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32

[제15회]


BY 시켜만주이소 2002-12-31

방으로 들어선 혜영은 에어컨을 켜기 보단 창문을 활짝 열어 본다
약하게 불어오는 더운 바람이지만...
오늘만큼은 이 바람이 시원하기 그지 없다
보이지 않은 별들을 찾아보면서
정말로 유치하기 그 지 없는
저 별은 누구별...
저 별은 또 누구별....

자신의 유치한 행동에 혜영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고 했던가?
요즘 거울을 보면서 혜영은 본인도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과 활기참을 느낄수가 있다

예전 어떤 책에서 읽었던 글의 한 소절이 생각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시 그 사람이 지금의 최고의 상대라고 느껴지고 또 그 사랑에 충실했다....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어느덧 뒤돌아 보니 남아 있는건 시간이 많이 흘러버린.... 또 나 자신은 어느덧 경험이 풍부해진 그런 몸뚱이에 불과하지 않는 현재에 이르게 되어 버렸다]
갑자기 그 구절이 생각이 난다
22살
아직 한창인 나이지만
혜영은 벌써 남자의 경험이 있다
오르가즘이 뭔지도 알고
성에 대해서도 무엇인지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을수 있는 그런 여자가 되어 있었다

<태훈씨와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라면 관계까지는 시간문제 인데... 혹시나 나의 순결을 가지고 실망하진 않을까?........>

언제일지도 모르는 그 날을 혜영은 고민하면서 전화기로 눈을 돌려 본다

<지금 호출을 해 봤자 운전중이니까 집에가서나 들을수 있겠지?>



태훈은 아직 혜영이 머물러간 그 앞좌석을 손으로 매 만져 본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그녀가 머무른 자리....
그녀가 있었던 자리....
그녀의 기온이 느껴지는 자리....

그토록 미주에게 벗어나고 싶었는데 .....

본인도 모르게 미주의 생각보단 혜영의 생각이 먼저 든다
혜영을 생각하면 미주의 얼굴로 겹쳐지는게 엊그제였는데.....

