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같이 학교를 다녀와 집으로 돌아온 지영은 요즘 집안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음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근래에 들어 자주 누군가의 전화독촉을 받고 있었고 그런 엄마도 별 말씀이 없으신채 가끔 깊은 한숨만 내쉬곤 하였으니까.. 말씀은 없었어도 집안이 경제적으로 무척 어렵게 됐다는 사실을 얼마 후 이사를 가게 되면서 지영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보증을 잘못 서게 됨으로 해서 이 큰집을 내놓고는 작은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런 아버지는 자식들이 걱정할까봐 아무 내색을 하지 않으셨고 지영이도 그런 말없는 아버지를 위해서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이젠 지영이도 부모님의 경제적인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과 함께 아르바이트자리를 알아 보러 다니기위해 온 시내를 돌아 다녔다. 갑자기 변화된 집안환경에 지영이는 한동안 몹시 지쳐 있었다. 그때 지영이는..문득.. 동규가 보고 싶었졌다. 이럴때 동규는...왜.. 전화 한 통.. 없는걸까.. 그러고 보니 동규를 안 본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군대를 갔나..그럼 간다고 전화 한 통이라도 할텐데.. 보고싶다..전화 연락이 안되는 동규가 괜시리 원망스럽다.. 한동안 힘든 마음을 정리하고 얻은 아르바이트 자리.. 결국은 친구의 언니가 하는 낚시점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 걱정과 호기심어린 모습으로 지영은 열심히 일을 했고 그렇게 차차 적응해 가면서 낚시점에 찾아오는 손님들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늘 찾아오던 손님중에는 어느덧 단골도 한분 두분 늘게 되었고 이젠 그런 손님들과도 농담을 한 두마디 주고 받을 만큼 아주 절친한 관계로 발전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낚시점에 자주 찾아오시던 연세 지긋하신 노신사 한 분이 넌지시 지영에게 말을 건넨다. "지영씨..애인있는가?" "네? ㅎㅎ 아뇨.." "구래? 그럼 내가 중신좀 서도 될까?" "ㅎㅎ 그러실래요? 어디 멋진 남자라도 있나요?" "구럼~ 있지.." "누군데요?" "우리 아들놈.." "네??" 이렇게 반 농담으로 주고 받던 중매얘기는 날이 갈수록 집요하게 계속 되었고 낚시점의 주인인 친구 언니도 적극적으로 지영의 중매에 앞장서 나서 주었다. "지영아~ 그 분 아들 나도 잘 아는데..그 남자 정말 괜찮아~" "어머..그래도 그렇지 무슨 중매야 언닌~ 고리타분하게.." "야~연애라고 뭐 별수 있니? 그러지말고 한번 만나봐라.." "뭐하는 사람이래요 ?" "웅 신문사 기자라는거 같지?" "어휴~ 그래여?" "그래..그냥 부담같지 말고 함 만나봐봐,," "글쎄.." "그 아들..서울에 있는데 주말에 자주 내려 온데..함 만나볼래?" "음..생각 좀 해보고여.." 이렇게 뜻하지 않은 소개로 지영은 그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중매의 선입견을 깨고 자연스럽고 편하게 만나고 싶다는 지영의 뜻으로 어른들 없이 친구 언니만 나와서 서로 간단히 소개만 시켜주고는 단둘이 남게 되었다. "안녕하세요..정 경호입니다." "네..최지영이예여.." 기자라는 선입견때문에 지영은 그 남자가 몹시 예민하고 까다롭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선입견일뿐 그 남자는 참 따스하고 상대방을 아주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남자였다. 그 남자도 지영이가 몹시 맘에 드는 듯.. 남들이 보면 마치 다정한 연인사이 같은 그런 첫 만남을 가졌다. 예고없이 만난 새로운 인연.. 지영과 경호와의 관계는 그렇게 생각지않게도 점점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