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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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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아와 둘이


BY 김隱秘 2002-12-05

민아와 함께 찾아간 곳은 멀지 않았다.
"우성보육원"이란 안내판이 보이고
알프스의 산장 같은 깔끔한 건물들이 예닐곱채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오빠, 여기 덕자라는 언니가 운영하는 고아원 비슷한대야"
"여긴 왜?"
"응, 오래전에 우리 옆집에 사는 민호 엄마하고 봉사활동 왔었거든.."

나는 다음말을 기다렸다. 이곳에 우리, 즉 민아와 내가 올 이유가 무엇인가를..

"왠지 요즘 내 마음이 영 울적하네...특히 오빠 생각만 하면 무언가 가슴이 답답하거든..."

역시 할말이 없었다. 시선을 건물 마당 쪽으로 돌리니 주차선이 여러개 그려져 있다. 아마도 위문이나 봉사의 차들을 위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아는 차를 선에 맞춰 대면서 말을 잇는다.

"오늘, 우리 여기서 봉사활동 좀 하고 가자, 오빠.."

나는 그냥 싱긋 웃고는 차문을 열었다. 민아의 깊은 뜻이 있겠거니 생각 하면서 하자는 대로 하는 수 밖에 없는 내 꼴이 이제는 민아의 손안에 잡혀 있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그런일이 많지 않은가..
처음에는 임금이 자기가 총애하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앉히고 충성을 다하라 한다. 처음에는 정말 가문의 영광이요 자신을 알아주는 주인을 만났으니 백골난망으로 일을 하여 주인을 빛내고자 하지 않는가.
그러나 차츰 권세를 주고 역할을 맡겨 버리면 주인을 빙자해서 일을 하고 일을 빙자해서 주인을 역으로 부려먹고 벙거지를 눈아래까지 씌워 놓고는 이러십시오 저러십시오 하면서 자신의 파당을 중용하고 결국에는 왕도 꺽을 수 없는 세력을 형성하여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를 우리는 보아 온다.

지금 그 예가 맞지는 않겠지만 민아가 나를 그렇게 위해주며 따라 다니고 그림자처럼 챙겨준 것이 너무 고마웁다는 생각에 난 민아가 하자는 일을 거절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 틀림 없었다.

현관을 들어서자 머리를 뒤로 동여맨 아가씨가 나온다

"안녕하세요.어서 오세요..청주 상당교회 계신.."
"네..저를 알아 보시네요(민아).."
"네, 알기를요..그 때 이불 빠시는라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ㅎㅎ"
"원장님은 오늘 서울 가셨어요. 밀알회에서 회의가 있으셔서."
"네.. 원장님 안계셔도 괜찮아요. 오늘은 저희 오빠하고 같이 왔거든요."

나는 그 아가씨와 인사를 나누었다. 곧 이어 과일이 나온다.
아가씨는 연신 분주하다.

"궁금하시죠? 저희 가족은 스물세명이예요. 남자가 일곱명인데
초등학교도 있고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애도 한면 있어요"

설명에 따르면 그랬다. 오갈대 없는 고아들을 불러다가 학교를 보내고 자립할 수 있게 고등학교까지 가르쳐서 취업전선에 네 보내면 임무가 종결(?). 정부에서도 보조를 좀 받고 독지가나 봉사단체 그리고 종교단체에서 지원을 받는다고 했다.

이 집- 알프스의 산장 같이 집을 지은 것은 작년도인데 미국의 지미 카터가 참여하여 지어주고 있는 불우한 사람들 집짓기의 일환으로 한국의 유명한 교수들이 설계를 하여 무상으로 지어주었단다.

"연주, 이리와 인사드려.. 좋아하는 아저씨 왔네."

아가씨가 불러 앉힌 사람은 처녀였다. 스므살 정도는 되 보이는..

"안녀세요. 아저씨 반가워요..ㅎㅎ"

그런데 그 말투가 초등학생이다. 얼굴도 곱고 여자로서 다 성숙한 모습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