<미주야~~~ 이젠 널 잊어야 할때가 왔다 보다...
이젠 잊을수 있을꺼 같다.... 아마도 네가 내게 보내준 여인인듯 해... 그만 널 놓아줄께.... 네가 비롯 날 떠났지만.... 이별은 있을수 있으니까.... 영원히 널 가슴에 묻는다고 장담 아닌 장담을 했었는데... 이젠 그 약속을 지킬수가 없구나.... 용서해 줄꺼지? ... 아니 이해해 줄꺼지?.......>



~~~~~~~~~~~~~~~~~~~~~~~~~~~~~~~~~~~~~~~~~~~~~~~~~~~~~~~~~~~~~~


여름은 아주 기승을 부린다
8월을 맞이하면서 서울의 시내는 제법 한산하다
휴가를 떠난 사람들이 줄줄이 서울을 벗어나고
고속도로는 어디를 가고 몸살로 왼종일 끙끙 거린다

그 끙끙 거림 속엔
많은 사람들이 부푼 기대를 하고 희망을 갖고....

태훈과 혜영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한쌍이다

"오빠... 오빠하고 단둘이 놀러갈 생각하니까 벌써 부터 설랜다"
"그래?"
"응........ 오빠는 아니야?"
"나도 그래.."
"음........ 우리 강릉 가면 젤 먼저 뭘할까?"
"뭘하긴 혜영이 하고 뽀뽀 먼저 해야쥐...."
"아이~~~~~~ 참...."
입을 쌜쭉 거리는 혜영의 얼굴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 토록 사랑스러운 여자를 이제서야 만나다니...
이런 감정을 다시 한번 가질수 있다니....

"근데 오빠?"
"응?"
"집엔 뭐라고 했어?"
"뭐라고 하긴 휴가니까 놀러 간다 했지..넌?"
"나두 그러긴 했는데.... 오빠하고 가는줄은 모르지...."
"푸하하하하 ..... "
"왜 웃어?"
"그냥 너무 귀여워서...."
"선임이 하고 은주가 입을 잘 맞춰줘야 하는데...."
"선임이랑 은주랑 간다고 했어?"
"응..."
"선임이랑 은주는 어디 갔는데?"
"선임이는 열흘간 유럽으로 배낭여행가고 은주는 그 남자하고...."
"아하... 전에 나이트 에서 만났다는?"
"치~~~~~ 우린 나이트서 안만났나?"
"하긴 그렇구나 그치만 우린 좀 틀리지..."
"뭐가 틀린데?"
"너는 몰랐지만 우린 수영장에서 먼저 만난거지..."
"하긴 그렇구나...."


강릉에 도착하자 마자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두 강릉으로 온듯한 분위기다
강릉 시내는 호객꾼들과
민박을 권하는 사람들
벌써 언제 내려왔는지 새까맣게 태운 얼굴과 몸뚱이로 돌아다니는 사람들...
그야 말로 인산인해다

강릉 비취 콘도에 짐을 풀고 나서
혜영과 태훈은 바로 콘도밖으로 외출은 한다

"우와........ 난리도 아니다... 저 인파속에서 어떻게 수영을 하지?"
"크크크..... 원래 사람이 많아야 재미있어"
"웅~~~~"
"가끔 여자들 비키니 입고 파도 타다가 수영복 내려간줄도 모르고 노는 여자들도 있다 ... 휴가때 마다 종종 보는 풍경이지.... 이번에도 그런 광경이 연출 되야 하는데..."
"뭐야 오빠~~~~~"
혜영은 민망한듯 두 손으로 태훈의 어깨를 마구 마구 때린다

"어어~~~ 아파 .... 왠 손이 이리 맵냐?"
"몰랐구나... 나 예전에 복싱도 배웠는데... 내가 말 안했었나?"
"뭐야? 복싱?"
"응.."
"음....... 이거 심사 숙고 해야겠는데?"
"뭘?"
"너하고 같이 살라면 맺집부터 키워야 겠다"
"피~~~~~"


콘도 주변의 마트에 들어가서 몇몇 반찬 거리와 술안주 빠져서는 안될 맥주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오빠?"
"왜?"
"우리 이렇게 같이 장 보니까 꼭 신혼 부부같다.. 헤헤헤"
"그러게?..... 난 신랑 넌 신부... "
"아이~~~~ 닭살 돋는다"
"하하하 , 호호호"

필요한것 또 그렇치 않은 물품을 사곤 다시 콘도로 들어와
저녁을 해먹을려고 준비를 해 본다

"오빠야... 나 근데 요리 잘 못하는데.."
"괜찮아 내가 도와 줄께... 나 생각보다 요리 잘해"
"정말?"
"그럼 난 텔레비젼 보고 있을께 오빠가 다 해라..."
"뭐"
"오빠 요리 잘한다믄서... 내가 하면 망친단 말야...."
"에휴~~~~~~ 알았다 넌 그냥 텔레비젼이나 봐라"
