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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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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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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카모마일 2003-02-02

대학들어 첫 미팅 이였다.
고교때도 미팅은 수능 끝나고 한 반팅이 전부였다.
같은과인 윤아가 자기 고교동창들과의 미팅을 주선 한거였다.
윤안 대현외고를 나왔다.
자기네 학교서 잘나가는 애들만 섭외를 했다며 우리도 과에서
잘나가는 애로 데려가야 한다는 말이 돌았을때 작은 원성도 샀다.
주선인 윤아를 제외하고 나까지 포함해서 5명이 나갔다.
과 친구들이 뽑혀서 나가는 우리에게 갔다와서 얼마나 괜찮은
킹카들이 나왔는지 얘길 해달라고 우스게 소릴 했다.

약속장소인 신촌의 '미펠'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어 예전에 몇번 와본적이 있었다.
그때 주인 언니가 대학생이 되면 알바 자리 준다고 했었는데....
아직은 대학생활에 적응기니까.....좀 이르고
나중에 ...알바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품족인 해연이와 다희가 먼저 나와 있었다.
둘다 아주 쭉쭉빵빵으로 세련되게 차려입고 나왔다.
내 이름이 세련인데.....난 이름값도 못하게 입고 나왔는데...
오늘의 우리쪽 킹카는 둘이 될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서 주인언니에게 인사를 건넸다.
대학 붙은것 축하한다며 내 단짝인 서연이에 대해서 물었다.
서연인 유성대 불문과에 붙었다고 얘길 해주었다.
나중에 나와 서연이에게 꼭 알바하라고 언니가 먼저 말해 주었다.
빈말만은 아닌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다짐을 받고 둘이 앉아있는데로 갔다.

내가 오고 좀 있자 윤아와 나머지 둘이 왔다.
윤아도 그 둘도 해연이와 다흴 보며 웃었다.
오늘 정말 물이 좋아야 할텐데 .....숙희의 말에 우린 웃었다.
윤아가 카운터로 나가더니 곧 남자애들과 함께 왔다.
아까 들어오면서 입구쪽에서 본 애들이였다.
그땐 3명 뿐이였는데.....

우리 앞으로 자릴 잡고 앉는 남자애들중 하나가 나와 눈이 만났다.
나도 그애도 ....말없이 보고만 있었다.
서현민.....고교때 교외 동아리인 '또래스'의 같은 맴버였다.
학교선배가 소개 시켜준 시내고교생 모임.
주로 책과 영화에 대해서 주제를 정해놓고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가지는 동아리였다.
난 일학년 가을 부터 참가했는데.....
모두들 실력들이 쟁쟁한 아이들만 있었다.
남녀공학 애들이 모임 주도를 많이 했는데....서현민은 이학년때
동아리장 이였다.
열심이 였고....분위기를 재미있게 잘 이끌어 주는 리더쉽도 있었다.
첨엔 나도 흥미가 있어 꽤 열심히 했는데....중간부터 들어가서 인지
먼저 시작한 여자애들의 텃세가 좀 심해....2학년 부턴 띄엄띄엄
나가기 시작했고 삼학년이 되면서는 수능 탓에 거의 안나갔다.
일학기에 2번 정도 나갔고.....수능 보기전에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보자는 말에 서연이와 나갔다.
그때 이후로 연락을 안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서현민을 보다니 ....좀 뜻밖이였다.
다른 애들에 비해 그리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그래도 의외로
뜻이 잘맞던 남자애 였다.
서현민은 좌중을 끄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카리스마가 있는
남자애였다.
정규맴버가 35명 정도 되었고 친구얘기에 호기심을 보이며 가끔 나오는 유령맴버도 서너명쯤 되었는데 학년이 바뀌면서 서현민이 회장이
되고 나서부터는 그런 유령 맴버가 사라졌다.
정규맴버로 30명을 정하고는 다른 맴버는 더이상 못나오게 했다.
그때부터 또래스 모임이 활발해졌고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서현민의 결단력에 마음이 끌린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현민은 내가 다가가기엔 너무나 많은 난관이 있는 남자애였다.
같은 학교 여자애들의 바리케이트도 무시못하지만....다른 경쟁자들도
만만찬았다.
더구나 서현민은 자신의 인기도를 알고 있는듯 해 보였고...괜한 신경전 펼치고 싶지 않아 난 중간에 포기 했다.
그러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에 서현민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있었다.
전화번호를 아직 까지 기억하고 있으니.....
그런 서현민을 여기서 만나다니....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웬지....어색한 기분도 들었다.

