냥 그런회사에 그냥 그렇게 취직해서 하루하루를 돈을 벌며 보내고 있었다.
남편은 가난한 고시준비생이었다. 나의 회사에 가끔씩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타나곤했다. 타이프를 치기도 하고 외부에 보낼 많은 우편물의 우표를 부치는 등의 단순한 일이었다. 그는 몇개의 과외아르바이트와 몇군데의 회사에 일이 많을때 동원되는 잠깐의 일거리 등을 맡으며 고시준비를 한다고 했다. 별로 좋은대학졸업자가 아닌 그가 그야말로 그어렵다는 시험에 통과할거라곤 대부분 믿지 않았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끔씩 나타나던 남편이 안보인지 몇개월.. 나는 가끔 그가 생각나긴했지만 그닥 궁금하진 않았다. 말쑥해진 양복차림으로 갑자기 내눈앞에 나타난건 그가사라진지 몇개월 후였다.
그는 햇살을 등에지고 햇살보다 더 환한 미소를 띄며 내 앞에 나타났다. 그때 나는 '눈이부시게 멋지다'라는 말을 그때 무슨말인지 알수 있었다. 밥을 먹고 늘 해바라기를 하기위해 앉아있던 벤치에 혼자 앉아있었던 나는 거울을 보고싶었다. 립스틱을 고치고 매무새를 보고싶었다.갑자기 그앞에서 내 방심한 모습을 보이는게 부끄러웠다.
그는 내 옆에 앉아서 합격사실을 얘기해주었다. 그리고 나를 오래전부터 좋아해왔지만 말할수 없었다는것과 나와 사귀고 싶고 나와 결혼하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그리고 나와 걷고싶고 얘기하고 싶다고 나의 팔을 잡아끌었다. 나의 의견을 전혀 듣고있지 않았지만 나는 햇살아래 그의 미소를 보고 그에게 반해버렸고 나는 그길로 그를따라 갔고 그날 나는 그에게 오래전부터 지켜온 나를 주었다.회사는 그 다음날로 사직통보를했다. 회사에서 욕을하건말 나는 아무 상관없었다.
나는 이미 그에게 한눈에 빠져버렸으므로.. 그건 정말로 그의 합격여부와 상관없는 그런것이었다
그는 나를 미친듯이탐했다. 정신없을 정도의 색욕이었다. 나는 그를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는 나를 가두었다. 집에만 있기를 바라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확인전화를 하고 어쩌다 허락을 받고 겨우 친구들과 만나러가도 엄청나게 울리는 삐삐에 나와 친구들은 질려버렸다. 그리고 그가 정한시간에 맞춰서 땀을 흘리며 뛰어가야했다. 힘들었지만 나는 그와 그의 방식에 마약처럼 중독되어버렸다.
마치 쓴 술처럼 쓰지만 달콤했다. 어느정도 그의 구속을 즐기는것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