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감때문이었을까?
난 희수를 당분간..아니 어쩌면 평생 만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희수는 평소와 다름없이 내 머리카락을 쓸어주고...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미나야...널 정말 사랑해...희수가 말했다.
나는 말없이 희수의 품안으로 파고든다.
내가 만약...너를 보러 오지 않아도..내 사랑에 대해 의심하지마..희수가 말했다.
그런말이 어딨어요..날 사랑한다면 늘 곁에 있어주어야지..내가 말한다.
그래..그럴건데...이렇게 널 안고 있지 않더라도..너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다는 거..알아주었음 해...희수가 말했다.
왜 그러는데요? 내가 희수를 쳐다보며 말한다.
그냥...희수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나 역시 아무말도 하지 않고 희수를 꼭 안는다.
멀어져가는 희수를 보면서, 나는 가슴이 저며오는 아픔을 느꼈다.
그래도...이제..한사람을 선택해야지...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한사람을 선택할 수 없으면, 아무도 선택하지 못하면...
나는 내 마음속에 여러갈래의 사랑때문에 내 자신을 망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희수는 한동안 연락이 안되었다.
동하에게 물어봐도 소식을 알수없다 했다.
동하는 내게 무언가 감추는 듯 했지만, 나는 더이상 캐려고 하지도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은성그룹에서 희수의 회사를 인수하려고 한다고 했다.
희수는 어떻게 되었는지...은재는 외국으로 출장중이라 물어볼 수도 없었다.
아니..은재가 출장중이 아니더라도 나는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가진 여러가지 사랑중 한 사랑을 위해 다른 사랑에게 마음을 내보이는 바보같은 짓을 안하리라 다짐했기 때문이다.
은재는 출장을 떠나면서 내게 메일을 남겼다.
나 출장 가..
나 갔다오는 동안, 우리 미나...니 마음을 결정하길 바래.
나...욕심많아...
단 세줄의 메일은 내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내가 진정 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싶은건지.
내 아이 지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냥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그저 그렇게 살기를 바랬는데..
그렇게 살다가 정작 남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과는 다른 어떤 삶을 계획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살까?
하루하루가 백사장을 걷는 것처럼 무겁기만 하다.
여러가지 방향으로 고민을 하다가...
동하로부터의 메세지는 나를 한순간에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게 했다.
희수형 소식 알았어.
지금 도망다니고 있나봐.
같이 동업하던 파트너가 잠적했대.
그 회사 난리도 아닌가봐...
..............
나는 은재가 출장에서 돌아왔다는 연락을 받고, 은재와 만날 약속을 했다.
야..우리 미나..더 이뻐졌네...은재가 말했다.
나는 엷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곤 짧게 그러나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좋은 기획...인수할거에요? 내가 말한다.
글쎄..그 회사 아이템은 좋은데...지금 사장이 잠적했다지? 은재가 말했다.
네..그렇대요. 은재씨가 인수해주었음 해요. 그러면 자금문제 해결될거에요. 내가 말했다.
글쎄...문제가 있는 회사인데...은재는 말꼬리를 흐렸다.
은재씨가 꼭 해주세요. 내가 말한다.
그럼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지? 은재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나...내가 말한다.
미나? 음...은재가 말했다.
나를 걸구. 그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이템..내가 기획한거니까. 내가 말한다.
글쎄..난 흥미없는데..그런건 우리회사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건데..굳이 그 회사 인수해서 이득이 얼마나 날까? 은재가 말했다.
할거면 하구요. 아니면 아니라구 하구요. 내가 말한다.
나 역시 내가 무리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것은 일종의 도박과도 같은 것이다.
은재는 알것이다.
좋은 기획을 인수하는 동시에 나를 독점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나는 은재의 사랑을 시험함과 동시에 희수를 살리기위해 패를 날리는 것이다.
너..김희수 사랑하니? 은재가 말했다.
아니요. 나는 은재의 물음에 주저하지않고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하면서, 희수를 사랑했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다.
나는 지금 희수를 살리기 위해 나를 사랑하고 독점하고자 하는 은재에게 싸움을 건것일까?
좋아. 내가 좋은 기획을 인수하는 것이 어떤 의미라는 거 알고있지? 한참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은재가 내게 물었다.
네...내가 말한다.
알았어. 방법을 모색해 볼께. 은재가 말했다.