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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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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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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향기지기 2003-01-11

드디어 집에 왔다. 정말 몇개월 만인가.
"지현씨!"
지현과 소효는 깊은 포옹을 했다.
"어머님은?"
"어제 고모 수술 하셨거든"
"아... 부산 계신댔던?"
"어. 그나저나 너 이제 표시 많이 난다"
"그래? 벌써 6개월이다"
소효는 오자마자 소파에 눕고, 그 옆에 앉아 지현이 배에 손을 얹어 본다.
"자기야 다리 좀 주물러줘"
"그래. 피곤했지?"
지현은 30분 정도 다리를 주물더니 갑자기 부부방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는 화장품 하나를 들고 나왔다.
"지현씨 마사지 해줄려구?"
"그래. 배 마사지"
"뭐? 얼굴이나 해줘!"
"싫다! 내가 남편들이 아내 임신하고 트지 말라고 마사지 해주는게 얼마나 부러웠다구. 내 권리 침해 하지마"
"권리? 후훗, 관둬! 나중에...."
"마누라 얼굴 보기가 이렇게 힘든데 언제 마사지 해줘?"
"맞어. 우리 3개월 만이지?"
"물론. 네가 병원 오는 것도 눈치 보인대서 못가구"
"그래 해줘봐. 아주 시원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지현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흰t셔츠를 올리고 크림을 손에 묻혀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줬다.
"어때? 시원하지?"
"그래! 정말 좋다. 나 이대로 잘 것 같애."
"들어가서 자. 여기 불편하잖아."
"관둬."
몇시간이나 잔 것일까.
밖은 어두컴컴 했고, 소나기가 내리고 난 뒤 세상은 눈부시게 조용했다. 지현은 아내가 깨어날 때 까지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또 쓰다듬어 줬다.
"몇시야?"
"9시"
"깨우지. 도대체 몇시간을 잔거야? 7시간 동안? 좀 심하다 그지?"
"그동안 피곤했잖아."
"그래두 선배들이 많이 도와줬어. 결혼 한것도 알고, 임신 한것도 아니깐. 그리고, 치프 선생 잔소리도 좀 줄고."
"고맙네. 인사라도 하고 싶다"
"이번 12월달 까지만 이라도 버틸려고 했는데... 내가 주위 사람 한테 피해가 많더라구 그래서 그만 둘려구"
"그럼 레지던트는?"
"모르겠어"
소효는 애써 웃어 보였다.

다시 병원 생활이 시작 되고 다행히 임신 초기 보다는 몸이 무거워졌지만 날씨도 많이 풀리고, 체격이 뒷받침 되어 졌다.
몸무게도 무려 13kg나 불었다. 근데 7개월에 들어서면서 아랫배가 단단해지며 당기는것이 느껴지곤 했다.
그럴때마다 그럴려니 하고 넘겼다.
전문의가 되기 전까지 완벽하게 모든 일을 수행하는 것이 바램이었지만 아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건 당연했다.
삐삐가 울리며 나를 찾았고, 나는 급히 뛰어나가다가 그만 배의 통증
을 느끼고 하얀 벽이 모두 무너지는 느낌을 받으며 의식을 잃었다.
수술실에 들어와서 간간이 의사와 간호사가 주고 받는 말이 들리곤 했지만 이내 잠속으로 빠져버렸다.
그녀가 눈을 뜬 시간은 하루가 지난 후.
특실이었다. 곁엔 남편과 참담한 표정의 그녀의 부모님. 그리고 시어머니가 서있었다.
"엄마!"
"그래. 그래 이것아. 혼자 얼마나 힘들었어?"
"... 미안해"
"이제 괜찮아"
"아이는?"
"... 인큐베이터에"
참담했다.
"의사 선생님 좀 불러줘"

"선생님 애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몸무게는 1.5kg구, 더 지켜봐야 하지만 폐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여서 호흡 곤란과 소화 장애, 뇌출혈 등의 고비가 있을 수 있어요.
70일 정도 후면 퇴원 가능 할꺼구요"

의사와 상담이 끝난 후 소효는 얼굴 표정까지 사라졌다.
창가를 바라보고 모로 누워 말도 하지 않은채 혼자 있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하지만 지현은 옆에 있겠다고 고집했다.
하룻밤을 새고 나서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
"아이 보고 싶어."
둘은 면회 시간에 맞춰 신생아실 앞에 섰다.
건강한 아이들 틈 새로 인큐베이터에 누워 있는 마른 아이.
소효는 온몸이 떨려와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조차도 없었다.
미안했다. 임신 한 내내 식사를 불규칙적으로 해결했고, 꺼리는 일도 많았다. 유산의 고민도 했으며, 가끔은 커피와 술도 마신적이 있었다
인턴이라는 일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공부도 해야 했기에 몸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는 그걸 이겨낼꺼라고 믿었던 내가 어리석었다는걸 후회했다.
처녀때나 임신을 했을때 조차 산부인과 병동에서 젖을 물리는 엄마를 볼때마다 몸매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군. 저러다 남편 바람 피우면 자기 탓은 없다고 생각하니 말이야. 하며 혀를 찼다.
근데 아이를 낳고 보니 엄마의 심정이 그게 아니다.
가슴 가득 아이를 안고 젖을 물려 주고 싶은 심정. 이게 아마 진정한 여자의 특권이 아닌가 싶다.

모든 고비와 싸워야 하는 저 힘없는 아이를 보살펴 주소서.

아직까지 3개월 정도는 더 엄마 뱃속에 있어야 하는 아이다.
근데 홀로 누구의 도움 없이 싸워야 하는 내 아이가 가엾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