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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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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BY 올리브 2002-11-10

** 운명의 톱니바퀴 **


<그녀>

/당신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될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당신 스스로 하게될것이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평범한 일상에서 탈출해보고싶은 욕구에서 일어난것.
스스로 행동변화나 상황변화가 요구된다.
건강운은 신경성으로 인한것이니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며
연애운은 외로움을 부쩍 많이 느끼는 시기이므로
보이지 않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여행운은 북동쪽이 길하다....../

처녀자리인 올해의 운세였다.
후후...


" 인간의 운명이라는게 어차피 정해진거라면 아무리 노력해봤자 인거잖아.
신의 손가락에서 놀아나는 나의 운명에 내가 뭘 기대하겠어?
정말 질렸어!!!
팔자라는거....정말 있을지도 모르잖아?
같이 사고를 당해도 죽는 사람있고 사는 사람 있으니....
난 이제 너무 노력하고 살기 싫어.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봤자 주어진 인생의 큰 갈래는 정해져있어.
단지 곁가지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는것 뿐이야"
문득 대학시절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꽤나 염세적인 운명론을 지녔었다.
하지만 그녀가 학교를 졸업하고 약사가 되어
우리나라 굴지의 증권회사에 다니는 신랑을 만나
강남에 아파트를 두채나 사고도 다시 재개발 딱지를 사러 다녔으며
갓태어난 둘째아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지면서도
다시 아이를 낳기로 강해하여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신랑과 함께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가며
요즘은 명품사는 재미에 산다고 하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 같지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자기의 운명에 잘 순응하고 사는 사람일것이다.
힘들면 힘든데로 좋으면 좋은데로.....

그러면 난....
결혼 초기에 난 이상하리만큼 운명과 팔자에 대해 집착했다.
신문귀퉁이에 적힌 오늘의 운세도 꼭꼭 읽고
새해가 오면 토종비결도 열심히 보며
간간히 용하다는 점집이나 철학도 보러다니기도 했다.
참 삶에 치열한 시기였다.
어떻게해서든 잘 살고 싶었고 남보다 앞서고 싶었다.
알뜰하게 살았고 증권이나 재태크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미스였던 그녀의 말을 귓뚱으로 들었다.
인생이란 내가 원하는데로 나아갈수있고
언제나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도는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하지만
남편과의 불화로 난 모든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살아야겠다는 의지마저 잃어버렸다.
죽음도 무섭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영혼의 평온한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이 고통을 끝낼수있는 휴식....

의미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아이들때문에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시도하고 싶었다.
내 인생을 아니, 내 결혼생활을...
물론 남편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다시 합치기를 원했으며 외국출장을 갔다올때마다
제법 값나가는 듯한 시계와 향수와 화장품을 들이밀곤했다.
난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이미 내 곁에 그가 있었던 것이다.

사랑이라는거....
아주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위에 발린 꿀과 같은것이라고 한다.
멋모르고 날름날름 그 꿀을 다 먹고 난 다음에는
결국은 제 혀가 짤리는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특히 '불륜'이라는 상황에서는 이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을것이다.
그의 마음이 나의 시린 영혼에
봄빛과도 같이 포근히 내려앉아 있지만
난 결코 차디찬 겨울의 끝자락에서 온전히 발을 빼지못하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있으면서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면
난 어떻게 되어도 소용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의 선림보훈에
'맷돌이나 숯돌이 닳는 것은 보이지않지만 어느땐가 다 닳는 것이 보인다'
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그의 사랑이라는 것이 아무리 지금은 절실하다고 하여도
조금씩 참고 이기면 언젠가는 잊혀지고 지워질것이고
먼훗날 한번씩 꺼내보며 웃음을 지울수도 눈물을 지울수도 있다고

그러한 생각으로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