서로 통성명이 오가고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주선한 윤아가 파트너를 정하자고 했다.
찍기가 어떠냐는 한 남자애의 말에 숙희가 그건 너무 노골적이라며
거절했다.
한표도 안찍히는 아인.....얼마나 쪽이 팔릴까.....
나도 그건 싫었다.
해연이와 다희는 어떤걸 해도 상관없다는 얼굴이였다.
서현민과 안다빈이라는 애가 모두의 표적이 되었다.
해연이와 다희가 둘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계속 둘하고만 얘기를 하곤 했으니....
다른 남자애들은 둘에게 말을 건네긴 했지만 짧게 답해버리는 둘의
태도에 초반부터 관심을 접고 있었다.
다른 애들도 그 둘보단 좀 그렇지만....나름대로 괜찮은 애들이였다.
숙희도,여진이도 서현민과 안다빈을 보고 있었는데...그둘에게 밀린
남자애들 처럼 다희와 해연이에게 밀린 여자애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돌아가는 모양새가 우스워 난 자꾸 웃음이 나오려 하는걸 간신히 참고 있었다.
남자쪽 주선자가 고전적인 방법을 쓰자면서 소지품으로 파트너를 정하자고 했다.
우리쪽에서 각자의 소지품을 내놓았다.
테이블 밑으로 가방을 내려 소지품을 하나씩 꺼내 올렸다.
가방에서 금방 잡히는 것으로 내놓았는데....올려놓고 난 좀 당황했다.
아침에 나오면서 화장대 위에 있던 엄마의 향수모음에서 병모양이 예뻐서 들고 나온 향수샘플이였다.
생각보다 향이 짙은 opium.....
앙징맞은 병과는 달리 향이 은근히 강한 향수였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5개의 소지품은 누구건지 금방 알수 있는 검은색 에 금테가 둘러진 유명한 샤넬 립스틱과 지갑,자이리톨 껌통,그리고 나와 이름만 틀린 향수 쁘아종.
샤넬 립스틱을 꺼낸 해연인 의미있는 웃음까지 짓고 있었다.
옆의 다희도 같은 미소로 웃고 있었고.....
숙희와 여진이의 얼굴이 굳어져 가는 걸 보고 주선했던 윤아의표정도 밝지 않았다.
남자애들도 우리쪽 반응을 감지 했는지 선듯 집지 않고 있다가 윤아가
빨리 고르라고 채근하자 그중 한 애가 지갑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차례로 하나씩......
지갑과 껌통은 테이블에서 사라졌고....
향수가 두개라서 서현민과 안다빈을 제외한 다른 한 남자애가 망설이고 있었다.
해연이와 다희의 속 뜻을 알고 있는데.....굳이 그 두애들이 걸리길
바라는 맘이 없는 그 남자앤 향수을 보며 망설이고 있었다.
순간의 긴장감이 스쳤다.
두 향수중에 하나가 다희것인줄 알고 있는데 누구것인지 모르니....
좀 흥미진진한 흐름이 돌고 있었다.
안다빈이 흥을 깨고 샤넬을 집었다.
이제 남은건 서현민과 아까의 그 남자애....
모두의 시선이 둘에게 모였다.

"먼저 골라...남는걸 내가 할께..."
서현민의 말이였다.
그걸 보고 내가 손을 뻗었다.
왠지 초조해 하는 그 남자앨 구해주고 싶었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오퓸의 샘플병을 가방에 넣으며 웃는 날 보며 갑자기 서현민이 말했다.
"내가 그거 할께..."
이럴수가....
모두의 반응이 나와 같았다.
구겨지는 다희의 얼굴만 빼고....
서현민의 말은 모두의 허를 찌른 것 같았다.
본의 아닌 실수[?]을 한것 같아 난 다희와 그 남자애에게 미안한 맘이 들었다.

숙희와 아진이의 고소해 하는 얼굴....
해연이의 다희에 대한 안스러움.....
순간에 일어난 일이였다.

우리가 그러고 있는데 서현민이 일어섰다.
"파트너도 다 정하고 했으니 이제 그만 나가자...."
안다빈이 따라 일어섰고 모두 엉거주춤 자릴 털고 일어섰다.
졸지에 난 서현민의 파트너가 되었다.
다희의 짜증스런 얼굴이 옆으로 스쳤다.
날 원망하는 듯한 얼굴이였다.
그렇게 서현민이 괜찮다는 거야...
서현민이 아니라도 괜찮은 남자애들 많이 만날것 같은데....
아마도 ...서현민이 자길 선택하지 않았음에 화가 났음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내게 눈짓 하는 서현민을 따라 나섰다.

벌서 차를 뽑았는지.....산타페가 있었다.
정말 둘이 킹카였다.
안다빈도 카키의 세피아를 가지고 왔다.
나머지 세명은 뚜벅이였고.
다희는 해연이와 함께 안다빈의 차에 올랐다.
난 서현민의 조수석에 앉았고.....
숙희와 아진이가 내게 잘해보라며 웃어줬다.
좀 얼떨떨한 기분이였다.

서현민은 능숙한 손놀림을 자랑하며 신촌에서 한강둔치로 차를 돌렸다.
이현우의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아무말 없이 노래가 흐르고 있는 차안이 좀 답답했다.
침묵만 하고 있는 서현민도.....
나도 달리 할 말이 없고.....
사실 난 많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수능보기 전에 한번 보고 ......이번에 다시 본건데....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서 인지....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미팅 시작하기전에 반갑게 인사나 먼저 할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 이렇게 어색하진 않았을 텐데.....
근데 ...서현민도 내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잖아....?
얘도 어색해서 였을까...?
침묵이 점점 더 깊어 지는걸 느꼈다.
내가 먼저 .....말을 건네 볼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차가 한강변에 다 다랐다.
카페로 들어갈 생각이 아닌지 서현민은 차를 한강이 마주보이게
주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