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석은 누구의 소행인지 밝히기 위해서는 모든 대원들을 용의선상에 두고 수사를 시작할 참이다. 물론 그 중엔 대장도 포함되었다.
우선 그는 시체를 부검할 여건이 되어 있지 않아, 간단하게 검사와 조사를 마쳤다. 하지만 이렇다 할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상처를 낼 수 있는 도구나 상황을 생각해 내기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누가 이런 짓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왜 하필 사람의 뇌를 가져 갔을까? 단순히 시체처리 과정에서 사라진 것인가'
대개 살인사건의 시작은 살인동기를 가진 사람들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몇 되지 않는 대원들 중 누가 하루끼에게 원한을 가진다 말인가.
영석은 대원들의 간단한 신원확인이 가능한 파일을 조심스럽게 살펴 보았다.
대장은 이식팀의 상황을 보고 받으면서 별도의 지시를 내린다.
"기후나 주변 상황은 어때?"
"바람이 약간 강하게 불지만 작업에는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트루먼의 낭랑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들려 온다.
그는 벌써 일주일째 이식작업을 진행중이다.
일주일 전에 이식할 이끼들은 모래바람에 그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저 속에서 생명력을 가진 생명체가 솟아 올라 거대한 문명의 기원이 될 터이다. 인류의 문명이 거대한 강에서 시작되었다면 화성에서의 인류는 저 이끼들의 생사에서 비롯될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일년 후, 화성의 이식 가능한 지역 모두를 성공리에 마칠 것이고, 그러면 인간이 살수 있는 대기 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면 제2단계 프로젝트를 실행 할 것이다. 꿈이 현실로 다가 오는 것이다.
"트루먼. 우선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귀환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
"출발시 다시 연락줘."대장은 마이크를 끈다.
그리고 먼 곳에 시선을 둔 채 말없이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 이미 식민지화된 화성을 담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요즘 한 가지에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렵다. 그럴 것같으면 금방 머리가 깨어질 듯 아파온다. 아스피린를 복용하면 다소 진정되지만 일을 하는 데 지장이 많다.
지금도 머리의 통증이 시작되어 약을 찾았다.
물과 함께 약을 가져온 대원이 물었다. "안색이 안좋아 보입니다."
"작업에 신경을 쓰다보니 그런 것 같아. 곧 괜찮아 지겠지."
그녀는 태연한 체 한다. 하지만 몸이 점점 나빠지는 건 사실이다.
처음 그런 일이 있고나서 더욱 약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특히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행동 할 때가 많다. 자신의 정신을 잃게 되면 사건이 벌어지는데 그런 자신이 무서워 진다. 하루끼나 루이의 행방불명도 자신이 완전히 이성을 잃은 후 벌어진 사건들이다. 그래서 자신이 한 것 같은데.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간단한 작업진척 상황을 보고하고, 곧 이어 후발대로 출발한 일련의 우주선으로 부터 통신이 연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