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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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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BY yks1121 2002-12-02

방송실에서 마주친 동건인 역시나 내 퉁퉁 부은 눈에 대해서 물었다.
밤새 준비한 말인 비디오 '약속'을 보고 너무 슬퍼서 울었다고 했다.
조금 미심쩍어 하는 얼굴이였지만 .....방송시간이 촉박해 그냥 넘어가주는 동건이였다.
'약속'이 슬프긴 하지만 ....눈이 그렇게 부울 정도는 아니지 않냐는 후배의 말에 난 고갤 돌리며 원고를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동건이에게 건넸다.
동건인 노랗고 갈색의 물들이 소국을 사왔다.
화병에 물을 담아 후배가 꼿아 놓았다.
분위기 메이커다.....
제임스 딘을 닮은 듯한 얼굴의 동건인 핸섬가이다.
방송반 부장이라서가 아니라 속눈섭이 짙고 눈동자가 깊어 ....매력이 있는 얼굴이였다.
샤프하게 생긴 세현이완 달리 선이 굵게 생긴 남성다움이 느껴지는 얼굴이다.
말수가 적어서 인지 신중함 까지 가지고 있었다.
서희에게 좋은 남자친구 였는데....
주희탓에 파토나고....이번엔 나까지....
씁쓸한 아침이였다.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 교내로 울려 퍼졌다.
헝가리 집시들이 춤...
자유와 열정이 느껴지는 빠른 템포의 경쾌한 춤곡이였다.
씁쓸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 졌다.
입으로 음을 흥얼거리며 동건이 멘트를 마치고 나왔다.

방송을 마치고 나서며 동건이 생각난듯 말했다.
"유린누나 요즘 바쁘냐....?"
"응...과제물량이 원체 많잖아....더구나 현장에서 알바도 하고....근데 언닌 왜...?"
"윤석이형......요즘 누나가 안만나 준다고 기분이 아주 저조해...알지...?둘이 잘되야 내 성적도 업 되는것....?"
정말 웃음이 나왔다.
윤석이 오빤 동건이 에게 수학 과외를 해주고 있었다.
휴학하고 공익근무를 다니고 있는데...시간이 널널해서 언니와 만나려고 하면 언니가 늘 딴지를 걸어와 ...요즘 아주 말이 아니라고 했다.
동건이가 우리와 잘 아니까...가끔 그런 푸념을 늘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푸념일뿐....도움이 되어줄 수 없지 않은가...?

교실로 들어서는 내게 세현이 눈 인사를 건넸다.
좀...어줍잖은 미소....
아무래도 어색하겠지.....
내 부은 눈을 보고 재영이 물었고....난 세현이도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얘기했다.
동건인 그런 날 보고 웃음짓고.....
이젠 서희만 남은건가....?
서희에겐 ...사실을 털어놓고...위로 받고 싶다.
하지만.....난 덫에 걸려있으니.....
바보 같은 내게 화가 났다.

토요일은 큰 집 제사라 언니들과 다녀왔고.....일요일은 모처럼 아빠가 쉬시는 날이라 가족 외식을 다녀왔다.
오전에 엄마가 백화점에 가서 나와 유린언니에게 옷을 한벌씩 사줬고...그러면서 하루를 보내었다.
핸드폰을 꺼놓은 상태라 아무하고도 연락이 닿지 않아 그런데로 맘이편한 휴일 이였다.
저녁에 정효에게서 전화가 왔었지만 잔다는 이유로 받지 않았다.
눈치귀신 유린 언니가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날 지켜보고 있었지만...난 SOS을 청하지 않았다.
지금은 아무에게도 바보같은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 혼자 날 죽이는 짓도 이젠 그만하기로 했다.
정말 머리가 터져서 죽을 것만 같았다.

버섯동자에 들르라는 전언이 왔다.
기말고사가 발표된 수요일 방과후 였다.
유리언니가 나와 서희에게 줄 것이 있다고 해서였다.
오랫만에 유자차를 마셨다.
유리언닌 나와 서희에게 예쁘게 손뜨게한 벙거지 모자를 선물했다.
난 병아리색인 노랑색.서흰 예쁜 하늘색.....
진짜 예뻤다.
동생이 없는 유리언니는 우릴 아주 예뻐했다.
즉석에서 머리까지 풀고 써보는 서흴 보며 하진 오빠도 좋아했다.
언제 이런걸 뜬걸까...?
두개면 시간도 많이 걸렸을 텐데....
하진 오빠가 틀어주는 마마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림도 좋았다.
우리가 그렇게 음악에 취해 기분좋아 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니 낯익은 얼굴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하진 오빠와 유리언니에게 인사까지 건네며 들어서는건 강주희와 이영은...정효와 세현이였다.
넷도 우릴 보고 놀라는 얼굴이였다.
합석하려는 정효를 보고 영은이 그러지 말자고 했다.
할얘기가 있어서 들어온거라며.....
날보는 영은이의 시선에 나도 끄떡였다.
"우린 좀 있다 갈거야......독서실 끓을 거거든..."
내말에 정횬 그러냐며 영은이네 쪽으로 갔다.
이따 나중에 독서실에서 보자며...
세현인 내게 시선 한번 주곤 정효옆자리에 앉았다.
그런 넷을 보며 서희가 궁굼해 했다.
"무슨 얘길 한다는 거야.....?"
난 그런 서희에게 차 다 마셨으면 일어서자고 했다.
내 표정이 별로인걸 눈치첸 서흰 아무런 토도 안달고 그러자고 했다.
오늘도 공짜 차를 마시고 나왔다.
어제 엄마에게 받은 독서실 비가 좀 넘치는데......

독서실을 다시 다니기로 했다.
전에 함께 다녔던 유진이가 많이 반가와 했다.
시험철 인데도 금방 자릴 잡아주는 총무 아쩌씨도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