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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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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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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하니 2002-12-30

- 다시 현재-

그때 남편이 늦었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내눈에 뭐가 단단히 씌였던 거야.사랑에 죽도록 목말랐던 나니까.
사랑자체를 위해서 사랑을 , 결혼 자체를 위해서 한 결혼같이
느껴졌다, 현주에겐.
하지만 이미 시계추를 결혼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느새 열한 시가 넘고 아침햇살이 창틈으로 들어오고
남편은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
이쁜딸 아영이는 어느새 엄마를 간지럽히며 엄마가 빨리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현주의 눈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어이구, 강아지 깼져? 배고프지? 엄마 미안."
" 엄마, 맘마 줄꼬야? "
" 그럼~ 우리딸하고 엄마하고 맛있게 먹어야지."
현주는 배위에 아영이를 눕히고 볼을 부벼본다.
뭐가 그리 좋은지 그녀를 이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존재로
생각하며 매일 방실거리는 아영이를 보면 현주의 마음은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 그래. 내가 태어나서 잘한 것이 있다면 우리아영이를
천사같은 아영이를 만난거야.엄만 널 영원히 사랑해.'

띠리리리리 ~ 띠리리리리
전화벨이었다.사실 전업주부인 현주는 집에서 제일 귀찮은 일중
하나가 쓰잘데기 없는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거였다.
아 ~ 깜박했네. 발신자표시 전화기를 사야하는데..
할 수없이 전화소리가 듣기싫어 수화기를 든다.
" 나다!"
전혀 반갑지 않은 소리 .바로 시어머니였다.째지는 듯한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메아리쳤다.
" 너 , 정신이 있냐, 없냐! 민기한테 전화했더니 아침도
굶고 나갔더라. 아영이는 밥은 먹였냐.쯧쯧쯧~ "
툭..뚜뚜뚜...
언제나 이런식이다. 가타부타 무슨 말하기도 전에 아니
변명이라도 하기전에 새벽이건 오밤중이건 할 말씀 있으시면
언제나 전화해서 당신말만 하면 끝인 시어머니.
한마디로 현주는 질렸다.
어쩌면 현주가 이혼을 결심한 데에 시댁식구들의 공로도 큰지
모르겠다.아니 시댁식구들이 큰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전업주부인줄 뻔히 알면서 애키우고 살림하는건
아무것도 아닌 그야말로 아무일도 아닌 일로 치부하며
혹시나 얘가 일이라도 시작하나 싶어
항상 전화안부는 그거다." 야야, 너 집에서 뭐하냐.
아영이랑 노냐? 팔자 참 ~ 편하다.네 서방은 너랑 딸내미
먹여살리겠다고 밤낮으로 일하는데..너는 편안하게 따뜻한
집구석에서 있는게 미안하지도 않냐.그래서 내가 결혼해서도
일할 여자를 만나라 한긴데..."
현주는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언제나 저 구속에서 벗어날 수있을까. 시댁사람들
절대 정상이 아니었다.
현주는 외치고 싶었다.
어머니, 제발 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며 속긁는 소리
그만하세요.
어머니, 저 애키우고 살림하는거 노는거 아닙니다.
애아빠가 돈이라도 실컷 쓰게 갖다주는줄 착각하시는가 본데요
저요 결혼해서 지금껏 백만원이상 받아본 아니 오십만원
이상 받아본 적없고 치사하게 딸랑 식비만 얼마 받아썼어요.
그 잘난 아들때문에요.
라고 현주는 벽에다 대고 무슨 독백을 중얼거리는 배우처럼
벽에다 대고 소리쳤다.가슴이 후련했다.
현주가 시댁에 대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그거였다.
하고싶은말 혼자 벽보고 아니면 혼자 설거지를 유난스럽게하며
그야말로 하고픈말을 토해내듯이 쏟아냈다.
그러면 한결 나아지는 느낌이었다.다음엔 꼭 할 말을 하며
살리라 생각하다가도 집안의 평화를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집안에 싸움을 일으키기싫어서 현주는 참아야만 했다.
현주가 제일 두려운건 외로움과 자신의 무능함을 마주봐야하는
점이었다.그점이 제일 두려웠다.
아영이는 그런 엄마가 신기하다.
"엄마 , 모해?" 아직 발음이 정확하지 않지만 현주는 아영이의
하루하루 느는 말솜씨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없었다.
" 아니야, 엄마가 어떤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를 흉내내봤어.
아영이도 티비에서 나오는거 알지?"
" 응. 나두 알어."
아무튼 현주는 다시 시작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새기며
홀로서기를 위해 무엇부터 시작할까
먼저 운전을 배우고 (현주는 아주 심한 기계치다.)
다시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고 그리고 이제는 정말 변할거라고
옛날처럼 등신 머저리처럼 당하고만은 살지 않겠노라고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기분이 째지는 걸 느꼈다.
그래 . 내가 직접 일해서 우리아영이 맛있는 것도 사주고
동화책도 사주고...내자신의 자기개발도 하고 공부도 하고..
아 정말 신난다.
마침 제일 친한 친구 진희에게 전화가 왔다.쇼핑할 건데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그리고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 나쁜자식이 (옛애인) 드디어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