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다녀왔습니다"
"그래 이제야 오니? 저녁은 먹었니?"
"네........"
"언능 옷 갈아 입고 안방으로 오너라 아버님이 전할 말씀이 있다신다"
"예...."
짧은 대답을 건네고 태훈은 2층의 방으로 올라간다
오디오를 켜고 "텅빈거리에서"가 나온다
아무리 들어도 지겹지 않은 음악
나의 상황과 똑같은 노래 가사
어떻게 내 얘길 가사로 쓸수가 있을까
내 얘길 아는 사람이 작사가인가?
노래를 들을때 마다 한번도 잊지 않고 생각을 한다
달랑 동전을 들고 공중전화 수화기 앞에서
미주한테 전화를 했었던 그때를.....
몇십원하는 동전은 배가 고프다며 더 넣고 또 넣고....
<미주야.... 넌 지금 뭐 하고 있니? 어디 있니? 어떻게 지내니?>
<너하고 비슷한 아니... 똑같은 사람을 지금 만났다면 믿을수 있니?>
<혹시 아파하는 날 위해 네가 대신 나에게로 비슷한 아니... 똑같은 사람을 보내준거니...?>
"미주야..........."
"태훈아 아직 멀었니?"
아래층에서 어머님의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예..... 가요......"
"당신은 좀 나가 있구려...."
"그럴꺼 까지 있어요? 저두 있을께요 ......."
무슨말씀을 하실려고 저러시는걸까
태훈은 짐짓 감은 잡히지만 밖으로 말을 꺼낼 엄두가 서질 않는다
"태훈아.."
"예..... 아버지.... 말씀 하세요"
"나는 이제 그만 너의 반려자를 보고 싶다"
"네?"
"이제 그만 지난일은 접어야지?"
"..........."
"떠난 사람은 그만 잊자 네 뒷모습이 너무 안쓰럽구나..."
"예전의 그 당당하고 활기차던 네 모습은 어디고 간게냐?"
"누나도 없고 웃음이 없는 이 집에 이젠 새 사람이 들어왔으면 좋겠구나...."
"..........."
"아버지.... 그건 좀더 생각해볼께요...."
"아니 여지껏 생각을 또 해야하니 태훈아?"
가만이 태훈의 얼굴만 살펴보시던 어머님이 태훈의 말을 끊고 급하게 물어보신다
그간 태훈때문에 맘고생이 많으셨던 부모님
내 어찌 그 속을 모르리라.....
누구보다 미주를 아끼고 사랑하셨던 부모님.....
살갑게 부모님께 곰살맞게 굴던 미주.....
"좋은 선 자리가 들어왔다.. 너두 알꺼야 아버지 친구중중에 ...'
"그만 하세요 어머님..."
"전 아직 시간이 필요해요 저를 너무 몰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제발......"
고개를 숙인 태훈은 자릴 벗어난다
문을 닫고 손잡이를 잡은 상태에서 태훈은 잠시 문에 기대 서 있는다
"여보 어쩌면 좋아요 제가 아직 정릴 못했나 봐요..."
"이럴땐 어찌 해야 해요?"
"음..... 좀더 놔두그려.... 지깐 속은 우리보다 더 하겠지..."
태훈은 2층으로 올라와 침대에 얼굴을 뭍는다
<미주야..... 미주야....... 어떻게 해야하니....>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제 그만 나를 놓아주렴...>
<나를 제발 놓아줘........>
밤새 뒤척인 태훈은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다
새벽녘에서야 간신이 잠이 들었지만 아침 운동을 위해 다시 이른 기상을 한다
"어머니... 저 출근 합니다"
"예......우유라도 한잔 마시렴 ..."
"네......."
벌컥 벌컥 어머니가 바라보는 눈길을 피하고 싶다
넘어가지 않는 우유를 억지로 목구멍에 악착같이 넘기곤
식탁위에 내려놓는다
"다녀올께요...."
"태...태훈아...."
"네?"
"아니다 운전 조심하고.... 생각이 바뀌면 말해다오 기다릴 터이니..."
마음이 무겁다
언제까지 미주의 그늘에서 헤어나올수 있을까
내일은 잊어야지.......
내일은 잊어야지.......
항상 반복해오던 다짐인데....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으로 바뀐지 벌써 몇년인지 모르겠다
수영장에 들어선 태훈은
젤 먼저 혜영을 찾아본다
아직 안온 모양이다
항상 눈에 띄는 혜영씨
아니 미주와 닮은 혜영씨
찾지 않아도 내 시야에 들어오는 혜영씨
자유형으로 몇번을 오가도 혜영씨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왜 안오지? 올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어제도 안오고 오늘도 안오고 ... 수영등록일이 끝났나?>
태훈은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이 생겼다
수영은 형식적이요 혜영씨의 모습이 보이길 눈빠지게 기다려 본다
오늘도 안올려고 하는 모양이네... 어제 음성도 안남기로....
풀에서 나온 태훈은 샤워를 하고 거울앞에서 본인의 얼굴을 바라본다
검은 피부
근육은 없지만 남자로써 체격이 빠지지 않는다
그치만.....
얼굴에 빛이 없다
28살 창창한 젊은이의 패기 없는 얼굴
자신이 없다 모든것이.....
매점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혜영씨의 모습이 보인다
"어? 혜영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