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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lsh1951 2002-09-27

<3편계속>
"음~거긴 볼거?종? 모다, 사람맹이루 생겨먹은 인두겁은 씨알머리두 ?좇?가뿌리구,,,뺀질뺀질헌 장돌뱅이 야바위군들만 남았으야. 볼껏 암것두 없당깨로".
그라구, 연옥이 낼은 그만 내 집에서 가야 쓰것다, 야박허게 헐 소린 아닝거를 내 안다먼서도 핼수없어야. 낼은 내가 사정이 있응깨로,,,"

"아~`저, 할머님, 왜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난 예상치 못한 말씀에 그만 울상이 되어 버렸다.

"고런 것이 아녀. 내집에 일이 있당깨로"난감해 하시며 더듬거리며 말씀하신다.

"사실인것은 낼이 자아 애비 제삿날이여. 죽은지 삼년되얏고, 매눌년은 지 서방 죽자 간다온다 말두 없이 나가 빼버??구, 야바위꾼눔들 등살에 잿밥두 제대루
떠놓지 못혔어, 지금꺼정,,,어허~이 답답여,,
"근디 올 삼년상만은 무슨 일이 있어두 내 지대루 지내줄 맴인게로, 자낼랑 갔으믄 좋것다 그말이여".

"왜 제사를 못 지내게 해요?"

"어허~~나그네가 뭘 고로코롬 짚히 알라구 혀싸! 그냥 떠나믄 되지러!!!"
그라구 내가 본깨로 연옥이두 허탄헌디 맴 두지 말구설랑 어여 집으루 가랑깨로.
맴이 집떠나믄 암껏두 헐수있는 일이 없응깨로"세월 지내놓구 보믄 늙은 쥐 말이 옳다는 걸 알게 될 것이여"...

"할머님께서 떠나라 하시면 갈께요. 근데 왜 제사를,,,?"난 몹시 궁금했다.

"지랄말구 이눔 갔구가. 건건지(반찬)햐".

나의 궁금증은 무시해 버린 체 밤에 준비해둔 채소 등을 한 보따리 실어주신다.
할머님의 가슴속에 서리 맺힌 한과 이 마을에 무슨 사연이 있는 건 분명했으나,
어림짐작만 할뿐, 끝내 듣지 못하고 길을 나섰다.
난 사람이 살아가는 길(道)을 찾아가 자연의 모습을 보고자 했는데..
아니~~어쩌면 변해 가는 모습이 자연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발길을 돌렸으나 얼마쯤 가다가 도저히 이대로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읍내 쪽으로 차를 돌려 오일장으로 향해 달렸다.

."할머니! 지지미 담을 접시 줘유,"손녀딸 송이의(가명) 구름 걷힌 가을하늘 같은 목소리다.
"이 작것아 잰걸음 으루다 와서 갓구가야,, 지지베가 늙은 할메시켜야 쓰것냐~!"할머님 목소리도 아침과는 사뭇 다르게 씻은 듯이 밝은 음성이셨다. 난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할수록 흐믓했다
제사상에 올려야 할 음식이 뭐인지 모르는(크리스챤이기 때문)나는, 시장 아주머님께 물어물어 제물을 샀다. 다시 돌아온 나를 보고 놀라시는 할머님 앞에 제물을 꺼내 놓자, 구릿빛 쭈글쭈글한 눈가에 축축한 물기가 번지며 한동안 놀라움에 바라만 보신다.

"햐!! 할무니 이 배봐유,,요렇케 큰놈 첨봤어라우".

"아이구메!.이눔죄기 참말루 커당깨로!!.오늘 참 지사상이 푸지것다이, 히히히~"

송이의 또랑한 목소리였다.
손녀딸에게 야단치신 걸 기억이나 하시는지 커다란 죽 채반을 들고 오시며,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시다. 참말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참말로 밸일 다 봤당깨야, 워째 못할짓을 했다냐. 늙은망구 옘치?졀?허구지랄혀야..

할머님은 웃음 가득 머금으며, 말씀으로는 매양 나무라신다.

