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0시 우리의 목표였던 옥순이는 민아와 함께 왔다.
"여전하고마 미모는 하나도 안변했네.."
"뭐기 안변해 이제 다 늙었지 ㅎㅎ"
"늙다니... 이젠 정말 만개했구만.."
옥순이와 나는 악수를 하고 반농을 건냈다.
역시 미인은 세월이 가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많은 이들이 군침을 흘렸던 미모이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직 결혼도 안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알파로 작용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홀랑 빠지지 말고 어디로 갈건지 안내나 하세요"
"알았어... 내가 봐둔데가 있는데 하루를 보내기엔 좋아"
일행 3명은 금산방향으로 달렸다. 숨두부가 유명했던 산내를 지나면 금산군이 나오고 오른쪽 대둔산 방향으로 약 2키로정도 가다가 좌회전하면 내 친구가 하는 농장이 있다. 우린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
송재규라고 나와 절친한 친구인데 몇년 전부터 하던 사업을 집어치고 이곳에 와서 농장을 하다가 최근에 농장내에 가족들이 쉬어갈 수 있는 미니콘도 비슷한 집을 지었다기에 모임때 몇번 와 본적이 있었다.
"어, 친구 오늘은 웬 미인을 두분씩이나 모시고 왔나..ㅎㅎ"
"응, 그렇게 되었네..준비는 되었겠지..?"
"암, 누구 명이시라고 헌데 부럽네 그려 혼자사는게 참 좋아보이누만.ㅎㅎ"
우리가 안내된 건물은 남향인데다 앞에는 방사된 가금류, 즉 토종닭과 칠면조, 토끼, 각종 새들의 둥지가 보이는 곳이고 연못으로 비단잉어가 유유히 노는 것이 보이는 일품장이었다.
"오늘은 토종요리로 올리겠습니다"
주인 친구가 나 말고 두여자에게 의중을 떠본다.
두여자는 웃는 것으로 대답을 하고 우린 방으로 들었다.
밀린 이야기 궁금증, 쓸대없는 농을 하면서 우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민아와 나는 옥순이에게 윤식이가 부탁한 일을 수행(?)한다는 생각과 어떻게 잘 해낼까 하는 것이고 옥순이는 아마도 우리의 근황과 윤식이의 생활이 알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한참만에 이 집의 별미라는 꿩요리가 들어왔다.
새콤한 맛을 내는 꿩요리는 이북에서 발전한 요리라고 하는데 재규의 어머니가 이북분이셔서 계승된 것이라 생각이 된다.
"맛있지 어때?"
"정말 별미네.."
"오빠, 많이 먹어.."
민아는 내 걱정을 많이 한다.
식사하는 동안 옥순이는 되도록 말을 아낀다.
빵집은 잘되는냐? 무얼하고 사냐?
저번에 보은에는 왜 갔냐? 물어 봤지만 별 해답은 없고 그냥 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 속에는 속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 이제 곧 술이 올텐데... 맛이 기가 막히더라고.."
"무슨 술인데 오빠..?"
분위기를 살리느라 민아가 많이 호들갑을 떤다.
"내가 나가서 술 가지고 올께. 오빠하고 언니하고 나몰래 얘기좀 하고 있어라.ㅎㅎ"
민아는 밖으로 나갔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면 할말이 없다더니, 그러나 난 궁금한 걸 물어 보기로 했다.
"윤식이 소식은 들어?"
"잘몰라.."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헤어진지 오래 되는구나
난 무엇을 더 물어 볼 수 없어서 그녀의 손을 쳐다 봤더니 좀은 놀라고 말았다.
손이 일을 많이 한 손이다. 적절한 표현이라면 고생을 많이 한 손이라는 것이었다.
노크 소리가 나고 민아가 직접 술상을 들고 들어 오며 또 호들갑이다
"은밀한 애기를 하셨나. 왜 심각해요. 자리 비켜드릴께요 이따가 ㅎㅎ"
우리는 같이 웃었다.
말 그대로 주안상이다.
옥순이 앞에 내 앞에 민아 앞에 잔이 놓이고 고운 술이 차 오른다.
우린 건배를 하기 위해 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위하여! 만남을 축하하기 위하여! 하고 잔을 부딪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