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 서지영이 짠 메뉴로 사람들이 밥을 먹을때..그 감동은 잘 잊혀지지가 않는다.
지금도 물론 그런 마음으로 하려 하지만 사람마음이라는게 참 간사한지라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쌓이니 약간의 오만이 나를 게을러지게 만들었다.
그런 나 서지영 에게도 인턴시절이 있었으니...
눈물반 치사함반..참고 또 참고..그렇게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또 같은 영양사가 될 후배이며 동지인데 선배영양사들은 어찌 그리도 나를 괴롭게 하던지..
그 시절 나의 유일한 낙이었다면 1주일에 몇번 물건확인을 위해 자주 들리던 남자직원 김.현.석.
대학을 갓 졸업한 풋내기 영양사에게는 말끔하게 올린 머리와 다림질잘된 양복의 사회인 남자가 얼마나 유혹적인지 모른다.
나보다 무려 10살이 많을지라도.
친절하고 자상하며 어른같은 남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꼬맹이 영양사 있었네..?"
그의 첫말은 항상 이랬다.
하지만 그런 그의 인사가 기분좋고 가슴떨리게 만들었다.
하루는 농담조로-
"내일이 발렌타인데인데 쵸코렛 사오실꺼죠..?"
했더니...
"글쎄..하는거 보구..생각해 보지..뭐..."
그런 그가 다음날 검은봉지 가득 쵸코렛을 사왔을땐 센스없는 검은봉지도 세상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꼬맹이 영양사는 왜 남자친구가 없어..?"
가끔씩 물어오면
"아직은 때가 아니예요..."
라고 둘러댔지만 사실은 김현석 당신때문 이었다고는 끝끝내 말하지 못하고 나의 인턴시절은 막을 내렸다.
지금도 가끔씩 통화하며
"아직도 남자친구 없어..? "
하고 그가 물어온다.
그러면 난 이제는 제법 당당하고 새침한 어조로 말한다
"지금은 일에 빠졌거든요..."
김현석..그사람...? 그는 오징어채 같은 사람이다.
먹을땐 맛있지만 먹은후엔 턱이 얼얼한것 같이...
그래도 맛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