"참말로 말로는 짓상 채린다 혔어두, 니 작것이 ?종珦譴?못 차릿을 뻔혔구만..

"송이아베가 좋아 허것다. 에미 온것맹이로 알것네,"
집나간 며느리 생각이 나신모양이다..
아니~~내 맘 속 어딘가에는 할머님의 며느리대신해 드리고 싶은 그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왠지 알지 못하는 떠도는 영혼을 달래 주고싶은 심정이었는지도,,,
아니다. 할머님의 애끓는 지금의 처지가 내 맘을 잡았을 것이다.
석연치 않은 마을과의 관계 가 더 궁금했을 수도,,,
아무튼 오늘밤은 아무생각 말고 경건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고인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것으로 최선을 다 하자~~
.해가 기울자 오래되어 퇴색한 제사상을 광에서 내어다 거미줄을 걷어내시고 눈물을 닦듯이 먼지를 닦아내신다 .윤기를 잃은 목기도 내어놓으시며, 송이에게 행주질하도록 이르신다,

.해거름이 되어 음식준비가 거의 완료될 즈음, 이곳을 소개 해 주었던 이장님과, 머리카락을 길게 땋아 내린 청년이 찾아와서, 일을 거들고 있는 날 보더니 매우 난처한 표정이 되어 엉거주춤 서 있었다.

"아줌니, 성식이(가명) 맴이다 묻은 날이지라우?"내 맴이 우려서리 들렸어라우"

"허허~`밸 일이랑게,,이장님 가슴팍이 뭣땜시 우려라우,,거 참 요상허유잉!, 할머님은 후벼파듯 어깃장스레 말씀하신다.
이장님은 그 말씀에는 건성으로 듣는둥마는둥 하고 시선이 내게온다.

"지가 소개혀드린 손님이 여적 기셨어라우,?"잠자리 불편은 없는가요? 손님묵기는 쪼메 불편시럽지라우/우리 청학골 인심은 아닌디~~참~!

"아녀요, 전 여기가 편해요. 불편함도 없구요."

왠지 걸끄러워 난 얼른 송이를 떠밀며 부엌으로 들어 왔다.
그때 할머님의 카랑한 목소리가 귀전을 울린다.

"참말로 기특도 하당깨로, 저 손이 송이아베 제수를 장만 했당깨로,,참말로 고마워서라두 시적부적할 수가 ?졍映?, 요로코럼 고마울때가 ?좋侈瓚? 허~흠 송아 전 다 지졌응깨로 이장님 술상쪼메 봐 온나,,,"

"치,할메는 뭐이 이뿌다구 술을 준당가,,,송이 못마땅하여 입을 삐죽거린다."
"왜?"
"울 아버지 상두 않봤는디,,,송이는 영 마음에 내키지 않는 양 툴툴거린다..
"그래도 그게 아이지,할머님께서 이르시는대로 어서 상차리자!"

.그 날밤 할머님은 먼저 보낸 아들의 영혼 앞에서 긴 회한을 풀어놓으시며, 주름진 눈가에 눈물을 흘리셨다. 청학골의 고유전통모습을 잃어가고 상업화되어 가는 걸 안타까워 하다가 마을에서 믿보여 쫓겨나다시피 지금의 외딴집으로 이사와 살며 그 울분으로 화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이승을 떠난 것이었다.

할머님은 이 모두가 마을 탓으로 여겨 가슴에 원한이 된 것이었다.
마을의 아름다운 전통을 지켜가기를 소원하다 그리된 아들의 비통함이야 말할 수없이 크지만 좀더 세상을 합리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그분의 운명임을 밤을 새워이해시켜 드리며 위로해 드렸다.

"참말루 자네가 있응깨로 다행여"

.아침에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내게 마을을 안내 해 주시겠다며 오래동안 입지 않으셨던 새옷을 꺼내 입으시고 집을 나서신다.

한낮으로 접어든 여름햇살은 노란 부채 살처럼 원을 그리며 정수리에서 빛난다.


2002.8. 글 이 순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