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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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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봄햇살 2003-03-07

스스로 나의 웃음소리에 놀란 나는 그만 자기로 한다.
남편의 자는 틈을 비집고 침대에 눕는다. 남편의 단잠을 방해한다면 그는 나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처음같이 잤을때 깊이 잠든 남편의 팔을 베고 누었다가 그의 잠을 방해한것에 대한 얼마나 심한 질책을 들었는지 나는 잊지 않는다. 벽을보고 몸을 모로누워 눈을 감고 있는다. 꿈인지 생신지 구별이 안가는 나의 잠.. 나의 잠은 청난 등장인물과 엄청난 스토리와 방대한 배경화면이 등장하는 대작 영화같다.
그것도 음울한 대작영화.
멀리서 새소리가 들린다.. 대작영화의 끝은 늘 새소리다.
삐릭삐릭 삐릭삐릭 삐릭 기분나쁜 새소리..
바로 남편이 나에게 골라준 자명종의 새소리이다.
자명종속의 새는 남편의 심부름꾼이다.
남편이 요구한 시간에 기가막히게 울부짖으며 나에게 남편의 시중을 요구한다. 대작영화의 주인공이며 관람객이었던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새소리에 잠을 깬다. 양쪽으로 벽과 남편의 등이 있다.
어느게 진짜 벽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자잘한 꽃무늬가 벽이고 살색의 기름기오른 그것이 남편의 등이던가..어쨌든 나에게 그것들은 다 벽일 뿐이다..
나를 막고 있는 벽들 그것 분이다.
부시시 좀비처럼 일어나 남편을 위한 요리를 한다.
금방 끓인 국만을 먹는 그를 위해 약간의 국을 끓이고..
밥그릇의 바닥에 깔릴정도의 밥을 푼다.
매끌매끌 우리의 식탁은 금방이라도 밥그릇을 밀어떨어뜨릴만큼 반질거린다. 이집 바깥주인의 지독한 청결탓에 이집 안주인이 힘을 주어 박박 닦은 덕분이다.
갓 차린 아침밥상은 내가봐도 마치 잡지책에 나오는 상차림처럼 먹음직하다. 그래야 그가 먹기 때문에 나는 어느정도 푸드스타일리스트수준이 되어있다.. 깔끔하고 정돈된 밥상.. 그가 좋아하는 것중의 하나이다.
그를 깨우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 남편과 함께 있으면 두근거리는병은 그와 결혼하고 얼마 안되어 생긴 병이다.
어딜가도 치료할수 없는걸 알기에 나는 포기하고 살았다..
이젠 나의 심장두근거리는 소리를 들을경지에 다다른 나는 이제 심장두근거림을 나의 친구려니 하는 마음으로 산다.
그가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고 머리를 빗고 밥을먹고..
언제나처럼 아무런 대화가 없다.
나는 그를 종종걸음으로 따라다니며 그저 두근거릴 뿐이다.
그는 밥을먹고 언제나처럼 인상을 쓰며 현관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항상 아침에 그와 눈 마주쳐본적 없고 그의 말을 들은적도 없다.
그저 나의 심장두근거림을 눈치챌까봐 또 두근거릴뿐..
이제 현관문이 닫히며 나의 심장은 언제그랬냐는듯 평온해진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소파에 주저 앉는다.
이러기를 십년이 다되간다.
나의 결혼생활은 이처럼 이유없는 두근거림 그것이었다.
아니 이유는 있었다..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