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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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홑남자의 자신감


BY 김隱秘 2002-11-21

"오빠, 나야 민아..회사 갔다 왔어?"
"그래..잘 갔지?"
"오늘은 회사가서 뭐 했는데..?"
"응, 오늘은 회사가 주주를 모집하기 위해서 기업 설명회를 했거든.."
"기업설명회..? 그게 새로 생긴 회산가 보네"
"응, 상장을 위해서 주주모집을 한대"
"응, 그렇구나. 우리 아는 언니 한 사람 있거든 주성XXX 뭐래든가 지금 잘나가는 코스닥에 기업 말야 원두막 같은데서 깡통 두드리며 고생하던 시절에 500만원 투자 했다가 그때 받은 주식으로 얼마전까지 800배가 올랐다던가 그러데.."
"글쎄..우리 회사도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래..그러면 오빠도 폼좀 나겠네..그지"

나는 피식 웃고 말았지만 희망은 말대로였다.

"오빠, 그런데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넣어 뒀어.."
"응, 그냥 첨으로 너한테 주고 싶어서.."
"오빠, 난 본래 어릴적부터 오빠에게 주는게 내 희망이었어.
오빠의 마음 말고는 받는건 정말 싫어하는거 알잖아.."

그랬다. 민아는 나에게 늘 주었다. 자존심은 물론 어떻한 나의 실수나 내가 주는 상처 까지도 그녀는 다 받아 먹었었다.
그렇다고 내가 민아를 막 대한건 아니지만 그녀가 지금껏 내게 보여주고 바쳐준 것들은 내게는 너무도 과분한 선물일 뿐이었다.

"많이 생각했어..오빠도 나에게 주고 싶은 것이 있구나. 마음 말고
무언가 내게 주고 싶은 것이 있다는게 기쁘기는 하지만..오빠가 내게 준 이 돈 속에는 나에게 하고 싶은 못다한 미련이 숨겨져 있다는걸 알았어... 오빠! 오빠! 잘 간직할께...날마다 바라 볼거야..오빠가 준 이 수표를 고이 간직할거야 절대 쓰지 않을거야...나중에 나중에 오빠가 결혼하면 내가 정말 두사람이 편안히 주무시라고 따스한 돌침대라도 사주고 싶어..어서 결혼해 응..." "

슬퍼하고 있는 것일까? 기뻐하고 있는 것일까? 진실인듯도 하고..그녀는 내게 무엇 때문에 저리도 베풀려고 하는걸까? 인간사 마음을 알 수 없나니..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나지 않았다. 난 멍해졌다.

"오빠, 오늘 옥순이 언니한테 갔었다아. 여수도 좀 떨고 심부름도 좀 해주고 꼬셔놨지. 다음 월요일날 빵집 쉬는날이래 그날 대전에 가기로 했어. 오빠가 무척 보고싶어 한다고 그리고 근사하게 쏜다고 미리 기름좀 쳐 놨지...저번에 상의한거 잘 준비해둬..알았지..?"
"그래, 옥순이가 아닌게 아니라 보고싶기도 하네.."

민아는 제 남편이 곧 돌아 온다는 얘기도 곁들여 주었다. 그리고 엇그제의 달콤하고 쑥쓰럽고 죄(?)스러운 여운을 말끔히 씻은 듯 아주 어릴적으로 돌아간 음성이었다.

마음이 다시 허전하다. 기댈데 없는 기러기는 늘 그런거지만 민아의 전화나 이모의 전화를 끊고 나면 무언가 바깥 어두운데 내 쫓긴 심정이 되는 것이다.

오늘 낮의 기업 설명회 장면이 화상으로 비췬다

"우리 회사는 인류의 가장 큰 고민거리를 해결하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출발 했습니다. 여기 계신 우리의 전사들이 앞서서 연구하고 몸으로 부딪쳐 일궈 낸 분들입니다."

지방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이였다는 언론담당 이사의 사회가 참으로 매끄러웠다. 그런 말을 하고는 젊은 사무실 직원 몇사람과 그리고 나와 연구소에 동행했던 남자들을 포함한 20여명을 연구위원이란 직함으로 근사하게 소개해 주었다.
멋도 모르고 우리는 시나리오대로 인사를 했다. 누가 모아 왔는지..
아마도 대행을 하는 회사가 있다고 들었지만 , 사학회관 대강당이 꽉 찬것으로 보아 천명은 넘어 보였다. 벤처의 부나비들인 셈이었다.
박수소리, 인사 소리, 그리고 화면에는 회사의 미래와 현실에 대하여 30여분 정도 대형 브티알이 돌아간다.
순서의 맨 마지막에는 란같은 여자가 정말 우아하게 한복을 차려 입고 그녀의 남편인 오너 명박사의 휠체어를 끌고 단상 증앙으로 나와 환호에 답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하지 않는가..매우 인상적이다
우아한 여자와 장애인 박사.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내가 연구원이란 말이지...>

많은 군중의 박수치는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얼떨결에 박수를 정신없이 치고 있었나 보았다. 옆사람이 나의 옆구리를 툭 쳤다.
점잖게 연구위원답게 아마도 그렇게 박수를 치라는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들도 나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좋은 회사로 급성장 할 것이라는 확신이 찼는지 화안하게 웃고 있었다.

어쩌면 민아의 말대로 내가 대박을 잡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맨 주먹으로 왔다. 그래 이제부터 뛰는거야 결혼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