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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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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BY ich63 2002-12-18

호텔에 돌아오기가 바쁘게 명준은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집에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이들이라도 있을텐데 왜 전화를 안받지? 다시 한번 걸어본다. "지금 외출중이니..." 안내 멘트만 나온다. 가게로 전화를 해 본다. 아르바이트가 받는다. 별일없냐고 묻고 그냥 끊는다.
막막하다.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동네 엄마들과 저녁이라도 먹으러 간 걸까? 아내의 안부를 물어볼 사람이 한명도 없다. 아니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락처를 모른다.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 갑자기 아내가 사라지면 어디가서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 한번도 아내를 의심해 본적이 없다. 아내는 늘 그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나를 사랑하고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와 아이들만이 그녀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해 지는 걸까? 아내와의 수화기너머로 들려오던 그 목소리 때문인가. 나보다 더 다정하게 아내의 이름을 부르던 그 사람은 누구인가. 장모님께 전화를 드려본다. 장모님은 내가 중국온 것 조차 모르고 계셨다.
"서인이는 바쁜가? 어째 통화가 힘들어. 핸드폰도 잘 안돼고."
장모님이 오히려 내게 물었다. 명준은 허탈하게 전화를 끊었다.
여행 마지막 날이라고 방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노는 것에 집중할 수가없다. 명준은 안에서 전화할 수가 없어 방을 나섰다. 공중전화를 찾아 명준은 가게로 전화를 한다. 여전히 아르바이트가 받는다.
"사장님은?"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
"왜?"
"그 얘긴 안하시고 저더러 조금 더 있다 퇴근하라고 하셨는데."

'교통사고가 났나. 아기 낳을때 외엔 입원한 적이 없던 아내였는데.
어디가 아픈 걸까? 그럼 아이들은?"
애들에게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여전히 집전화는 받지 않는다. 동준네라도 부탁했겠지. 좋은 쪽으로 생각해본다. 중국의 밤바람은 한국보다 더 차다. 바깥으로 나온 명준은 몸을 떨다 이내 호텔로 들어간다. 겉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아침먹고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다들 어제밤 술들을 마신 탓에 얼굴이 부었다. 정말 길게 느껴진 여행이었다. 이제 비행기가 이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