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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담배회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진료비를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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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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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의 부산물들


BY 김隱秘 2002-11-21

0000 질긴 정 때문에 00000

"민아, 정말 갈래?"
"응, 갈래. 더 있고 싶지만..."
"그렇게 마음이 불편해?"
"집도 궁금하고 그 사람 전화번호도 찍히고.."

초조해 하는 빛이 역력 했다.
술이 깬 탓일까? 아니면 불이 꺼진 탓일까...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는 성경의 말씀이 문득 생각 났다.
파리해 보이는 민아의 모습으로 보아 마음에 짐이 되나보앗다.

"그럼, 오늘은 가고 얘기하던 것 있지..?"
"응, 옥순이 언니를 내가 찾아가서 대전으로 데리고 놀러 오든지
오빠를 부르던지 할께..마지막으로 오빠에게 봉사할꺼야.."
"그래, 고맙다. 그건 내 부탁이기도 하고 윤식이 부탁이니까..
우리가 하는 일이 두사람에게 아마도 결합의 도움이 될것 같으니까
...."

그러나 그보다는 윤식이에게서 부탁과 함께 받은 돈을 야금야금 써온터라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헤이지기 싫은 두사람의 아쉬움이 밤중의 공기로 인해 더 차가웠다.
민아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넋이 빠진듯한 민아의 모습은 이제껏 내가 보아온 당차고 발랄한 모습이 아닌 낭패와 실망의 약한 모습이다. 영 불안했다.

"오늘 안가면 안되겠어? 꼭 가야겠어?"

대답대신 눈망울에 이슬이 고이는 그녀의 핸들 잡은 손에는 언제 닦았는지 눈물자욱이 번질거렸다.

"기왕 늦은거니까...오늘은 여기서 쉬었다 가라 응?"

달이 서쪽으로 구름을 피해 가고 아직도 집에 들어가지 못한 대학생들이 H대 정문 앞 뿜지 않는 분수대를 맴돌며 히히덕 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결국 민아는 내일 아침에 가기로 하고 홀아비 냄새나는 집으로 ㅡㄹ엇다. 썰렁하지만 히타를 넣느니 금새 따스해 지기 시작했다. 방이 귀가 밝으니..

"민아, 기분 전환좀 할래...?"
"이제 좀 괘찮아 오빠..또 술마시려고.."
"네가 워낙 가라 앉은 것 같아서..."
"됐어. 나 조용히 혼자 자고 싶어.."

민아의 잠자리를 봐 주었다. 드는방 침대에 그녀가 눕는 것을 보고는
포켁속의 핸드폰과 담배를 꺼냈다.
옷걸이에 걸린 민아의 옷이 많이 구겨져 마음이 걸린다.
지갑을 꺼냈다. 민아에게 주고자 했던 수표 한장...
일금 오백만원이라고 써 있는 수표 한장을 그녀의 옷 안주머니에 넣고는 잠궜다. 그리고 담배를 힘껏 빨아 당겼다가는 코로 뿜어 낸다.
폐부에까지 다다랐던 연기가 몸속에 진정하라는 신호를 보내나 보다.
마음이 좀 편안해 졌다.

텔레비젼을 틀었다. 잠이 오지 않는다. 물건파는 사람들 뿐이다.

<내일은 출근을 해야 될란가..?>
핸드폰을 들여다 본다
<멧세지 수신 문자 3개 음성 1개>
차례로 검색 해 본다. 잠도 안오고 궁금도 하고...

**내일은 출근 하시겠지요.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XX화재 고미라 ***
**나하고 잘래요? 통화를 누르세요 원조교제요..***

첫번째 멧세지만이 필요한 것이고
두번째는 그러고 보니 주민등록으로 맞이하는 내 생일이 오늘이었다.
나머지는 뭔소린지....

내일 새로운 일이...무슨 일일까? 뻔한 짓이겠지...

이어서 음성을 열었다.

"직장 잘 출근하지? 밥 잘 챙겨먹고 몸 혹사하지마 건강이 최고잖아
선볼자리 한군데 마련중이야 어지간하면 승락하고 부족하더라도 여
자랑 같이 살아야지..나 잘지내 시집 갔어 ㅎㅎ 미안해 ㅎㅎ 영감
이 잘해주니까 생각보다는 좋네 곧 한번 갈께...그럼.."

이모의 음성은 참 밝았다. ?아 다닌다던 영감과 같이 살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야지 사람은 본래 혼자는 못살잖아..둘이 연합하여 한몸을 이루라고 조물주도 말씀 하셨잖아...

폰을 휘떡 던지고 양손을 머리에 대고 나딩굴어져 본다.
참으로 한심한 채로 결국 돌아오고 만 나를 본다. 혼자는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모 말대로 짝을 찾아야 되겠지...!

야심한 시각인데도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 왕래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 온다.

<옥순이 일 해결할 때까지만 ....그리고 새출발 해야지...>
핀곤한 기운이 몰려 왔다. 눈을 감아 본다. 눈꺼풀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간다. 이모...민아..옥순이...그리고 난 같은 여자...연구소에서 만났던 각각의 여자들...그리고 그리고 꿈 속으로...
아무래도 홀아비가 가지는 음란한 생각이 길들여진걸까..
좀 자둬야지..이불을 끌어 당겨 덮었다. 왜이리 썰렁한가...빌어 먹을

눈을 떳다. 쓰레기차가 지나가나 보다. 꼭두 새벽...이겠지 아마도
몇시쯤 되었을까? 금방 잠이 든 것 같은데 토끼잠을 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경이 민아에게 가 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좀더 자둬야지... 몸을 뒤척이며 돌아 누우려는데 이건...
살이 살이 닿는 것이다. 나는 무의식중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오빠, 놀라지마 나야 "

우린 질긴 탐욕의 끈을 놓지지 않으려는 듯 갑자기 서로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각에도 두부 파는 아낙은 종을 울리며 차건 새벽 거리를 걸어 갈텐데 변변치 못한 바퀴벌레의 모습으로 빵부스러기를 핥고 있는 어리석음? 후회가 든 것은 햇살 퍼진 아침 민아가 떠나는 차 뒷꽁무니 매연을 바라보면서 얻은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