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집이 어디예요? 아저씨 잘생겼다 ㅎㅎ"
"멋지지 아저씨..따라갈래?"
"안가.."
"왜?"
"아저씨랑 둘이 있으면 챙피하잖아..ㅎㅎ"
연주는 성숙해 있었지만 두뇌는 3학년정도에서 멈춰버렸다고 했다.
참으로 불쌍했다. 정신과 육체가 부합되지 않는 인간의 불균형을 본 것이다.
"아저씨, 나 좋아?"
연주는 늘 내게만 관심이 많다.
"응, 좋지.."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보드라운 피부와 누구에게도 비길대 없는 처녀의 모습이 저다지 곱건만 한 여인으로서 구실을 하기 위하여는 영혼의 성숙이 필요하지 않은가..
"아저씨, 우리 둘이 저기까지 갔다올까..?"
나는 민아와 봉사하는 아가씨를 쳐다 보았다. 둘다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연주의 손을 잡고 난 비탈진 임도를 따라 올라 간다.
금방 토끼라도 나올것 같은 산길에 아직도 가을을 못잊어 하는 단풍나무들이 떨구다 만 잎을 팔랑이고 있다.
"이름이 참 예쁘네.."
"예, 연주 이쁘지?"
"원래 집이 어디야?"
"예, 우리집은 우리집은 우리집은..."
"잘 생각이 안나?"
"응, 잘모르겠어.."
"그럼 이름은 누가 지어줬지?"
"응, 우리 원장 선생님이 어릴때 지었다던데.."
"올해 몇살이지?"
"나..올해 스므살.."
"누가 그래?"
"원장 선생님이 그랬어요"
그랬다. 스므살이라고 했다. 얼굴도 예쁘고 티없이 맑은 눈에 균형잡힌 몸매며 어디하나 내 놓아도 아름다운 여체(?)이건만...
난 한숨을 푹 쉬었다.
"아저씨, 나 아저씨 좋은데.."
"어디가 좋아?"
"멋져요. 키도 크고..미남"
"고맙다. 근데 넌 남자 친구 없어?"
"없어..아무도 내 친구 안할려고 해"
"왜..?"
"몰라요.. 아저씨들은 가끔 오면 나 좋아한다고 하는데.."
임도는 중턱쯤에서 멎었다. 입산금지라는 헝겊 팻말이 보였다.
"내려갈까?"
"찬찬히 가요"
"왜?"
"내려가면 아저씨 갈거잖아.."
"전에도 그랬나보네.?"
"응, 아저씨들하고 여기까지 올라 왔다가 내려가면 다 갔어"
연주의 눈에 슬픔이 금새 가득 했다.
"우리집에 같이 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의 눈이 갑자기 동그라졌다. 그리고 하늘을 쳐다보면서 희망이 보이는 눈으로 변하는 걸 난 보았다. 아마도 가슴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저씨, 정말이지?"
연주는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곤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약속해, 아저씨. 나 아저씨 따라 갈거야..같이가 응..."
나는 깜짝놀랐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냥 한말인데...
나는 한발 물러서야 함을 직감했다.
"나는 좋은데..원장 선생님하고 언니들이 들어줄까?"
"들어 주지.. 아저씨 따라갈래"
나는 연주를 달래야 했다. 그를 잡아당겨 등을 도닥여 주었다.
연주의 살냄새가 나를 자극한다. 순수한 향이다. 오염되지 않은 처녀의 미각이다. 꽃중에도 오염되지 않은 자연향이 나는 꽃이다.
심산계곡에 홀로 핀 청조한 내음이 이 세상에서 느끼지 못한 간절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꼬옥 안아주고 싶다. 맑고 맑은 물방울 색으로 다가온 연주는 참으로 세상이 주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욕심도 없고 정욕도 없고 정말 순수한 정으로 다가오는 잔잔한 호수의 하늘만 비춰진 명경지수 속의 고요함 같은 것이랄까..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이 나를 파고 든다. 나는 연주를 꼬옥 안았다.
연주는 가만히 있었다. 불쌍한 것...
나는 연주의 손을 잡고 아래로 계속 내려 오면서 정말 연주와 같은 여자와 그냥 우리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보 같은 소망을 가슴에서 꺼냈다가 피식 웃고 있었다.
민아와 아가씨가 우리 둘의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만족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