"부탁해 오빠~~~~~"

혜영은 화장실에 들어가서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한다
<근데 이따가 어떻게 하지? 밥 먹고 밤 바다 보러 가자고 할까? 아이.... 어떻게 하지....>
혜영은 다가올 잠자리가 걱정이 된다
화장 지운 모습을 보이는것도 또 같이 3일간 동침을 하는것도...
정... 생각을 못하고 온건 아니지만 생각과 달리 막상 코 앞에 잠시뒤의 일을 생각하니 설레임 반... 걱정 반....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


세면을 하고 나온 혜영은 주방에서 열심이 요리를 준비하는 태훈을 힐끔 한번 쳐다 본다
"뭘 보냐?"
"잘 하고 있나 본거야..."
"넌 텔레비젼이나 보구 있어 이따가 기막힌 밥상을 준비해 줄테니까..."
"내가 뭐 도와줄껀 없어?"
"그냥 있어도 돼.... 이렇게 외부에 나오면 원래 남자들이 하는거야"
"알았어 그럼 이따가 설겆이도 부탁해...."
"뭐라구?"
"외부에 나오면 남자들이 하는 거라면서...."
"야~~~~~~~ 너 진짜 양심도 없다 얼마네 팔았냐 니 양심?"
"메롱~~~~"

1시간이 넘게 이것저것 조물조물 하더니
무엇인지 모르는 냄세가 나기 시작한다

뭐 비록 마트에서 사온 즉석 음식들이 많긴 하지만 태훈은 나름대로 양념도 더 하고 조미료도 넣어 보고 최선을 다해 혜영을 위한 저녁상을 준비하고 있다


"자 ...... 먹자"
"다 했어?"
"그래 아고 먹기도 전에 허리 뽀사지겠다.."
"에휴....약골이네..."
"허허... 이것이 수고했단 말은 못할망정...."
"알았어 알았어... 내가 입으로 맛나게 먹어 줄께.."

부대찌게... 콩나물 무침... 계란을 입힌 소세지... 포장김치... 김..
정말 집에서 먹는 반찬들이다
"우와... 생각보다 많이 차렸네?"
"그럼... 내 솜씨를 맘껏 발휘했지... 먹어봐.."
"맛있게 먹겠습니다...."

생각외로 태훈의 음식 솜씨는 맛이 있었다
소세지와 김치 김은 사온거라 치지만
밥도 알맞게 잘 지었고
부대찌게도 양념을 넣어서 아주 감칠맛이 난다

"우와~~~ 오빠랑 살면 먹는건 걱정안해도 되겠다"
"그치?"
"응... 정말 맛있어 이거 부대 찌게 어떻게 한거야?"
"나중에 천천이 알려줄께...."

냄세도 냄세지만 하루 종일 운전을 한 태훈은 몹시 시장했다

음식을 하면서도 어찌나 배가 고픈지 소세지를 붙이면서 혼자 여러조각을 집어 먹었는데도 시장끼는 가시질 않았다



"밥 먹고 우리 나갈까?"
"응.... 우리 호프집에 가서 맥주 한잔 마시자"
"그래 대신 설겆이는 네가 하는거야?"
"피~~~~~ 기왕 봉사 할꺼면 끝까지 마무리도 해야쥐... 치사 빤쥬다"
"치사 빤쥬든 낭닌거든 좋다 설겆인 난 못해"
"피~~~~~ 알았어 내가 할께..."

그렇게 밥을 먹고 설겆이도 끝내소 혜영은 사가지고 온 행주까지 깨끗하게 빨아서 씽크대에 널어 논다

"음.... 생각보단 뒤마무리가 깔끔하네?"
"아무렴 남자 손이랑 여자손이랑 같을까?"
"그럼 나가실까요 레이디?"
"그럴까요 ...."

강릉의 여름 밤은 깊은줄도 모른다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의 인파가 밤으로 쏟아져 나와있어서
거리를 가는 곳곳마다
네온이 환하고
시끌 거리고
술취한 사람들
모래 사장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가족단위인 사람들

많은 사람들이 강릉에 이 여름을 만끽 하기 위해 분주하다

"혜영아 손좀 줘봐"
"왜?"
"그냥 달래면 함 줘 바라.."
"치.... 꽁짜가 어딨냐? 100원만 줘"
"나참..... 옛다 100원"
"자... 여기"
혜영은 한손으론 100원을 움켜잡고 다른 한손을 태훈에게로 내밀어 본다

태훈을 혜영이 내민 손을 슬며시 잡아 본다
따뜻하다
작다
앙증맞다
"뭐야? 내 손잡고 감상이라도 하는거야?"
"손이 참 작네... 키는 큰게..."
"나 발도 작아 볼래?"
샌달을 벗어 혜영은 태훈은 허리까지 발을 들어 본다

"ㅋㅋㅋㅋ. 못말린다"
태훈과 혜영은 그렇게 손을 꼭~~~~~ 잡고 밤거리를 거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