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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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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BY ich63 2002-12-19

"서인아, 저녁먹자."
벌써 저녁시간인가. 그 동안 못잔 잠을 보충이라도 하려는 듯 깨었다가 다시 자고 밥 먹고 다시 자고 약먹고 다시 자고 계속 잠만 잤다.
"선배는?"
"나도 먹어야지."
선배는 언제 나갔다 왔는지 초밥을 내 놓았다.
"감기엔 잘 먹는게 최고야. 이것도 먹어."
"같이 먹어요."
일민은 초밥을 하나 집더니 서인의 입으로 가져왔다.
"먹어봐. 이집 초밥 맛있어."
초밥을 씹으니 매운 겨자맛이 입에 돌면서 코가 찡해 왔다.
"눈물이 나려고해."
"매워."
"응, 그리고 너무 고마워서."
일민은 서인을 가만히 들여다 보다 빠져나온 머리칼을 귀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까 자꾸 욕심이 나. 니가 내 보호속에 있는 것이 너무 뿌듯해. 이러고 남은 생을 살수 있다면."
"맛있다. 어서 먹자.'
"서인아!"
나는 숟가락을 내려 놓으며 선배를 바라보았다.
"선배, 나는 안돼. 선배와 헤어지고 나 많이 타락했었어. 마음을 못잡고 방황했거든. 그래서 이혼남과 결혼하려고 했어. 내 마음 속으론 딱 삼년만 살아보려고. 살아보고 아니면 이혼하려고. 이혼을 전제로 결혼을 하려고 했던 거야. 그 마음을 엄마가 알았는지 절대 안된다고 하시더라고. 엄마 꿈에 내가 그렇게 서럽게 울더래. 엄마 가슴이 너무 아파 깨셨는데 그날 내가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렸거든. 이혼남이라는 것보다 그 사람을 보고는 더 질겁을 하셨어. 남자가 소심해 보인대나 어떻대나. 별 감정없이 결혼하려했기에 포기도 쉬웠어.
서둘러 엄마가 선보인 남자가 남편이야. 엄마와 동생들이 너무 좋아했어. 인상이 좋거든. 두번째 만남을 위해 부산에 그사람이 내려 왔을때 엄마가 그 사람보고 그랬어. 언제 결혼할거냐고. 나는 선택권이 없었어. 그렇게 휩쓸려 결혼을 했어. 그래도 참 좋은 사람이었어. 내가 안정을 찾은건 남편 덕분이었어. 남편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서 헝클어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었어. 나를 보호해 주지는 못하지만 날 믿어주고 존중해줘. 그런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없어. 사람에게 상처 받으면 치유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선배와 헤어지며 절실히 느꼈거든. 내가 그런 상처를 주긴 싫어. 누구에게든. 우리 애들도 얼마나 이쁜지 알지. 내가 떠나서 그 이쁜 애들이 상처받고 타락하고 반듯하게 자라지 못하면 그 죄를 다 어떡해. 하루라도 우리 부부로 살아봤잖아. 난 더이상 욕심없어.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잖아. 대신 가슴깊이 새겨 놓을게. 만약 우리가 늙어 홀로들 된다면 그때 우리 만나.
며칠동안 나 정말 행복했어. "
선배는 수저를 내 손에 쥐어주며 어서 먹기를 재촉했다.
나는 목이 메어 왔지만 꾸역꾸역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