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끓는물에 얄게 썰은 쇠고기를 젓가락으로 웅큼~집어 쳐 넣는다
높은 온도여서 그런지 빨간 쇠고기는 금방 회색빛을 내면서 익는다
특유의 소스를 젓가락 하나로 휘휘저어서 야채부터 집어 찍어 먹는다
"음~~ 이집 소스는 참 맛있어"
"그치?"
"응~ 이런건 어떻게 만들까?"
"만드는거야 어렵진 않는데.. 이집만의 특유의 노하우가 있겠지..."
"알려달라고 할까 엄마?"
"왜? 태훈이 만들어 주게?"
"나 할줄 아는 요리가 하나두 없잖아"
"엄마가 알려줄께... 음식도 계속 하다 보면 늘어..."
태훈이 도착을 한다
"아 벌써 시작하셨습니까?"
"어서오게.. 임서방.. 이리로 앉지"
아빠는 옆자석의 방석위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면서 태훈을 앉으라고 한다
"음~ 이거 간만에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 제가 낀건 아닌가 싶네요?"
"허허~ 이사람이 자네도 우리 가족아닌가?"
"그렇쵸? 역시 아버님입니다"
태훈이 앉자 마자 아빠는 빈술잔에 소주를 따라준다
두손으로 공손히 받고는 살짝 옆으로 돌아 이내 한잔을 원샷으로 들이킨다
"오빠 차 가지고 오지 않았어?"
"괜찮아... 조금만 마시면 돼"
"두잔만 하게.. 두잔만..."
"네.. 아버님....."
비워진 술잔에 다시 한잔을 따라주고는 태훈은 옆으로 조금 밀어놓는다
"너무 배가 고파서 쓰러지는줄 알았습니다... "
"어여~ 먹게.. 그렇치 않아도 자네 부르려고 했는데..."
"제가 먹을 복은 있는 놈입니다"
태훈은 복스럽게 잘도 먹는다
엄마는 태훈의 앞으로 반찬을 밀어주면서 꼭꼭 씹어먹으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혜영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임서방은 혜영이랑 따라오게.."
"네... 근데 아버님 약주조금 하신거 같은데.. 운전..."
"괜찮네.. 나두 조금밖에 먹지 않았어... 대로 보다는 뒷길로 갈터이니... 잘 따라오게.."
"예~~"
주차장에서 나란히 차 두대가 이동을 한다
"근데. 왠인일이야? 온단 말도 없었잖아"
"으응~~ 실은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온천 가셨거든... 집에 가면 밥 차려줄 사람이 없어서..."
"이궁~~ 그럼 진작 말을 하지"
"그냥..놀래켜 주려고.. "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태훈은 아버님의 차를 놓치지 않고 ?아간다
"임서방 자고갈텐가?"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앞에서 아빠는 신발을 벗으면서 얘길 건넨다
"자고 가도 될까요?"
"그렇게 해... "
"신난다.."
태훈이 혜영에게 귓속말로 전하자 혜영은 태훈의 옆구리를 툭~ 하고 친다
"아빠~~ 아버님하고 어머님 온천에 가셔서 집에 아무도 없데"
"그래? 잘 됐네.. 여기서 자고 낼 아침 먹고 출근하면 되겠네.."
"그래... 태훈이 여기서 자고 .. 아침먹고 가"
"고맙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혜영의 방으로 들어온 태훈은 엄마가 가져다준 작은 오빠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다시 나간다
"커피 취향을 몰라서 그냥 녹차로 했어"
"전 아무거나 좋습니다 어머님... 그리고 커피는 다방스타일을 젤~ 좋아해요"
"태훈인..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서 좋아.."
"그럼요.. 먹는건 다 좋아합니다"
엄마랑의 대화를 가만히 듣던 혜영은
꼽싸리 껴서 한마디 거든다
"그럼.. 내가 아무거나 차려줘도 잘 먹을꺼지?"
"그럼 그럼.. 차려만 주면 다 먹지"
"호호호... 하하하...."
"임서방~~"
"넷~"
"우리 혜영이 잘 부탁하네... 저것이 너무 어려서.. 요즘 잠이다 안오네"
"걱정하지 마십시요.. 제가 옆에서 사랑 듬뿍 주고 밥도 차려주고 잘 챙겨줄께요.. 절대로 두분 염려 끼치는 일은 없을껍니다"
"그래~ 그래~~ 자네만 믿네.."
아빠는 이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골똘히 앉아 계신다
혜영은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조만간 이 집을 떠나긴 하지만... 사람하나 더 들어와서 아무갈등없이 지내는것도 어려운 건데... 다행이 태훈은 싹싹하게 혜영의 부모님 맘에 들게 처신을 잘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